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건 BIC 조직위원장, “한국 게임, 전 세계에 뭘 내세울 것인지 고민해야” [BIC 페스티벌 2023]
서태건 BIC 조직위원장이 정부에서 인디게임 산업과 BIC에 무게를 실어줘야 한다며, 한국 게임이 전 세계에 뭘 내세울 것인지 같이 고민해보자고 말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인디게임 축제 ‘2023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페스티벌 2023)’이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했다. 인디게임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5년 BIC를 만든 서태건 조직위원장을 BIC 페스티벌 2023 현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다음은 서태건 BIC 조직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BIC의 시작을 함께했다. 이번 행사를 여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소회를 듣고 싶다
BIC를 처음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도다. 당시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건물 내에서 했다. 복도와 강당 등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행사를 진행했었다. 9년이 지나, 이번 행사는 벡스코에서 진행하게 됐다. (BIC를) 처음 시작할 때는 행사를 키우자고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인디게임 어워드로서 권위를 높이고, 명예로운 상이 되도록 하는 게 방향성이었다. 규모보다는 내용에 충실하고 알차게 하자는 생각이 컸다.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 어워드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었다.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놓는 과정에서 행사 규모가 커지게 됐다. 소통의 장으로서 앞으로도 필요한 부분은 게이머들의 요구를 수용해나갈 것이다. 벡스코로 오고 나니까 인디게임 개발자분들께서 만족해하셔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 행사에 비해 어떤 점이 달라졌나
행사가 마치 생명체처럼 진화 중이다. 주최 측에서 만든 변화가 아니다. 매번 개발자들의 피드백을 9년에 걸쳐 반영해왔다. 그랬더니 새로운 무언가가 이뤄진 것이다. 전시장도 실외에서 실내로 바뀌었다. 루키 부문을 2019년에 신설했다. 2021년에는 빅커넥터즈를 신설했다. 2022년에는 버추얼 유튜버 채널을 만들어서 홍보를 진행했다. 올해에는 비경쟁부스가 신설되면서 경쟁 부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분들에게도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줬다. 변화는 매년 있었다. 올해에도 장소뿐 아니라 내용 부분에서 변화들이 많다. 경쟁 부문의 수상이 있고 비경쟁 부문 포함한 수상이 있다. 그런 것들이 개발자의 게임인들 간의 소통의 장 확대를 불러올거라 생각하고 있다.
게임 난이도에 따라 ‘하프’, ‘울트라’ 등으로 코스를 나눈 게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행사를 준비했나
좋게 봐주시니 고맙다. 한편으론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해당 코스에 있어서 쉽거나 어려운 게임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선입견을 주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섰다. 게임에 있어서 쉽고 어렵고는 구분하기 어렵다. 게임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개발자 의견을 받아서 한 거긴 하지만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처음 오시는 분들이 쉽게 203개 게임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BIC 현장에 글로벌 게임사와 외국인 관람객들이 많다. 커뮤니티를 형성한 비결이 무엇인가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게임스컴’과 같은 시기에 개최되다 보니 기대한 만큼 외국인 관람객들이 보이지 않는다. BIC는 운이 좋게도 1회 개최 때부터 글로벌 행사가 되어버렸다. 운이 좋았던 거 같다. 당시 글로벌 인맥을 갖고 계신 분들이 BIC 행사 개최에 도움을 주셨다. 첫 회부터 해외 네트워크들이 가동되면서, BIC라는 브랜드가 해외에서 인지되기 시작했다. 30개국에서 직간접적으로 참여 중이다. 개발자 사이에 입소문이 나고 이런 것들이 이어지는 듯하다. 저희도 그런 부분에 굉장히 세심하게 신경 쓰려고 하는 부분이 있다. 기회가 되면 추천하고 싶은 비공식 행사가 있다. 개발자들이 스스로 모이는 ‘BIC 파티’다. 오후 9시쯤 되면 해운대 해변에 이들이 보인다. 몇십명이 늦게까지 대화하는 문화가 있다. 그런 것들이 해외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또한 어워드에 권위가 생기다 보니, 무시할 수 없는 행사가 됐다. 다각도의 노력으로 해외 출시작도 늘어나고 있다.
행사가 대대적으로 커졌다. 준비하면서 어려웠거나 아쉬웠던 부분이 있을 것 같다
큰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항상 제일 어려운 게, 제한된 자원으로 행사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자원에 제약이 없다면 이보다 더 많은 프로그램과 큰 공간에서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예상 규모가 있어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없는 것이 애로사항이다. 개발자와의 소통을 지속해서 해야 하는 행사라는 점도 특별하다. 다른 행사는 시작 직전에 임박해서 준비하고 끝내는데 우리는 1년 내내 진행되는 행사다. 이 행사를 위해서 보이지 않는 노력이 정말 많이 들어간다. 해와 출품을 받고, 30~40명의 심사위원이 사전 심사를 2~3개월에 걸쳐서 하고, 선정된 작품들을 전시한다. 전시가 끝나고 난 다음에는 해외 마케팅할 수 있는 지원 부서를 통해 해외 개발자를 모시고 나간다.
