조용필과 대적한, 1980년대 청춘의 상징이었던 그룹

김태훈 2023. 8. 2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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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및 시대를 아우르는 과거 명반을 현재 시각에서 재해석하며 오늘날 명반이 가지는 의의를 되짚고자 합니다.

기품 있고 우아함과 동시에 빠르고 날카로운 맹금류, 송골매는 그들이 함께 만드는 음악을 표현하기 아주 적절한 명칭이었다.

2022년에 오랜 시간이 지나 모두 모여 재도약한 송골매는 머리카락만 새하얘졌을 뿐, 여전히 우아하고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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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반, 다시 읽기] 송골매 2집

장르 및 시대를 아우르는 과거 명반을 현재 시각에서 재해석하며 오늘날 명반이 가지는 의의를 되짚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김태훈 기자]

기품 있고 우아함과 동시에 빠르고 날카로운 맹금류, 송골매는 그들이 함께 만드는 음악을 표현하기 아주 적절한 명칭이었다. 부드러운 매력의 팝스타 구창모, 거칠고 강렬한 인상의 록스타 배철수를 주축으로 기타리스트 김정선, 베이시스트 김상복, 키보디스트 이봉환, 드러머 오승동까지 총 여섯 명의 합으로 탄생한 송골매의 2집은 1980년대 국내 펑크(Funk) 록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오며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구창모의 감각이 가장 빛을 발했으며 지금도 꾸준히 회자되는 명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한국 록에 길이 남은 베이스 리프를 중심으로 쫀득한 펑크(Funk)의 맛을 살려낸 최고의 밴드 합을 들려준다.  
 
 송골매 2집.
ⓒ 지구레코드
 
여기에 사랑하는 이에게 다가가고픈 마음을 표현한 가사가 더해져 댄서블한 멜로디와 비트가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이와 반대로 느린 템포의 발라드 록 '모두 다 사랑하리'는 박애주의적인 가사로 애절함과 낭만을 동시에 챙겨 또다른 대표곡으로 남았으며 동명의 영화까지 제작되었다.

구창모의 존재감으로 완성된 송골매 특유의 팝적인 색채는 2집의 핵심적인 히트 요인이었다면, 1970년대 영미권에서 유행한 디스코 리듬을 토대로 선사하는 합주의 쾌감은 이 앨범을 오랫동안 빛날 수 있게 만들었다.

1집에 수록되어 인기를 끌었으나 더욱 묵직하고 꽉찬 공간감으로 무장해 탄성을 자아내는 '세상만사', 앨범 내에서 가장 간드러지는 맛으로 청자의 애를 태우는 '다시한번'이 대표적이다. 긴장감 있는 기타 리프와 스크리밍을 들려주는 '우리들'은 낭만과 사랑으로 가득한 앨범 내에서 익살스러운 재미를 확보한다.

1980년대 청춘의 상징으로 자리잡다

송골매 2집은 반항적이고 거셀 것이라는 그 시절 록의 이미지와는 달리, 반듯한 세련미와 강한 밴드 사운드의 조화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국민가수 조용필과도 대적할 수 있는 막강한 젊은 팬덤을 구축하며 1980년대 청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성공은 누군가의 독단이 아닌 서로 간의 협력과 조화와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록 중심은 구창모와 배철수였어도 다른 멤버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연주 실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품이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의 기타 인트로는 김정선, 베이스 솔로는 오승동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는 일화가 이를 증명한다. 앨범 커버처럼 속이 꽉 찬 여섯 알이 하나의 송골매가 되어 힘차게 비상해 그 시절의 하늘을 함께 날았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뜻대로야 되겠소만/ 그런대로 한 세상 이러구러 살아가오."
송골매 '세상만사' 중에서.
 
▲ 송골매 콘서트 40년만의 비행 송골매가 KBS 설 대기획 <송골매 콘서트 40년만의 비행>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2023년 1월 20일).
ⓒ KBS
 
영원할 것만 같았던 송골매의 고공비행은 길지 않았다. 4집 녹음 후, 구창모의 탈퇴를 기점으로 잦은 멤버교체가 이루어지며 불안정한 날갯짓이 계속되었다. 배철수는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변화를 꾀했으나 시나위, 백두산과 같은 메탈 장르가 떠오르던 1980년대 중반에 이르자 시나브로 힘을 잃었다. 그들의 마지막 히트곡 '모여라'는 '언젠가 다시 모여 멋지게 날아보자'는 간절한 외침처럼 들리기도 한다.

2022년에 오랜 시간이 지나 모두 모여 재도약한 송골매는 머리카락만 새하얘졌을 뿐, 여전히 우아하고 강렬하다. 이 시점에서 송골매 2집은 이들의 커리어를 관통하고 있었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뜻대로야 되지 않았지만, 다시 한번 그대와 내가 마주쳐 우리들이 되니 모두 다 사랑하는 그때 그 시절의 송골매로 바람처럼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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