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전체 판결 균형있게 살펴봐달라"… 성범죄자 엄벌 사례 공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60·사법연수원 16기)가 과거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의 2심 재판을 맡아 형을 감경해준 사실이 알려지며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과 관련 "법관 재직 기간 동안 선고했던 판결 전체를 균형 있게 살펴봐 달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그는 자신이 판사로 재직하며 심리했던 성범죄 사건들 중에는 1심보다 중형을 선고한 사건도 많은데 특정 사건 하나만으로 마치 자신이 성범죄나 강력범죄에 온정적인 것처럼 보도되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몇몇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27일 이 후보자는 입장문을 통해 "과거 성범죄를 포함한 강력범죄 등에 대해 엄정한 판단과 형을 선고한 다수의 판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형한 일부 판결들만이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법관 재직 기간 동안 선고했던 판결 전체에 대해 균형 있게 살펴봐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항소심에서 하급심의 양형 편차를 최소화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해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적절한 형을 선고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대부분의 사건에서는 1심에서 선고한 양형을 존중했으나 신중하게 양형요소를 검토한 결과 사안에 따라서는 1심이 정한 것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이 후보자는 "한편으로는 누범 기간 중 결별을 요구하는 피해자를 식칼로 위협해 7시간 넘게 감금한 후 강간을 시도한 피고인, 아동학대로 아동이 사망한 중한 결과를 발생시킨 피고인, 집행유예 기간 중임에도 미성년자 성매수 행위를 한 피고인 등에게는 그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을 위해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판결의 결론이나 문구만으로 마치 성범죄나 강력범죄에 대해 온정적인 것처럼 보도되는 상황이어서, 국민들께서 균형 있게 평가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판결을 알려드린다"라며 "개별 사건에서 한 양형은 구체적 타당성과 함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해야 하는 항소심 법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신중한 고민 끝에 이루어진 결과물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이날 5개의 사례를 공개했다.
먼저 이 후보자는 누범 기간 중 결별을 요구하는 피해자를 식칼로 위협해 7시간 넘게 감금한 후 강간을 시도한 범행과 폭행, 횡령 등 범죄를 함께 저지른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나쁘고 피해자가 받았을 고통과 공포가 매우 컸을 것이며, 범행 과정에서 중한 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했다"라며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이 후보자는 피고인이 공범들과 함께 조건만남을 할 것처럼 피해자를 속여 40만원을 받은 후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빌미로 피해자를 협박하고 폭행해 성매매 대금 반환청구를 단념하게 한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특수강도죄가 성립하고, 피고인이 공범들과 사전에 역할을 분담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에 나가 죄질이 나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 양형조건을 참작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집행유예 기간 중 17세 미성년자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한 사안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한 실형이 확정돼 종전의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되면 3년 6개월의 추가적인 수형생활을 해야 하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 1심 판결은 부당하다"라며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사례도 있다.
성범죄 외에 강력범죄 사건에 대한 엄단 사례도 이날 함께 공개됐다.
이 후보자는 피고인이 허위로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진품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홍산옥기를 수백억원대 진품인 것처럼 속여 5억원을 편취한 사건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및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 사건의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 회복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피고인을 법정구속하기도 했다.
또 그는 생후 11개월 된 영아를 숨지게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원장에 관한 형사사건에서 "사건의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피해자들이 많으며, 설사 사망한 아동의 부모와 합의가 됐더라도 1심의 형은 가벼워 보인다"라며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보육교사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어린이집 원장에 대해서도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했다.
이 후보자가 재판장을 맡았던 서울고법 형사8부는 2020년 11월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만 12세의 피해자와 세 차례 성관계를 갖고 가학적인 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자백하는 점, 20대의 젊은 나이로 개선과 교화의 여지가 남아 있는 점 등을 감형 사유로 들었다.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뒤 해당 판결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이 후보자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일자 이 후보자는 25일 해명 입장문을 통해 권고형의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형량을 정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이 후보자는 "항소심에서 하급심의 양형 편차를 최소화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해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양형기준에서 제시한 권고 형량범위를 참고해 적절한 형을 선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사안은 상상적 경합범 중 중한 범죄인 각 미성년자의제강간죄에 대한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징역 4년 ∼ 10년 8개월)를 고려해 항소심의 선고형을 도출했다"라며 "피고인이 자백하거나 젊다는 이유만으로 감형한 것이 아니라, 판결문에도 기재되었듯이 범죄와 형벌 사이의 균형, 범행에 상응하는 책임의 정도, 형벌의 기능인 범죄에 대한 응보,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권고형의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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