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오피스 줄줄이 파산… 한국 토종 기업은 살아남았다[내일은 유니콘]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3. 8. 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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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플러스의 ‘스플라운지’에서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스파크플러스 제공)
한때 기업가치 60조원을 자랑하던 미국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WeWork)’가 최근 파산 위기설에 휩싸여 업계를 놀라게 했다. 올해 8월 위워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위워크는 지속적인 영업손실, 현금 부족 등의 이유로 회사가 존립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공유 오피스는 한 사업자가 빌려놓은 부동산에 여러 기업을 입주시킨 후 수수료를 받는 사업체를 말한다. 이 중 위워크는 ‘공유 경제’가 뜨면서 핵심 기업으로 주목받던 이 부문 글로벌 1위 기업이다. 국내에도 진출, 공격적으로 지점을 늘리고 있지만 미국 본사가 흔들리면서 국내 지사의 향후 행보마저 불투명하다는 말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오히려 지점을 확대하는 토종 공유 오피스가 있어 눈길을 끈다. ‘스파크플러스’다. 스파크플러스는 올해 8월 기준 역삼, 삼성, 선릉, 강남, 성수, 여의도, 광화문, 잠실 등 도심 지역 위주로 전국 36개 지점을 운용하고 있다. 총 면적만 놓고 보면 축구장 약 18개 규모에 달한다.

물론 스파크플러스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고전하기는 했다. 2021년 매출액은 436억원, 영업손실만 32억원을 기록했다. 그랬던 것이 지난해 급격히 상황이 호전, 매출액 633억원, 영업이익 2억원을 올리며 업계 이목을 끌었다. 당연히 흑자전환, 전년 대비 40% 이상 매출 성장 비결이 궁금해진다. 목진건 스파크플러스 대표를 만나 직접 인터뷰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스파크플러스 대표 목진건 대표
Q. 업계에서 가장 궁금해 하는 건 흑자전환 비결일 듯싶다.

무엇보다 외부 투자 유치 없이 자생적으로 ‘지속 가능 성장’을 증명한 토종 공유 오피스 첫 사례라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재무적으로 EBITDA(상각전영업이익)가 신규 투자액을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의 선순환 구조가 갖춰졌다. 비결은 세 가지로 들고 싶다. 본질에 집중,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 고도화된 운영 체계가 비결이 아닐까 싶다.

첫째 공유 오피스 사업의 본질은 ‘우리의 고객, 즉 기업의 성공에 있다’는 미션 하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지점의 입지 선정과 설계, 상품과 서비스의 구성, 마케팅, 가격 등 모든 요소에 있어서 고객사의 성공이 첫 번째 의사 결정 기준이었다. 기업에 불필요한 비용 전가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은 최소화하고, 당장은 돈이 많이 들 것 같지만 꼭 필요한 개별 냉난방과 같은 부분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변화하는 환경에서의 빠른 대응도 주요했다. 팬데믹 시기에 기업들의 일괄적 출퇴근에 제한이 생기며 근무 형태에 따라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런 수요를 파악하고 한곳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스파크플러스 회원이면 전국 전역에 깔려 있는 거점 오피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그랬더니 호응이 뜨거웠다. 특히 프리랜서 등 1인 사업자를 위한 스파크플러스 라운지 서비스를 열었는데 출시 22개월 만에 누적 2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Q. 세 번째 비결은.

고도화된 운영 체계다. 36개 전 지점 이용 현황을 스파크플러스 앱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앱에서 발급받는 QR코드를 통해 복잡한 절차 없이 출입이 가능하며, 언제 어디서나 지점별 이용 현황을 확인하고, 회의실과 좌석 예약을 할 수 있다. 회의실의 경우 앱 출시 후 1년 동안 약 27만 시간이 예약됐을 정도다. 출입 시 발생한 QR태깅 수는 현재 누적 500만회가 넘는다. 앞으로도 고객들이 서비스를 더 다양하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앱과 웹을 고도화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스파크플러스의 QR코드 출입 시스템. (스파크플러스 제공)
Q. 위워크 위기를 곱씹어보면 공유 오피스는 지점 하나 열 때마다 사실 큰 투자비용이 든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사업 초기에 많은 외부 투자를 유치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다 자본 조달이 막히면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밖에도 공유 오피스 경영은 어떤 점이 어렵던가.

리소스(자본)가 충분하다면 누구나 뛰어들 수는 있는 사업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 운영해보면 난도가 상당히 높고 실제 ‘꾸준히’ ‘잘’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사업이다. 안정적으로 지점을 운영하며 기업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고, 빠르게 성장하며 모든 지점에서 적절한 수익성을 증명해 내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러나 매력적인 부분도 있다. 한번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면, 별도의 외부 투자 유치 없이도 지속적으로 사업 규모를 확장하며 고객 서비스를 고도화해갈 수 있다. 금번 연간 흑자전환은 스파크플러스가 이 구간에 도달했다는 시그널로서 의미가 깊다.

Q.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엔데믹) 후 사무 공간에 대한 각 기업 니즈는 어떻게 변하던가.

