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건설’ 이대로는 안 된다 [취재수첩]
한국 경제의 버팀목 ‘K건설’이 절체절명 위기에 처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터진 지 얼마 안 돼 철근을 누락한 단지가 속출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부랴부랴 대책을 쏟아내는 중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무량판 구조 아파트를 전수조사하는 한편 ‘건설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까지 내놓기로 했다. 서울시도 SH공사가 발주하는 100억원 이상 건설 공사 동영상을 의무적으로 찍는다.
부실 공사를 막기 위한 전방위 대책이 쏟아지지만 과연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구조 설계 부실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한다. 구조 설계는 건물 하중을 계산해 철근 양과 두께, 콘크리트 강도 등 뼈대를 결정하는 핵심 공정이다. 하지만 무량판 지하 주차장 기둥에서 보강 철근이 빠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15개 단지 중 10개는 구조 계산을 잘못했거나 구조 계산 결과를 설계 도면에 옮기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다.
구조 설계가 부실한 배경을 들여다보면 고질적인 하도급 구조를 빼놓을 수 없다. LH 같은 발주처는 건축 설계 용역을 건축사사무소에 일괄 발주하고, 건축사가 전문 분야별로 하청을 준다. 이를 구조 설계 도면으로 옮기는 일은 다시 구조기술사에 재하청을 준다. 비용은 구조기술사에 지불하는데, 실제 도면은 아마추어가 그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마저도 여러 단계에 걸쳐 하도급 되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모호해진다. 원자잿값, 인건비가 치솟는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대거 고용해 ‘비용 쥐어짜기’에 나서는 것은 건설 현장의 오랜 관행이다.
부실시공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대형 사고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건설 이권 카르텔만 헤집을 게 아니라 더 늦기 전에 건설 현장에 퍼진 잘못된 시스템부터 손봐야 한다. 후진적 건설 관행을 바로 잡지 않으면 ‘글로벌 건설 강국’ 도약은 기대하기 어렵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3호 (2023.08.23~2023.08.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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