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출수수료, 이렇게는 못내"…현대홈, 방송 송출 중단 결정

롯데홈도 딜라이브에 10월부터 중단 통보
홈쇼핑 '블랙 아웃' 도미노 될까

현대홈쇼핑이 송출 수수료 문제로 방송 송출 중단을 결정하면서 홈쇼핑 '블랙 아웃'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LG헬로비전에 내달 말 이후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출 중단이 현실화하면 서울(양천구·은평구)과 경기(부천·김포·의정부·양주·동두천·포천·연천), 강원, 충남, 경북 등의 23개 지역에서 LG헬로비전으로 유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현대홈쇼핑 채널을 볼 수 없게 된다. 이들 지역의 LG헬로비전 가입자는 368만가구다.

앞서 롯데홈쇼핑도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티브이에 오는 10월 1일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고지한 바 있다. 홈쇼핑사 들이 자발적으로 방송 송출 중단을 결정한 이유는 송출수수료 때문이다. 송출 수수료는 홈쇼핑사가 유료 방송 사업자에게 지불하는 채널 사용료인데, 송출수수료가 과도하게 높아 이익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홈쇼핑사들의 입장이다.

실제로 홈쇼핑 회사의 매출 중 3분의 2는 송출수수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송출 수수료 규모는 1조9065억원으로 2018년(1조4304억원)과 비교해 33.3% 증가했다. 한국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송출 수수료는 연평균 8%씩 증가해 지난해에는 방송 매출액 대비 비중이 65.7%에 달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홈쇼핑 회사들의 이익 체력은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현대홈쇼핑은 2020년 연간이익으로 1557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에는 1127억원으로 400억원이다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홈쇼핑업계는 유료방송사업자들이 홈쇼핑 회사들에 수수료가 비싼 채널 위치를 강제하고 있다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말한다. 유료 방송 사업자들은 지상파 채널에 인접한 앞번호에 가장 높은 송출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실적 부진에 따른 수수료 부담으로 LG헬로비전에 저렴한 뒷번호로 이동하겠다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매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홈쇼핑업체들의 번호 이동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셈이다.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의 방송 중단 결정이 이뤄지면서 다른 업체로도 확산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실적 악화와 과도한 수수료 부담은 홈쇼핑 업체 모두 호소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TV를 보는 인구가 줄어드는 데 반해 송출수수료는 높아지고 있다”며 “더 수수료를 감당해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