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방 안에 없는 코끼리" 트럼프의 승리

뉴욕=조슬기나 2023. 8.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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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 없는 코끼리(The Elephant Not in the Room)."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지난 23일 밤(현지시간) 방송된 공화당 경선 첫 TV 토론회 직후, 주요 외신 헤드라인에 일제히 올라온 문구다.

바이어가 공화당 내 지지율 2위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신을 30~40%포인트 차이로 이기고 있다"고 말하자, 현장 방청객들은 크게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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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 없는 코끼리(The Elephant Not in the Room)."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지난 23일 밤(현지시간) 방송된 공화당 경선 첫 TV 토론회 직후, 주요 외신 헤드라인에 일제히 올라온 문구다. 방 안에 없는 코끼리가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명확하다. 통상 미국에서 코끼리는 공화당을 상징하는 동물이고,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는 피할 수 없는 문제를 뜻한다.

이날 토론회에는 총 8명의 후보자가 참석했지만, 공화당 대권 후보 중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피할 수 없는 존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이 자리를 꺼릴 이유가 많기도 했다. 당장 다음날 조지아주 구치소에 자진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폭스뉴스가 보수성향이라곤 하나 굳이 생방송에서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쟁점화할 필요도 없었다. 한 자릿수 지지율인 경쟁자들에게 굳이 먹잇감이 되는 것도 그렇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연합뉴스]

폭스뉴스의 토론회 진행자들은 거의 1시간에 가깝도록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이후 진행자 중 한 명인 브렛 바이어가 "잠시 시간을 내서 '방 안에 없는 코끼리'에 대해 이야기하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아도 공화당 후보로 지지할 것인지 손을 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참석한 8명 중 반대 의사를 표명한 후보는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와 아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 2명뿐이었다. 밀워키 스튜디오에 자리한 방청객들은 즉각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힌 후보들에게는 환호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후보들에게는 야유를 보냈다. 이날 토론회의 가장 큰 볼거리이자, 이 자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바이어가 공화당 내 지지율 2위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신을 30~40%포인트 차이로 이기고 있다"고 말하자, 현장 방청객들은 크게 환호했다.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던 디샌티스 주지사의 경우, 올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보수층 결집효과로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잃은 상태다. 현장의 환호에 디샌티스 주지사는 다소 경직된 듯한 미소만 지어 보였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역시 "우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말해 현장 방청객들의 야유를 받아야만 했다.

정치 신인인 인도계 기업인 비벡 라마스와미는 “기후변화는 사기”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반대" 등 거침없는 발언 효과로 이날 토론회에서 주목받았지만, 그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림자 밑이었다. 라마스와미가 아무리 '새로운 대세'로 부상한다 한들, 그가 "21세기 최고의 대통령"으로 칭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위협이 될 리는 없어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라마스와미의 해당 발언 동영상을 공유하며 "이것이 진실"이라고 적기도 했다.

우려대로 이날 토론회는 모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뒤따르는 '2위 싸움'에 그친 꼴이 됐다. 공화당원들의 높은 지지를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자신의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대다수 후보는 비판해야 할 부분에도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지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를 뽑기 위한 오디션이 아니었나'는 평가마저 나온다.

이번 토론회의 진짜 승자는 방 안에 없는 코끼리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달 말 열리는 공화당의 두 번째 경선 토론에 참석할 이유도 현재로선 찾기 힘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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