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반발 中, 日여행 줄취소...日대사관 "中서 일본말 조심"

이영희 2023. 8. 2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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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후 바닷물이나 인근 지역 수산물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검사 결과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정성을 강조해 어민들이 입을 풍평(소문) 피해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연립 여당인 공명당 대표의 중국 방문이 오염수 방류에 항의하는 중국 측의 거부로 취소되는 등 방류를 둘러싼 중·일 간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촬영한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의 모습. 부지 내에 오염수 탱크가 1000기 넘게 늘어서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환경성은 27일 오전, 후쿠시마 제1 원전 인근 바닷물을 조사한 결과 삼중수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오염수 방류 시작 다음 날인 25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40㎞ 이내 11개 지점에서 바닷물을 채취해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했는데, 모든 지점에서 검출할 수 있는 하한치인 L당 7∼8베크렐(㏃)을 밑돌았다는 것이다. 환경성은 "(오염수 방류가) 인간이나 환경에 영향이 없음을 확인했다"면서 앞으로도 주 1회 같은 지점에서 바닷물을 채취해 삼중수소 농도를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26일 일본 수산청도 전날 원전에서 약 5㎞ 떨어진 지점에서 잡은 광어와 성대 각 1마리를 조사한 결과 삼중수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발표에 따르면 물고기의 삼중수소 농도는 전용 장비로 검출할 수 있는 하한치인 1㎏당 8베크렐(㏃) 이하였다. 수산청은 앞으로 한 달간 매일 후쿠시마 인근 바다에서 잡힌 물고기의 삼중수소 농도를 분석, 발표한다.

원전을 기준으로 반경 3㎞ 이내 10곳에서 채취한 바닷물 표본을 계속해서 분석하고 있는 도쿄전력도 27일까지 모든 지점에서 삼중수소 농도가 검출 가능한 하한치보다 낮았고 유의미한 변동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은 24일부터 바닷물에 희석한 오염수를 하루에 약 460톤(t)씩 방류하고 있다. 방류 시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L당 1500㏃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방류 기간 동안 원전 인근에서 매일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한 뒤 방류구 3㎞ 이내 지점에서 L당 700㏃, 이보다 먼 지점에서 L당 30㏃을 각각 초과하는 삼중수소 수치가 확인되면 방류를 중단한다.

한편 오염수 방류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연구원 3명이 27일 일본에 입국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우리 측 전문가를 후쿠시마 IAEA 사무소에 2주에 한 번씩 파견해 방류 상황을 점검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


"오염수 방류 멈춰라" 중국발 항의 전화 빗발


이처럼 일본이 연일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오는 28일로 예정했던 중국 방문을 연기했다. 오염수 방류에 강하게 반대하는 중국 측이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며 방문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25일 중국 상하이에 있는 한 수산시장에서 손님들이 해산물을 고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중국은 24일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응으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야마구치 대표를 통해 금수 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친서를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중국의 거부로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NHK에 따르면 방류가 시작된 24일부터 후쿠시마현의 관공서와 음식점, 학교 등에는 중국 발신번호인 '86'으로 시작하는 국제전화가 잇따라 걸려오고 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조치를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중국 산동성 칭다오에 있는 일본 총영사관에 따르면 지난 24일 중국인이 칭다오에 있는 일본인 학교 부지에 돌을 던지는 사건도 일어났다.

중국 내 소셜미디어(SNS)에는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을 호소하는 포스팅이 연이어 올라온다. 26일 중국 매체 제일재경(第一財經)에 따르면 여행사에는 이미 예약했던 일본 단체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달 10일부터 한국·미국·일본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 여행을 전면 허용했다.


"일본어 큰 소리로 말하지 말라"


중국 내 일본 대사관과 영사관 등은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25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중국 내 일본인들에게 "외출할 때는 일본어를 큰 소리로 말하지 말고 신중한 언동에 유의해 달라"며 "대사관을 방문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대사관 주변 상황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중 일본대사관 홈페이지에 중국에 체류하는 일본인들에 ″외출 시 큰 소리로 일본어를 하지 말라″고 안내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홈페이지 캡처


대사관은 26일 열릴 예정이었던 일본인 피아니스트의 연주회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긴급 취소했다.

이와 관련 외무성의 나마즈 히로유키(鯰博行) 아시아대양주국장은 26일 도쿄(東京)에 있는 중국 대사관 양위(楊宇) 차석공사에게 전화해 현 상황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중국에 체재하고 있는 일본인이나 대사관의 안전 확보에 전력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日 국민 절반, "오염수 방류 긍정 평가"


한편 일본 국민의 절반 가량이 이번 오염수 방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니치신문이 방류 이후인 26∼27일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9%가 오염수 해양 방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이 29%였고, 22%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해양 방류에 관해 충분히 설명했는지에 대해선 '불충분하다'는 답이 60%로 '충분하다'(26%)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마이니치는 "국민 사이에 해양 방류에 대해 일정한 이해가 있지만, 정부나 도쿄전력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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