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도 모른채 죽는다…사람의 실수가 치명적인 '극한의 무기' [이철재의 밀담]

이철재 2023. 8. 27.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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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소셜미디어(SNS) 공간이 뜨거워졌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샹(商)급(093형) 공격 핵추진잠수함(SSN)이 대만 해협 근처에서 심각한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공격 핵잠은 원자력 엔진으로 움직이면서 적함을 탐지하고 공격하는 잠수함이다. 핵탄두 탑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는 전략핵잠수함(SSBN)과 임무가 다르다.

긴급부상 훈련 중인 미 해군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콜롬버스함(SSN 762). 미 해군


‘路德社lude media’라는 X(트위터) 유저는 “21일 오후 2시쯤 공격 핵잠 창정(長征) 4XX함이 대만 해협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는 보고가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로 올라갔다”고 밝혔다. 중국인민해방군은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군(國軍)이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당군(黨軍)이다. 그래서 중앙군사위가 인민해방군과 인민무장경찰 등 무장세력을 ‘지도’하는 최고 기관이다.

그는 뒤이어 “잠수함에 탄 장교 전원이 사망했고, 훈련생 7명도 목숨을 잃었다면”서 “사고 발생 지점은 (대만 해협 근처가 아니라) 황해(서해)”라고 정정했다. 그러면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중앙군사위 연합작전지휘중심(합동작전지휘센터)에 조사를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093형은 길이가 110m이며 배수량은 7000t(093A형)~7200t(093G형)이다. 최고속도는 수중에서 30노트(시속 56㎞)며, 최대심도는 300m로 추정된다. 무장은 533㎜ 어뢰 발사관이 6개고, 순항미사일을 16발(093A형)에서 24발(093G형)까지 싣는다. 승조원은 100명이다. 모두 6척이 실전배치 중이다.

093형은 ‘시끄러운 잠수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동중국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 바다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에 발각됐다. 2021년 093형 잠수함 2척이 남중국해에서 괌으로 이동하는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R08)을 뒤쫓다 호위함에 들켰다. 중국이 서둘러 095형(수이(隋)급) 공격 핵잠 개발에 나선 이유다.

중국은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정상회담에 반발해 20일부터 27일까지 서해와 대만해협에서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093형 사고설은 개연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해군 공개정보(OSNIT) 전문가인 H I Sutton은 자신의 X 계정에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미확인 정보이며, 주의 깊게 다뤄야 한다”고 썼다. 그는 공신력 있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중국 핵잠 침몰’은 인터넷으로 재빠르게 퍼져나갔다.

중국의 핵잠이 서해에서 사고가 났다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서해는 좁다. 그래서 핵잠에서 방사능이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된다면 바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대만 타이베이(臺北) 타임스에 따르면 순리팡(孫立方) 국방부 대변인이 22일 중국 잠수함의 사고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해군 측도 “관련 상황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H I Sutton도 “앞서 올린 포스팅을 지웠다”며 “루머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밝히면서, 소동은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2003년 서해에서 잠수함을 잃은 중국

사실 중국은 서해에서 잠수함 사고로 많은 인명을 잃은 적이 있다. 2003년 5월 2일 중국 신화통신은 해군 잠수함인 361함이 기계적 결함 때문에 승조원 70명 전원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앙군사위 주석이 사망 해군 장병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신화사 보도 이전까지 사고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공격 핵추진잠수함(SSN) 093형


앞서 4월 25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네이창산(內長山)도 근처 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어부가 ‘유령선’을 발견했다. 바다 위로 잠망경이 둥둥 떠내려갔다고 한다. 어부는 즉시 신고했고, 현장으로 출동한 중국 해군은 처음엔 한국이나 일본의 잠수함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사고 잠수함은 중국 해군 361함으로 밝혀졌다.

