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속 104㎞ 커브를 보라"…류현진의 '느림'이 일으킨 파장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최저 시속 104㎞의 느린 커브를 앞세워 시즌 세 번째 승리를 수확했다. 존 슈나이더(43) 토론토 감독과 현지 언론은 타자를 쥐락펴락하는 류현진의 노련한 투구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슈나이더 감독은 2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홈 경기에서 8-3으로 승리한 뒤 "류현진은 리그 최고 수준의 투수다. 효율적인 투구를 하고, 제구력이 정말 대단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류현진은 이날 5이닝 동안 4피안타(2피홈런) 5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잘 던져 승리 투수가 됐다. 6회 내야진의 연속 실책 탓에 예상보다 일찍 교체됐지만, 볼넷을 한 개도 내주지 않는 면도날 제구력으로 토론토의 3연패 탈출에 앞장섰다. 14일 시카고 컵스전과 21일 신시내티 레즈전에 이은 개인 3연승이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6㎞까지 나왔고, 낙차 큰 커브와 날카롭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클리블랜드 타선을 제압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89에서 2.25로 조금 올랐다.
슈나이더 감독은 "류현진은 기술이 뛰어난 베테랑이다. 타자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이미 다 아는 것처럼 구속에 끊임없이 변화를 줬다"며 "강하게 던져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안다. 정말 놀랍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극찬했다.
유일한 아쉬움은 464일 만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에 실패했다는 거다. 류현진은 5회까지 공 60개를 던져 7~8회까지 마운드를 지킬 거로 보였지만, 6회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교체됐다. 내야수들의 연속 포구 실책이 문제였다.
무사 1루에서 류현진이 호세 라미레스를 땅볼로 유도했는데, 토론토 3루수 맷 채프먼이 타구를 잡지 못해 주자 두 명이 모두 살았다. 다음 타자 곤살레스의 타구도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번엔 유격수 산티아고 에스피날이 공을 놓쳐 만루를 만들었다. 결국 토론토는 불펜 투수 이미 가르시아를 마운드에 올렸다. 가르시아가 밀어내기 사구로 1점을 허용해 류현진의 비자책 실점이 하나 늘었다. MLB닷컴은 "마지막 인플레이 타구 2개는 아웃이 돼야 했었다. 류현진에게는 무척 힘든 상황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슈나이더 감독은 그 상황과 관련해 "무사 1루에서 야수들이 두 번의 병살타성 타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류현진이 무척 잘 던지던 중이라 교체 결정을 내리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불펜에 대한 믿음으로 투수를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새로운 상징이 된 '아리랑 커브'도 또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올 시즌 류현진의 커브 평균 구속은 시속 113㎞로 MLB 최하위권(342위)이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커브의 구속을 더 낮추고 낙폭을 키워 타자들의 헛스윙을 끌어내는 최고의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이날 그의 커브 평균 시속은 109㎞로 시즌 평균보다 느렸다.
특히 4회 마지막 타자였던 안드레스 히메네스에게는 시속 104㎞짜리 초저속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MLB 투구 분석 전문가인 롭 프리드먼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이 장면을 올리면서 "이 아름다운 시속 104㎞짜리 커브를 보라. 올 시즌 빅리그 선발 투수가 헛스윙을 유도한 공들 중 가장 느리다"며 "투수의 구속을 볼 때 대부분 '얼마나 빠른지'를 확인하지만, 류현진이 공을 던질 때는 '얼마나 느린지'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작 류현진은 감탄 일색인 주변의 반응에 담담해 했다. 그는 경기 후 "솔직히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이후) 제구력을 빨리 회복한 게 나 자신은 놀랍지 않다.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을 되찾았다는 그 자체"라며 "지금 몸 상태가 무척 좋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타자를 잡는 데 필요한 일들을 해낼 수 있다"고 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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