이전까지 기업들은 오피스를 움직일 수 없는 고정값, 즉 ‘부동산’으로 봤다. 그런데 지금은 필요한 만큼 유연하게 사용하기를 원하고 있다. 사무 환경은 기업의 근무 형태, 임직원의 니즈 변화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근무 형태에 있어 모든 기업에 동일한 정답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팬데믹 이후에 임직원이 직접 업무 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점이다. 즉, 이전에는 기업이 정한 본사, 근무지의 일괄적 출퇴근이 익숙했다면, 앞으로는 가장 업무 성과가 높고 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다양한 선택지를 갖는 것이 당연시될 것이다. 이에 따라 사무 공간에 대한 임직원 니즈는 점차 복잡하고 다양해질 것이고, 공유 오피스를 비롯해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서비스와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크게 열릴 것이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도 사무실은 ‘자산’이 아닌 보다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비용’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자체적으로 모든 니즈를 충당하기보다는 기업은 보다 본업에 집중하고, 다양한 비핵심 영역은 전문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점차 일반화될 것으로 본다.

(스파크플러스 제공)
Q. 미국은 상업용 부동산 위기론에 위워크의 파산설까지 더해지고 있다. 한국 상황은 어떤가.

한국은 미국 주요 도시 위기에 비해 그 성격이 다르다. 팬데믹 시기 서울·수도권 주요 상권의 오피스 공실률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상당 부분 해소됐다. 최근의 경기 위축으로 인해 일부 단기 조정은 있을 수 있으나, 위기라기보다는 팬데믹 시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수순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인구 감소와 산업 성숙도에 따른 거시적인 성장 정체에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성장기에 전국의 기업 임대차 시장이 약 100조원 규모로 성장하는 동안,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은 철저하게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이 과정에서 수요자, 즉 기업과 임직원의 니즈는 배제되고 단순 임대차의 관점에서 물리적 부동산의 운용에 초점이 맞춰져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존의 방식으로 복잡다단해져가는 수요자의 니즈를 충족하기는 점차 어려워질 것이고, 수요와 공급 간의 미스매치는 더욱 커져갈 가능성이 높다.

Q. 이런 때 한국 부동산 관련 회사들은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까.

이제 오피스 건물도 마치 호텔처럼 차별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시하며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를 위해 프롭테크를 접목해 오퍼레이션(운영)을 고도화해가는 것이 한국 상업용 부동산의 해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Q. 운영의 고도화, 프롭테크 접목이라... 말이 어렵다. 스파크플러스는 이런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나.

스파크플러스는 본사의 30% 이상이 테크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통해 모든 공간과 자산을 디지털화하고, 출입, 예약, 정산을 비롯한 전반적 운영과 서비스를 자동화해나가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것이 바로 QR코드 기반의 출입 시스템이다. 스파크플러스 사용자들은 일반적인 기업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목걸이 사원증이 필요 없다. 사원증은 분실과 오용의 위험이 있으며, 매번 등록과 발급을 수동으로 관리해야 하는 관계로 다양한 공간에 실시간으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QR코드 방식의 출입을 자체적으로 고안했다. 이 앱 하나로 언제든 전 지점을 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업 담당자들도 사용자에 대한 입출입 기록을 확인할 수 있어서 출결 관리 또한 가능하다. 사용한 만큼 과금되는 자동화 시스템을 갖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스파크플러스 앱을 들어가면 지점별 평면도를 볼 수 있다. 단순히 평면을 확인하는 용도가 아니고 사용이 필요한 공간을 클릭하면 해당 공간의 상태와 시스템을 볼 수 있고 예약도 가능하다. 한마디로 앱 하나로 스파크플러스 사용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고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단순히 공간 활용뿐 아니라 300여개에 달하는 기업 서비스 혜택을 앱을 통해 신청해 누릴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스파크플러스 제공)
Q. 공유오피스는 어떤 식으로 진화할까.

기업에는 더욱 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장하는 기업의 다양한 고민을 해결해주는 형태가 될 것이다. 부동산을 비롯한 공급자에게는 다양한 기업 니즈를 포괄할 수 있는 시스템과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 실제 스파크플러스가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신규 지점은 일반적으로 오픈 2개월 내에 만실이 될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견고한 재무 실적을 바탕으로 꾸준히 신규 지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다만 공유 오피스만으로는 모든 기업의 니즈를 충족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보다 다양한 형태의 공간과 운영 모델을 선보이며 더욱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겠다.

또한 공급자(부동산) 역시 스파크플러스의 고객이다. 그간 고도화해온 스파크플러스의 운영 시스템을 오피스 건물을 비롯한 상업용 부동산에 접목함으로써, 기존의 전통적으로 고착화된 건물 운영 방식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그간 폐쇄적으로 운영돼오던 공급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수 있도록 돕고, 수요자인 기업으로 하여금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갖고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사업 성장에 활용할 수 있게 사업 전략을 짜고 있다. 이렇게 업계 전반의 선순환을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 스파크플러스의 미션이라 할 수 있겠다.

박수호 기자, 이지홍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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