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나비 효과’ [경제칼럼]
우리나라 채권 위험 프리미엄 커질 우려
지난 8월 초 세계 3대 국제 신용등급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채무불이행 위험이 가장 낮아 ‘최고의 신용평가등급’으로 평가되는 AAA 등급과 ‘최적의 투자등급’을 뜻하는 AA는 사실상 큰 차이가 아니다. 특히 AA 가운데서도 AA+는 가장 높은 등급을 뜻하기에 실질적인 등급 변화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과거 유사한 미국의 신용등급 변화로 전 세계 금융 시장이 혼란에 빠진 경험이 있기에, 이번 역시 비슷한 충격을 주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2011년 당시 국제 신용등급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결렬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춘 바 있다. 당시는 미국 중심으로 발생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환경에서 미국 국채 신용등급이 하락해 충격이 상당했다.
반면 지금은 금리 인상에도 미국 경제가 비교적 양호한 여건이어서 신용등급 하락 충격은 크지 않다. 이번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유발하거나 당장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위기를 촉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안심할 때는 아니다. 미국 국가 신용등급 하락이 우리 금융 시장에서 채권의 위험 프리미엄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당장 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어도 시간을 두고 국내 채권 시장 중심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국채처럼 우량 투자처 신용도가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진다고 간주하는 다른 투자처까지 연쇄적으로 추가 위험 프리미엄 상승이 발생한다. 그 결과 시장에서는 위험 프리미엄까지 포함한 이자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더구나 채권, 그중에서도 미국 국채는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투자 대상이라 시장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력을 지녔으며 전 세계 경제의 중요한 성장 엔진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미국 국채 이상으로 안전하게 투자자 재산 가치를 보전하면서 유동성까지 보유하는 다른 대체 자산이 출현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이외 국가 채권, 금융 시장은 채권 위험 프리미엄이 상승하는 형태로 오히려 영향을 받고 있다. 더구나 우리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상당히 크게 유지되는 등 외환, 금융 시장 불안 요인이 상당하다. 구조적으로 위험 프리미엄이 상승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금융 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한국전력의 재무 여건 악화로 채권 발행이 계속되거나 오히려 발행 규모가 커지며 시장금리를 높일 수 있기도 하다.
우리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기준금리 대비 채권 투자의 위험 프리미엄 상승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그 결과 시장금리가 더욱 높아지며 기존 대출자 부담이 증가하는 가운데 전반적인 금융 시장 취약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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