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브라위너? 골 없어도 2연속 '최고 활약'…토트넘 3G 무승+단독 2위, '캡틴 손흥민' 원동력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시즌 개막 후 3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는데 성공했다. 이 중심엔 단연 새로운 캡틴 손흥민이 있었다.
토트넘은 26일(한국시간) 영국 본머스 바이탈리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 시즌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AFC본머스 원정 경기에서 전반 17분 제임스 매디슨의 선제골과 후반 18분 데얀 쿨루세브스키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토트넘은 2승1무(승점 7)을 기록하며 웨스트햄과 득실차는 같고 다득점이 하나 부족한 단독 2위가 됐다. 해리 케인이라는 초대형 공격수가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뒤 팀 전력이 급감할 것이란 예상을 뒤집고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토트넘은 이날 전반 17분 페드로 포로의 패스를 받은 이브 비수마가 전진을 통해 페널티 박스 앞에 위치한 파페 사르에게 전달했다. 사르는 수비 뒤로 뛰어 들어가는 매디슨을 확인하고 침투 패스를 시도했다.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패스를 정확하게 받은 매디슨은 네투 골키퍼와의 일대일 기회에서 오른발 슛으로 가볍게 밀어 넣으며, 본머스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18분엔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데스티니 우도지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침투하는 우도지에게 2대1 패스를 건네며 본머스 수비를 뚫어냈고, 우도지의 컷백 패스를 빈 곳으로 쇄도하던 쿨루세브스키가 왼발로 가볍게 밀어 넣으며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의 침착한 패스 센스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본머스 원정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챙겨간 토트넘은 지난 2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2-0 승리에 이어 2연승 질주에 성공했다. 또 2경기 연속 클린시트를 기록하면서 안정된 수비력을 이어갔다.
한국 축구 팬들을 비롯해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이날 승리뿐만 아니라 손흥민 덕분에 눈이 즐거웠다.
본머스전에서 손흥민은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지난 맨유전에 이어 토트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맨시티 월드클래스 미드필더 케빈 더 브라위너 뺨치는 조율 능력으로 토트넘 팬들을 사로잡았다.
손흥민은 전반 3분 하프라인을 조금 넘어선 상황에서 직접 드리블 돌파를 통해 본머스 페널티박스 아크 정면까지 진출했다. 이후 손흥민은 매디슨과의 2대1 패스를 통해 본머스 수비 뒤편으로 쇄도했고, 페널티박스 우측 깊숙한 곳까지 진출했다. 이후 손흥민이 문전 앞에 위치한 선수들을 향해 컷백 패스를 시도했지만, 아쉽게도 본머스 수비진에 막혔다.
본머스의 실수로 잡은 결정적인 기회도 아쉽게 놓쳤다. 전반 14분 네투의 골킥이 매디슨의 발에 걸리며 전방에 대기했던 손흥민에게 향했다. 손흥민은 약간의 드리블 돌파 이후 직접 마무리하는 대신 더 좋은 위치에 있던 매디슨에게 연결하며 확실한 선제골 찬스를 노렸다.
그러나 매디슨의 낮고 빠른 슈팅은 방향을 읽은 네투의 다리에 막히며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어진 세컨볼을 히샤를리송이 헤더로 마무리해 보려 했지만, 높게 뜨며 잡히고 말았다.
전반 22분엔 매디슨과 함께 본머스의 압박을 뚫고 역습으로 기회를 만들었다. 본머스의 압박 상황에서 하프라인에 위치한 매디슨이 빈 곳으로 뛰어 들어가는 손흥민을 향해 롱패스를 전달했다. 손흥민은 수비수들을 뚫고 패스를 받았지만, 페널티박스 깊숙한 위치에서 멈추며 슈팅을 시도하기 어려웠고, 박스 중앙에 위치한 사르가 손흥민의 패스를 받으며 왼발 슛으로 마무리했지만, 슈팅이 제대로 임팩트 되지 않으며 네투 골키퍼 정면으로 약하게 흘러갔다.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던 손흥민은 전반 26분 첫 슈팅을 시도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튕겨 나온 볼이 자신에게 연결되자, 상대 수비수들이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왼발 발리슛으로 마무리했다. 슈팅은 본머스 골대 옆으로 벗어나며 유효 슈팅이 되지는 못했다.
손흥민은 후반 40분 본머스 페널티박스 안에서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잡기도 했지만, 왼발 슛이 높게 뜨며 본머스 골문을 위협하지는 못했다. 후반 44분에는 이반 페리시치가 역습 상황에서 중앙에 위치한 손흥민에게 뒷발로 흘려주며 기회를 만들어줄 뻔했지만, 아쉽게도 수비에게 걸리며 연결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에도 손흥민은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쿨루세브스키의 패스를 잡은 손흥민은 수비 3명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박스 정면에 위치한 벤 데이비스에게 공을 내줬지만, 데이비스의 슈팅은 뜨고 말았다.