중국 정부가 그동안 일급비밀로 감추던 군대 내부 사고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영국의 가디언은 중국 정부가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를 은폐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좀 더 개방적 접근을 요구한 결과 사고 소식을 밝혔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핵잠이 침몰했다는 소문이 돌자 이를 잠재우려고 사실은 재래식 잠수함 사고를 공개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361함은 중국의 북해함대 소속 재래식 잠수함인 밍(明)급(035형) 장청(長城) 61함이었다. 361함은 디젤 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든 뒤 이 전기로 프로펠러와 연결된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으로 항해한다. 당시 361함은 서해 보하이(寶海)만의 산둥(山東)성 장산(長山)도 근처 바다에서 미국 태평양 함대를 가상으로 공격하는 훈련을 벌이던 중이었다.

361함의 항해 일지에 마지막으로 쓴 날짜는 4월 16일이었다. 361함은 장산도 해역을 벗어나 웨이하이(威海) 기지로 돌아가던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열흘간 바다에서 떠돌았다는 의미다.

승조원 70명 전원은 자기 자리에서 쓰려져 숨져 있었다. 사망 원인은 질식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채 바로 사망한 것으로 보였다.

361함의 정원은 55~57명이었다. 사망자 중 루샨(旅順) 기지의 잠수함 지대 부사령관인 청푸밍(程福明) 제독과 해군 사관학교 생도 13명이 훈련을 참관하려고 추가로 탑승한 것이다.

인민해방군 해군은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해 자세히 밝히진 않았다. 그래서 여러 ‘썰’들이 난무했다. 우선 함 내로 들어온 바닷물이 배터리에 닿은 뒤 치명적인 염소가스가 나와 승조원이 숨졌다는 가설이다. 잠수할 때 해치(개폐식 원형 출입문)를 제대로 닫지 않았거나 물이 샜다는 추정도 있었다.

또 다른 가설은 361함이 공기 불필요 추진 시스템(AIP)을 시험하고 있었는데, AIP 불량으로 산소 부족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AIP는 외부의 산소공급 없이 추진 동력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재래식 잠수함은 잠항 상태에서 산소가 떨어지면 수면 가까이 올라간 뒤 스노클을 물 밖으로 내 산소를 잠수함 내부로 끌어와야 한다.

그런데 AIP가 있으면 오랫동안 스노클링(스노클 작동)을 하지 않고 잠항할 수 있다. 해군의 손원일급(214급ㆍ1700t) 잠수함은 AIP 덕분에 장보고급(209급ㆍ1200t) 잠수함보다 잠항 시간이 더 길다.

361함이 실수로 너무 깊이 잠수한 뒤 부상하지 못한 채 해저에 갇혀 승조원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가설도 있다. 361함의 사고 원인은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미얀마 해군 잠수함. 중국이 중고 035형 잠수함을 미얀마에 기증했다. 미얀마 정부


이후 2005년 361함과 같은 급의 잠수함이 남중국해에서 화재를 일으켜 기지로 예인됐고, 2011년 핵잠이 보하이만에서 사고가 나 방사성 물질을 유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침묵하거나 부인했다.


2000년 이후 잠수함 사고 38건이나 발생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과 소련은 핵잠 개발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 과정에서 사고가 여러 번 일어났다.

2002년 영화 'K-19 위도우메이커' 포스터. 파라마운트 픽처스


1961년 7월 3일 소련의 제1세대 SSBN인 호텔급(658급) K-19함이 냉각계 수압 저하와 방사능 유출로 침몰 위기를 맞았다. K-19 승조원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원자로를 식혀 간신히 귀항했다. 승조원 8명은 3주 안에 죽었고, 수십 명이 이후 사망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정확한 희생자 수는 아직도 비밀이다.

2002년 미국 헐리우드에서 이 사고를 소재로 ‘K-19 위도우메이커’라는 제목으로 영화로 만들었다.

미 해군도 사고로 핵잠을 잃었다. K-19와 같은 원자로 이상 때문은 아니었다. 1963년 4월 10일 스레셔함(SSN 593)이 침몰했다. 미 해군은 사고 조사 결과를 감췄지만, 2020년 군사 사학자 제임스 브라이언트가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 져 내용이 공개됐다.

