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진, ‘남남’으로 깬 편견들 [D:인터뷰]

장수정 2023. 8. 2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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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여성 서사, 요즘에는 여성 감독님들 많아져…
‘남남’ 같은 작품 잘 돼서 더 좋다.”

‘남남’은 엄마와 딸의 공감 가는 일상을 다루는 한편,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모습을 통해 기존의 가족 서사와는 다른 메시지를 남기는 작품이었다. 배우 전혜진 또한 ‘남남’의 낯설지만 유의미한 시도에 공감했다. 그간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벗어던지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꺼내 보인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전혜진은 철부지 엄마와 쿨한 딸 진희(최수영 분)의 이야기를 다루는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에서 거침없는 성격의 엄마 은미를 연기했다. 때론 푼수 같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을 가진 인물. 헌신하고 희생하는 엄마가 아닌, 당당하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여느 가족 드라마 속 모녀 관계와는 조금 달랐지만, 그래서 ‘신선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호두앤유 엔터테인먼트

이에 첫 회는 1.3%로, 다소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매회 상승세를 보이며 최종회에서 5.5%의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남남’의 색다른 메시지에 공감한 전혜진은 ‘이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 봤을 때는 ‘와우’라고 했다. 재밌는데, 캐스팅도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이걸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낯선 걸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속 시끄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렇지만 감독님께서 잘 만들어주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은미의 거침없는 면모가 마음에 들었던 전혜진이지만, 그럼에도 표현 수위에 대한 고민은 필요했다. 특히 ‘남남’은 첫 회에서 은미가 자위하는 모습을 딸에게 들키는 모습으로 드라마의 방향성을 단번에 각인시키는데, 전혜진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를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그 장면이 좋았다. 은미를 드러내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여겼다. 들켰는데 당황하지 않고, ‘밥 먹었어?’, ‘치킨 시켜줄까’라고 반응하는 것도 좋았다. ‘이런 사람이구나’ 했다. 그렇지만, 저도 초반이라 감독님을 모르니까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서로가 잘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캐릭터 이야기를 할 때 이 이야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시트콤으로 갈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또 너무 진지하게 들어가면 안 됐다. 조화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신경을 썼다.”

진홍(안재욱 분)과의 로맨스도 ‘남남’의 또 다른 재미 포인트였다. 진홍이 진희의 친부였지만, ‘남남’은 이 사실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모녀의 여행에 따라온 진홍이 진희를 거듭 신경 쓰자 화를 내는가 하면, “그러면 나를 왜 불렀나”라는 진홍에게 “오빠를 꼬시려고 그랬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진홍과 은미의 관계에서 혈연이 아닌, 쌓아 온 시간이 가족임을 전하는 ‘남남’의 메시지가 드러나기도 했던 것. 전혜진은 이러한 관계를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로 안재욱의 존재를 꼽으며 감사함을 표했다.

ⓒ호두앤유 엔터테인먼트

“젊은이들은 마지막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진홍과 은미는 다르다. 은미의 매력은 솔직함인 것 같다. 어떤 상황을 싫으면 싫다고도 하고, 진홍에게 ‘오늘부터 내 남친 해라’라고 공표를 하지 않나. 멋있다는 생각도 했다. 은미의 그런 사랑을 박진홍이 너무 잘 받아준다. 화면을 보고 ‘케미’가 훨씬 더 좋다는 생각을 했다. 안재욱 선배님께 ‘너무 감사했다’라고도 말했다. 무게감이라는 게 있구나 싶었다. 내가 무엇을 하던지 ‘그래 은미야’라고 하면서 받아주는 부분이 있었다.”

그간 형사 캐릭터를 비롯해 강한 역할을 주로 소화해 온 전혜진이 밝고, 귀여운 매력의 은미를 통해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전혜진 또한 사랑스럽고,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은미를 통해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일 수 있어서 감사했다.

“예전에 인터뷰 때 어느 분이 제가 경찰을 다섯 번 했다고 하시는데 ‘정말요?’라고 물었었다. ‘그렇게 많이 했구나’ 싶었다. 그 이후에도 (형사 역할을) 했었다. 그때는 ‘(성격이) 다 다르다’라고 우겼었다. 분야가 다 다르다고. 그래서 틀을 깼다는 측면에서 ‘남남’에게 감사하다. 나의 무엇을 보고 이렇게까지 써 주셨을까.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나를 깨부수며 했다. 안 그러면 너무 창피할 것 같았다.”

‘남남’은 물론, ‘닥터 차정숙’, ‘행복배틀’을 비롯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 ‘마스크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잔혹한 인턴’까지. 최근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캐릭터의 다양성도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이러한 흐름이 전혜진의 새 얼굴을 보게 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전혜진 또한 이 같은 변화를 체감하며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를 하고 있다.

“너무 많이 바뀐 걸 느낀다. 10년, 20년 사이에 많이 바뀐 것 같다. 내가 했던 ‘검블유’도 마찬가지고. 어느 분이 내게 여성 서사에 끌리는 이유를 물어보셨었다. 저를 어떻게 캐스팅했는지도 궁금해하셨는데 그때 ‘기자님들 때문’이라고 말했었다. 내가 예능에 나가 나를 알리는 배우는 아니니까 인터뷰로 내가 드러나곤 했을 것이다. 그런 것이 기반이 되지 않았을까. 20대 때 대본이 없다고 분노를 하기도 했었다. 그때는 남자 감독님들이 다 글을 쓰고 연출을 했었다. 여성 혐오나, 그런 마음이 있는 게 아니라. 여성들, 여성 서사를 잘 모르시는 거다. 나도 내 아들을 잘 모른다. 서로 다르면 어렴풋이 알아도 잘 모르나 보다. 요즘에는 여성 감독님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남남’ 같은 게 잘 되면 더 좋은 것 같다. 이런 게 안 되면 또 위축이 될 수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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