이날 선발로 나와 90분 풀타임을 소화한 손흥민은 슈팅을 2번 밖에 차지 않아 시즌 첫 골 신고를 다음 기회로 넘겼지만 패스 성공률 85%(39번 시도 33번 성공), 기회 창출 4회, 드리블 돌파 성공률 67% 등을 기록하면서 토트넘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축구통계매체 '옵타(Opta)'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날 공격 장면 관여 9회(슈팅 2회+기회 창출 4회+슈팅으로 이어진 빌드업 3회)를 기록했는데, 본머스전 출전한 토트넘 선수들 중 손흥민보다 더 많은 공격에 가담한 선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또다른 통계매체 '풋몹(FotMob)'은 손흥민에게 평점 8점을 부여하면서, 득점을 기록한 매디슨(평점 8.1)과 쿨루세브스키(평점 82) 그리고 좋은 선방을 여러 차례 보여준 굴리엘모 비카리오(평점 8.2)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손흥민한테 평점 7점을 주면서 "전반전 동안 본머스에 몇 가지 문제를 일으켰고, 토트넘 두 번째 골장면에서 패스를 통해 발언권을 얻었다"라고 평가를 남겼다.
2023/24시즌을 앞두고 손흥민의 각오는 남달랐다. 2021/22시즌 리그에서 23골을 터트리며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던 손흥민은 지난 시즌 10골 6도움만 기록하면서 다소 아쉬운 한 해를 보냈다.
명예 회복을 목표로 삼고 있는 손흥민에 토트넘은 주장 완장을 맡겼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기존의 주장이었던 위고 요리스가 이적이 유력했고, 해리 케인도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주장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
토트넘은 2023/24시즌 동안 팀을 이끌어 갈 새로운 주장으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서도 캡틴을 맡고 있는 손흥민을 낙점했다. 이로써 손흥민은 지난 1882년 창단된 토트넘의 41번째 주장이자 비유럽 선수로는 최초로 주장 완장을 달게 됐다. 손흥민을 보좌할 부주장 자리엔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제임스 매디슨이 선임됐다.
많은 기대 속에서 주장 완장을 달고 나선 첫 경기인 브렌트퍼드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손흥민은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1-0으로 앞서가고 있던 전반전에 박스 안에서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주면서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후 실수를 만회하지 못한 손흥민은 후반 30분에 페리시치와 교체되면서 시즌 첫 경기에서 아쉬움만 남겼다.
다행히 손흥민은 시즌 첫 홈경기인 리그 2라운드 맨유전에서 개막전 때와 전혀 다른 경기력을 보여줬다.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손흥민은 토트넘 주장으로서 그라운드 곳곳에서 번뜩이는 패스를 뿌려 프리미어리그 전통의 강호 맨유를 위협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당시 4-2-3-1 전형에서 왼쪽 윙어로 출격한 손흥민은 날카로운 드리블 돌파와 키패스로 토트넘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축구통계매체 '풋몹(FotMob)'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날 기회 창출 4회, 드리블 성공률 60%(3/5), 몸싸움 승률 75%(6/8) 등을 기록하면서 토트넘의 플레이메이커로서 활약했다.
맨유전에 이어 손흥민은 본머스전에서도 득점보다 플레이메이킹 역할에 집중하면서 동료들에게 득점 찬스를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했다.
점점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한 친화력과 주장으로서의 품격도 한층 더 높아졌다. 매디슨이 선제골을 터트린 후 손흥민은 동료들과 함께 일명 '다트 세리머니'를 펼쳤다. 매디슨은 이번 여름 새로 영입된 신입생인데도 벌써 손흥민과 사이가 돈독해졌다.
후반 21분엔 주장으로서의 면모가 나타났다. 토트넘 선수들이 판정에 대해 항의하려고 심판한테 향하자 손흥민이 재빨리 동료들을 저지했다. 이번 시즌부터 팀 주장 외에 심판에게 항의를 하는 선수는 경고를 받을 수 있기에 동료들이 불필요한 경고를 받는 상황을 손흥민이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이어 토트넘에서도 주장으로서 어울리는 행동과 실력을 연달아 보여주면서, 손흥민 주장 체제하에 토트넘은 시즌 개막 후 3경기 무패(2승1패) 행진을 이어가면서 순항했다.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은 SNS을 통해 팬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기분이 좋다!! 재미있는 게임이었고, 우리들의 좋은 퍼포먼스와 원정 팬들의 응원이 놀라웠다"라며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길 바란다"라고 작성했다.
주장 손흥민에 대한 평가는 현재까지 매우 긍정적이다. 지난 22일 영국 '풋볼런던'은 "손흥민의 주장 선임은 놀라운 것이었지만 당연한 선택이었다. 이전에는 단순히 인기 있는 선수였으나 이제는 적극적인 리더가 됐다"라며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넘겨준 선택을 호평했다.
이어 "브렌트퍼드와의 개막전에서 응원을 온 토트넘 원정팬들에게 선수들을 데려가 인사를 시키기로 한 것도 손흥민의 아이디어였다"라며 손흥민이 토트넘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고 조명했다.
손흥민이 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면서 지난 시즌 리그 8위로 마무리해 유럽대항전 진출에 실패했던 토트넘은 초반이지만 3경기 무패를 달리면서 분위기를 타는데 성공했다. 손흥민이 몰고 온 바람이 시즌이 끝날 때쯤 어떤 결과를 만들어 놓을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사진=PA Wire/연합뉴스, 스탯맨 데이브, 옵타, 토트넘, 손흥민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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