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선언' 정찬성, 10연속 메인이벤트의 전설

양형석 2023. 8. 2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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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26일 UFC on ESPN+ 83 대회에서 맥스 할로웨이에게 3라운드 KO패

[양형석 기자]

수 많은 명승부로 격투팬들을 감동시켰던 '코리안 좀비'가 옥타곤을 떠난다.

UFC 페더급 8위 정찬성은 26일(이하 한국시각) 싱가포르 칼랑의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UFC on ESPN+83'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페더급 1위 맥스 할로웨이에게 3라운드23초 만에 KO패를 당했다. 랭킹 1위 할로웨이를 꺾고 다시금 페더급 타이틀 전선으로 올라가려 했던 정찬성은 현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가 등장하기 전까지 페더급의 1인자였던 전 챔피언 할로웨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찬성은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나는 챔피언을 노리는 사람이라 3등,4등,5등은 의미가 없다. 내가 상위권 강자들에게 연이어 패한 것은 챔피언이 될 수 없다는 뜻"이라며 격투기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2011년 3월 '트위스터'라는 독특한 기술을 선보이며 레오나르드 가르시아를 꺾고 UFC 무대에 등장했던 정찬성은 격투기 전적 17승8패, UFC전적 7승5패의 성적을 남기고 현역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정찬성(오른쪽)은 자신을 쓰러트린 맥스 할로웨이의 존경을 받으며 옥타곤을 떠났다.
ⓒ UFC 공식 SNS 화면캡처
 
메인이벤트 출전이 '당연'했던 파이터

종합격투기에서 메인이벤트는 그 대회의 얼굴 역할을 한다. 메인이벤트의 무게감에 따라 격투팬들의 관심이 달라지고 이는 현장 티켓판매와 유료시청(PPV) 판매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UFC는 대회를 개최할 때마다 메인이벤트 선정에 각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정찬성은 '스턴 건' 김동현조차 커리어 내내 단 한 번 밖에 서보지 못한 메인이벤트 무대에 무려 10회 연속 출전했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가르시아를 트위스터로 꺾고 격투계에 일약 파란을 일으키며 UFC에 데뷔한 정찬성은 그 해 연말 마크 호미닉을 7초로 제압하며 UFC 페더급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정찬성은 2012년 5월 한창 떠오르는 신예였던 더스틴 포이리에를 상대로 첫 메인이벤트경기를 치러 4라운드 '다스초크'라는 서브미션 기술로 승리를 따냈다. 2013년8월 챔피언 조제 알도에게 도전했던 UFC 163 대회 역시 당연히 메인이벤트였다.

통한의 어깨탈구로 알도에게 패한 정찬성은 2014년 10월 사회복무요원으로 군에 입대하며 무려 3년 6개월의 공백기를 가졌다. 하지만 UFC에서는 3년 넘게 옥타곤을 떠나 있던 정찬성에게 2017년 2월 데니스 버뮤데즈와의 경기를 메인이벤트로 잡아줬다(1라운드 KO승). 경기종료 1초를 남기고 역전 KO패를 당하며 정찬성의 UFC 커리어에서 가장 아쉬운 경기 중 하나가 된 2018년 11월 야이르 로드리게스와의 경기 역시 메인이벤트로 열렸다.

승패와 상관없이 옥타곤에 오르면 관중들을 열광시키는 화끈한 경기를 보장하는 정찬성은 언제부턴가 메인이벤트가 당연한 파이터가 됐다. 2019년 6월 캘리포니아 그린빌에서 열린 헤나토 모이카노전에서 58초 KO승을 거둔 정찬성은 그 해 연말 UFC 부산 대회에서도 역시나 메인이벤트를 장식했다. 그리고 정찬성은 전 라이트급 챔피언 프랭키 에드가를 상대로 1라운드 KO승을 거두며 메인이벤트에 어울리는 파이터임을 거듭 증명했다. 

정찬성은 2020년 10월 사실상 타이틀 도전권이 걸려 있던 브라이언 오르테가와의 경기에서 판정으로 패하며 또 다시 주춤했다. 하지만 8개월 후 레슬링과 주짓수가 두루 뛰어난 터프한 파이터 댄 이게를 만장일치 판정으로 꺾고 페더급 정상급 파이터로서의 입지를 지켰다. 그리고 정찬성은 작년 4월 UFC273대회에서 볼카노프스키와 페더급 타이틀전을 치르며 9회 연속 메인이벤트 출전 기록을 이어갔다.

마지막 순간까지 펀치 휘두른 코리안 좀비

사실 정찬성은 볼카노프스키전 패배 이후 다음 경기 일정을 잡지 않고 개인 유튜브 채널 운영과 후임양성에 전념했다. 일부 격투팬들은 정찬성도 지난 2017년 6월 콜비 코빙턴과의 경기에서 패한 후 '현역 격투기 선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예능활동을 했던 김동현의 길을 따르게 될 거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실제로 정찬성 역시 현역 파이터로서 자신의 커리어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수시로 밝히곤 했다.

UFC 한국대회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의사를 꾸준히 밝히던 정찬성은 지난 4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게 된다. 바로 수 년 전부터 옥타곤에서 맞붙어 보고 싶다고 끊임없이 밝혔던 할로웨이가 먼저 정찬성과 경기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정찬성은 할로웨이전을 앞두고 타이틀 재도전 의사를 밝히기 보다는 할로웨이를 꺾고 싶다는 이야기만 강조했다. 그만큼 할로웨이는 '다음'을 생각하며 싸울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할로웨이는 역시 강했다. 정찬성은 경기 초반부터 할로웨이의 노련한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했고 회심의 훅도 커리어 내내 한 번도 다운을 당하지 않았던 할로웨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정찬성은 2라운드까지 할로웨이를 상대로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했고 3라운드 시작과 함께 저돌적인 러시를 선택했다. 하지만 할로웨이는 정찬성의 공격을 회피하면서 정확한 카운터를 정찬성의 턱에 적중시켜 KO승리를 따냈다.

정찬성은 할로웨이의 카운터를 맞고 쓰러지는 순간까지 허공에 왼손펀치를 휘두르며 '좀비'다운 근성을 보였다. 옥타곤을 넘어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던 할로웨이도 다시 옥타곤 안으로 들어와 쓰러진 정찬성을 위로했다. 할로웨이는 승리인터뷰에서도 "'UFC 레전드' 코리안 좀비를 위해 환호해 주세요"라며 관객들의 박수와 함성을 유도했다. 정찬성은 은퇴선언 후 글러브를 옥타곤 바닥에 두고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

정찬성은 통산 10번의 메인이벤트 중 6번을 북미에서 치렀을 정도로 높은 상품성을 인정 받았다. 정찬성이 한국 격투팬들 만의 레전드가 아닌 세계 격투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선수였다는 뜻이다. 지금도 많은 격투선수들이 '제2의 정찬성'을 꿈꾸며 UFC, 그리고 각 국의 격투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UFC 무대에서 10연속 메인이벤트에 출전하는 한국 파이터가 앞으로 다시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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