함 내 해수 파이프 연결 부분을 용접이 아닌 은땜을 사용한 것이 직접적 원인으로 추정됐다. 은땜은 용접보다 내구성이 낮다. 심해 잠항 중 수압을 못 이기고 터져 나가면서 침수가 일어났다. 원자로가 곧바로 멈췄다. 숙련도가 떨어졌던 승조원들은 침수를 막을 수 없었다.

1968년 5월 22일 작전 중이던 스콜피언함(SSN 589)이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스콜피언호가 마지막으로 보낸 통신문은 ‘소련 잠수함 추적 시작’이었다. 사고 원인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어뢰가 잠수함에서 갑자기 작동해 강제로 발사됐는데 스콜피언으로 돌아와 침몰했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2000년 이후에도 잠수함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세상에 알려진 사고만 38건이다. 2016년 3월 11일 동해에서 북한 잠수함이 침몰한 사고도 있었다. 모든 사고에서 잠수함이 침몰하거나 인명을 잃는 것은 아니다.

2000년 8월 12일 노르웨이 바렌츠 해에서 일어난 러시아의 핵추진 순항미사일 잠수함(SSGN)인 K-141 쿠르스크함 사고가 가장 유명하다. 수색 작전 결과 쿠르스크함이 108m 바닷속에 가라앉은 게 포착됐다.

러시아 해군은 구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서방국가들이 구조를 돕겠다지만 러시아는 이를 뿌리쳤다. 핵잠 정보가 빠져나갈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작전 2개월 만에 시신 12구와 일부 장비를 인양하는 데 그쳤다. 승조원 118명 전원 사망의 참사였다

쿠르스크함 잔해. 위키피디아


사고 원인은 용접이 불량했던 어뢰였다. 이 어뢰를 장전하는 순간 용접 불량 부위가 부서진 뒤 추진제인 과산화수소가 서서히 누출됐고, 어뢰의 연료인 등유와 반응해 폭발한 것이었다.


끊임 없는 훈련만이 잠수함 사고를 막아

아르헨티나의 산후안함(2017년), 인도네시아의 낭갈라함(2021년) 등 최근에도 잠수함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잠수함은 정말 위험한가?

해군의 함정 내 소화방수 훈련. 해군교육사령부


해군 잠수함 함장 출신인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잠수함은 절대 가라앉지 않도록 설계됐다. 사고가 났다면 대부분 인재”라고 설명했다. 산후안함의 경우 정비 불량이 원인으로 꼽힌다. 낭갈함은 어뢰발사 훈련 도중 발사구를 제대로 닫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의 실수는 치명적이다. 2017년 인도의 SSBN인 아라한트함이 갑자기 긴급 수리에 들어갔다. 냉각수 파이프 대부분을 갈아 끼우는 대공사였다. 원인은 정박 중 뒤쪽 해치를 실수로 열어놨고, 이곳으로 바닷물이 들어온 것이었다.

문근식 교수는 “잠수함 사고는 훈련부족ㆍ안전수칙 미준수ㆍ정비불량 때문에 주로 일어난다”며 “그래서 훈련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잠수함 승조원은 소화 훈련과 방수 훈련을 가장 열심히 한다. 출항해도 시도 때도 없이 함장이 비상을 걸어 승조원을 훈련한다. 긴급부상을 하기 위해 총원(전 승조원)을 함미나 함수에 모이게 하는 훈련도 벌인다.

미 해군은 스콜피언함 사고 후 잠수함 안전프로그램(SUBSAFE)을 만들어 잠수함 건조와 승조원 훈련, 정비, 관리 등 절차를 엄격히 관리했다. 이후 미 해군이 잃은 잠수함은 없었다.

예전에는 탈출하려면 바다 위로 긴급부상하는 방법밖엔 없었다. 요즘 잠수함엔 탈출복ㆍ구명구 등이 갖춰져 있다. 또 잠수함 구조함이 구조 챔버ㆍ심해 구조정로 잠수함 승조원을 꺼낼 수 있다.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잠수함은 수중이라는 극한의 환경속에서 작전하기 때문에 작은 사고라도 승조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성숙하고 검증한 기술만을 사용해야 하며, 주기적인 정비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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