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에 이혼당한 여배우? 이젠 5300억 보유한 女자산가
제니퍼 애니스턴을 '브래드 피트에게 이혼당한 가여운 여배우'로만 기억한다면, 이 기사를 읽고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1994~2004년 인기몰이를 했던 드라마 '프렌즈'의 주인공 레이철 역할만 떠올리는 것 역시, 옛날얘기다. 올해 54세인 애니스턴은 배우이자 제작자로 뿌리를 내린 성공적 사업가다. 자산 규모는 약 4억 달러(약 5300억원). 자수성가한 여성 억만장자다. 그와 지난 22일(현지시간) 장문의 인터뷰를 한 매체 역시,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다. WSJ는 애니스턴과의 인터뷰 기사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제니퍼 애니스턴은 어떻게 일개 시트콤 스타 배우에서 할리우드의 파워 플레이어가 되었나." 그는 배우뿐 아니라 자신의 회사를 차려 제작자로도 활약하며 부를 일궈냈다.
쉽진 않았다. 1980년에 할리우드에 발을 들인 그에겐, 여성이라 더 힘든 점도 분명히 있었다. 애니스턴은 WSJ에 "일한 만큼의 대가, 남자 동료들과의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요구하는 게 '드센 여자'처럼 받아들여진 건 그리 오래전이 아니다"라며 "그런 요구를 하는 동시에 사랑과 존중을 받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WSJ와의 인터뷰는 그가 제작 및 출연을 한 새 드라마 '더 모닝 쇼'를 계기로 이뤄졌다. 그는 오랜 친구인 배우 리즈 위더스푼과 함께 미디어 업계에서의 여성 지도자로 출연한다. 위더스푼은 WSJ에 "현실에선 미디어 업계에서 여성 리더를 찾는 게 어렵지 않나"라며 "오랜 기간 함께 일하고 우정을 쌓은 제니퍼와 함께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어내는 작업은 흥미롭고도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연애는 어떨까. 그는 브래드 피트와의 이혼 후 다수의 배우 및 가수 등 유명인과 연애를 했지만, 지금은 혼자다. 혼자라서 편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WSJ에 "아침에 함께 눈을 떴을 때 행복한 사람과 잠자리에 드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했는데, 그러면서 이렇게 뼈있는 농담을 덧붙였다. "나와 내 반려견처럼." 인간은 굳이 필요 없다는 맥락이었다.
그는 "이혼을 하는 건 그 부서진 관계의 잔해 속에서 걸어 나오는 과정이었다"며 "그 어려운 과정을 겪으며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그에게 위로가 된 건 뭐였을까. 일이었다. 그는 "일을 계속하며 진정한 위안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혼 과정이 그에게 어려웠던 이유는 또 있다. 그가 피트와 이혼한 것은 2005년. 그때까지 그와 피트는 같은 소속사에서 일했지만, 이혼 후 피트는 남고 애니스턴은 소속사를 나왔다. 이후 그 소속사는 승승장구했지만 애니스턴은 2007년까지 이렇다 할 새로운 일을 찾지 못했다. 그는 좌절 대신 변화를 택한다.
WSJ에 따르면 2007년 매니지먼트를 바꾸면서 그는 일하는 방식도 바꿨다. 애니스턴은 "새 매니저가 내게 업계에서의 나의 평판 등을 솔직히 전달해주면서, 전화하는 방식부터 대화하는 방법까지 바꾸도록 세심하게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그런 조언을 충실히 받아들여 변화한 것이 애니스턴에게 진정한 전성기를 가져다줬다. 2008년 애니스턴은 자신의 제작사 에코 필름즈를 설립하고 제작자로서도 성공가도를 걷기 시작했다.
연애가 어려웠던 건 부모님의 불화도 원인 중 하나였을 거라고 애니스턴은 짐작한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보면서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아버지 존 애니스턴도 배우였는데, 부녀 사이는 좋다고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애니스턴은 몰래, 자기만의 방식으로 화해를 청한다. 자기가 아끼던 작은 크리스털 보석을 아버지의 관에 넣은 것. 그는 "집에 와보니, 그 크리스털 보석의 조각이 떨어져 있더라"며 "아버지를 생전보다 더 가깝게 느끼고, 어디에서든 나를 지켜봐 주시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신은 모든 걸 주진 않는다. 아이가 있는 단란한 가정은 그가 끝내 못 이룬 꿈이다. 그와 막역한 친구인 애덤 샌들러가 그에게 매년 '어머니 날'에 꽃을 보내며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인생에 행복을 느낀다. 그는 WSJ에 말했다. "이제 나는 자수성가한 여성이 됐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점이 정말로, 자랑스럽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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