행사 이후의 청사진이 있는가
결정된 것은 없다. 향후에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은 없다. 다만 초심을 잃지 않고 있는 부분은 유지가 될 것이다. 인디게임 생태계 지원을 위해 진정성 있는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워드를 통해 권위 있는 행사를 만들고 거기에 좋은 게임들이 양산될 수 있게끔 초점을 맞춰갈 것이다. 인디게임을 키워나갈 수 있는 파트너를 늘려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행사 이름에 ‘게임’이라는 단어가 없다. ‘인디’, ‘커넥트’만 있다. 어쩌면 인디씬에 대한 것을 크게 볼 수 있는 행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포괄적으로 보면 관련된 인디씬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살펴볼 수 있는 행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게임 분야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이걸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년 뒤에는 꽃을 피워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내년에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BIC는 ‘부산’이라는 지역명이 들어가는 행사로 대표적이다. 부산은 인디게임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BIC는 지역 행사가 아니라 글로벌 행사다. 부산이라는 특정 지명을 넣은 건, 넣어도 괜찮을 거 같아서다. 저는 부산 사람이 아니지만 여기서 8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느낀 점이 있다. 개방성이 있고, 포용력이 있다. 항구도시라 그런지 글로벌한 이미지와 잘 맞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산국제영화제’도 그렇지만, 지역명을 가지고 있다고 부산의 지역 행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부산이라는 도시 자체의 의미도 있다. 8년 동안 부산에서 근무하면서 다른 문화산업을 지켜보면 인디씬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웹툰, 음악, 그리고 게임이 큰 회사보다는 끼가 있는 회사가 많다는 걸 느낀다. 부산은 인디게임의 성지가 됐다. 시작은 e스포츠의 메카라는 이미지였다. 지스타를 통해서 게임의 도시라는 이미지도 생겼다. 이제 인디게임과 부산은 거부감이 없고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기존에 쌓아놓은 부산의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글로벌 인디게임 축제들과 협업해 새로운 걸 보여줄 의향이 있는가
인디게임은 옛날부터 있었던 장르다. 하지만 인디라는 이름을 걸고 행사 집행과 지원을 하던 건 BIC를 시작할 때 없었기에 아쉬웠다. 해외에서는 인디가 활성화되고 있다. 어느 전시를 가도 인디게임존이 있다. 한국에서는 그런 게 없다.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 사업 등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했다. 우선 부산에서 인디게임 행사를 처음 만들었다. 이후 다른 지자체에서도 유사한 행사를 만들고 있다. 대형 플랫폼 회사에서도 인디 행사들이 그 뒤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스토브’에서도 최근에 시작했다. 서울, 성남, 경기 다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 BIC가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마음은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스토브와는 협업 중이다. 다른 행사들과 연계해서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인디를 사랑하는 단체가 있다면 우리는 열려있다.
VR(가상현실)게임이 BIC에서도 보인다. 행사에 VR 카테고리를 신설해 시장의 성장을 위해 지원해줄 계획이 있는가
한동안 VR게임이 많이 출시되고 출품된 시기가 있었다. 최근에는 옛날 같진 않다. 물론 출품을 통해 들어오는 게임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비경쟁 부문을 통해 보여줄 수 있다. 이번 행사에는 과거의 ‘DDR’같은 게임을 만든 두 업체가 나왔다. 특이한 컨트롤러가 특징이다. 이 컨트롤러는 손가락으로 센싱을 한다. 이 분야는 경쟁 부분에서 담기가 어렵다. 심사해야 하는데, 그런 컨트롤러가 출품되면 2~3개월 내에 30~40명이 심사하기 어렵다. 사실 아쉽다. 인디게임의 한 분야이기에 보여드리고 싶고 한국 게이머가 접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경쟁 부문으로 못 온다. VR게임도 필요하다면 (카테고리를 신설)할 의향이 있지만, 아직은 VR게임을 찾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잘 모르겠다.
인디게임 업계의 일선에 있으면서, 정부나 기관에서 어떤 것에 관심 가지고 지원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
매년 정부에 요청드렸던 부분이 있다. 계속 이야기할 것이다. 한국은 한때 온라인 게임 종주국, e스포츠 종주국이라 불렸다. 과연 지금 한국은 뭘 가지고 있는가. 그 부분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최근 게임 산업의 미래를 인디게임에서 찾아보라고 하는 움직임들이 있다. 게임 산업에 있어서 인디게임의 중요성이 있다. 이미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걸 드러내야 한다. 우린 이런 걸 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저희가 (인디게임을)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글로벌한 인디게임의 어워드로서 위상과 인지도를 어느 정도 만들어가고 있는 BIC 어워드를 정부에서 무게 실어주면 좋겠다. 부산이 인디게임의 성지라 불리는 만큼 한국의 인디게임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BIC에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국 게임이 전 세계에 뭘 내세울 것인가 같이 고민해봐야 한다.
오랫동안 업계에서 일하면서 인디게임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이렇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
인디게임의 가치나 미덕은 다양성과 창의성이다. 이런 영역에서 재미를 추구하고, 제일 잘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인디게임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것들이 게임으로 표출된다. 좀 더 부각하고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게임 산업에 투영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 당시엔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큰 기업들이 대작 블록버스터 게임을 ‘캐시카우’로 가져가지만, 미래 준비를 위해 다양한 재미있는 게임을 찾고 있기도 하다. 이런 시점이 인디게임과 맞아들어가지 않겠나. 시간이 지나면 게임 산업에서 기여할 수 있는 게 인디게임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그렇게 될 것이다. 인디게임뿐만 아니라 보드게임에도 관심이 많다. 게임의 저변을 이루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게임업계 전반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투자 유치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발자분들께 격려의 말씀 부탁한다
인디게임 개발하시는 분들은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소신을 가지고 개발하는 분들이다. 산업의 경기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꿋꿋하게 개발하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한다. 산업 자체가 활성화될 때 기회가 더 생길 것이다. 인디게임은 흔히 게임 산업의 미래라고 이야기된다. 맞는 이야기다. 지금도 어려운 시기지만 반대로 인디게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과거 온라인, 모바일 게임에서 PC, 콘솔 게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디게임도 곧) 열릴 시장이다. 희망을 가지고 경쟁해주셨으면 좋겠다. 좋은 날이 올 것이다.
부산=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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