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충격·인플레…CPO 역량 보일 적기다 [경영칼럼]

2023. 8. 2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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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비즈니스 ‘보조’ 역할에 그쳐선 곤란
원가 절감에서 효율·탄력성 중심 재편해야

팬데믹 이후 변한 세상은 예전으로 돌아갈 생각을 버린 듯하다. 미·중 간 ‘탈동조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원자재가 상승, 공급망 붕괴, 반도체 공급 과잉, 중국 경제의 더딘 회복 등 변동성은 점차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구매 패러다임은 완전히 바뀌었다. 글로벌 선도사들은 기존의 ‘원가 절감’ 중심 구매에서 ‘총체적인 공급망 관리’로 구매 기능을 재정의하고 있다. 수익성을 보전하고 비용 상승을 억제하며 능동적으로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구매 역할이 넓어져야 한다. CEO는 CPO(Chief Procurement Officer)를 회사 중심에 배치하고 명확하게 임무를 부여해야 한다. 또한 회복 탄력성과 가치 창출을 위한 다섯 가지를 기억하고 실행해야 한다.

첫째,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한다. 유럽의 한 완성차 회사는 공급망과 인플레이션 노출 리스크를 식별할 수 있는 디지털 솔루션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1차 공급사뿐 아니라 소위 ‘n차 밸류체인’에 대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또한 가격과 공급망에 대한 인사이트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대시보드를 구현할 수 있었다.

둘째, 소싱(Sourcing) 전략을 기존의 원가 절감 중심에서 효율성과 탄력성 중심으로 재편한다. 공급사와 협업해 생산성, 물류비 등을 개선하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 새로운 협력 모델은 혁신적인 사양 개발, 지속 가능성, CO2 배출량과 폐기물 감소, 역량 구축을 포함한다.

셋째,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최적화를 추진한다. 영업, 제조, 설계, 재무 등 타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전사적 관점에서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한 글로벌 식품 회사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 공급사를 확보하고 재고를 확충했다. 또한 파생상품을 활용해 원료·에너지 비용의 가격 위험을 능동적으로 관리해 매출 원가의 4%를 절감했다. 전방위적 기능 간 협업을 통해 수익성을 보전하며 고객 요구를 충족하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넷째, 제품 설계를 재정의한다. 희소한 재료와 소수 공급업체에 크게 의존하는 제품을 식별하고, 특정 재료나 공급업체 의존도를 신속하게 줄인다. 고급 분석(Advanced Analytics)을 활용해 소비자 선택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요소를 파악한다. 이를 통해 대체 사양을 갖춰 리스크와 가격 인상을 완화한다.

다섯째, 경영 환경 변화에 맞는 새로운 역량을 구축한다. 오늘날의 불안정한 환경에서 경쟁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갖춘 팀을 구성해야 한다. 고급 분석, AI 등 디지털 역량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새로운 인재를 유치해 구매부서를 재편해야 한다. 공급망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문제는 대부분 구조적이며 혁신적인 조치만이 유일한 문제 해결책이다. 몇 년이 걸리는 지리한 과정이 될 수 있지만, 기업 운영 모델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CPO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시간(Career Moment)이 왔다. 더 이상 구매가 비용을 관리하고 일부 기능을 지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엄수형 맥킨지 한국사무소 부파트너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3호 (2023.08.23~2023.08.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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