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은 "민주당은 '안 움직여 살찐 돼지'…국민에 효능감 못 줘" [4류 정치 청산 - 연속 인터뷰]
靑부대변인·이재명 대선후보 선대위 대변인 등 역임
"野, 정부 제대로 견제 못해…70석 때보다 화력 약해"
"국민 불신 씻어내는 시작점은 혁신안 수용되는 것"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열세 번째 순서로 증권금융 전문가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청년소통정책관을 거쳐 부대변인을 역임하고, 현재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 상임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세은(42) 민생경제연구소 공동소장을 만났다.
임세은 민생경제연구소 공동소장의 정치 입문 계기는 다소 특별하다.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후보가 대선 후보로서는 처음으로 선거자금을 국민에 빌리는 펀드를 만들었는데, 임 소장이 이른바 '문재인 펀드' 1호 가입자로 선정된 게 계기가 됐다.
임 소장은 여러 증권사에서 근무하며 펀드매니저·재무설계사 등 다수의 금융 자격증을 보유한 증권금융 전문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는 청년소통정책관으로 재직하며 '청년기본법 시행' '청년의 날 제정' 등 청년 정책 설립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정치 펀드로는 최초였던 NFT 기반의 '이재명 펀드' 기획에 함께하기도 했다.
이처럼 민생경제 전문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임 소장은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실패한 자에게 가혹하지 않은 나라'가 되지 않기 위해 정책을 보완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우리나라가 단 한 번도 1%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적이 없는데, 지금 2년 연속 그 수치에 머물고 있다. 가계부채도 세계 1위"라며 "정부는 전혀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빚을 못 갚는 사회가 돼 버린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빚 때문에 실패가 굳어져 버리는,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상황을 보완하고 싶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정치권의 행보가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민주당에 대해서는 '움직이지 않아 살찐 돼지'로 표현했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대승을 거둬 역대급 규모의 야당이 됐지만, 정부와 대차게 싸우기보다 의원 개개인이 자기정치에 더 열중해 국민에 야당으로서 '정치적 효능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임 소장의 주장이다.
아래는 임세은 민생경제연구소 공동소장과의 인터뷰 전문.
Q.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1995년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는 발언을 남겼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흘렀지만 우리 정치는 오히려 퇴보하는 것 같다는 게 국민들의 여론.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진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저는 정치가 아직은 4류라고는 생각 안 한다. 왜냐하면 정치권이 아무래도 맨날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지 않았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말이 오히려 정치 혐오를 더 부추기는 것 같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없어지는 게 어떻게 보면 윤석열 정부나 여당한테는 좋은 일일 수 있다. 그래서 저는 4류 이런 말에는 별로 동의가 안 된다. 물론 국민 수준이나 경제 수준보다는 정치가 그걸 다 못 따라갈 수는 있긴 하겠지만,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정치권이 다투고 싸우고 대립하고 그런 모습들 때문에 국민으로 하여금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은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60%대로 나타나는데, 국민의 60%가 그렇게 생각하니 야당이 견제와 균형을 좀 잘했으면 좋겠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 '중도병'이라고 해서 야당이 견제를 잘하지 못하면서 말로만 '이러면 중도가 이탈된다' '역풍 분다' 언급하는 것 자체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Q. 민주당만 놓고 본다면 어떻게 평가하는가.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당한 것, 결국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일 수도 있고 아니면 민주당에 대한 심판일 수도 있다. 여당에서 야당이 된 게 뼈아프다. 국민이 2020년 총선에서 거대 의석을 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민주당에 '추진력 있게 일을 잘해라' 이렇게 당부한 것인데, 여당일 때는 이런 기조가 이어졌는데 야당이 된 이후로 위축돼 있는 것 같다. 숫자(의석수)를 다 활용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국민이 답답한 것이다.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일들을 하는 것 같다.
여당일 때는 우리끼리 싸울 수도 있고 다양한 의견을 낼 수도 있지만, 야당일 때는 오히려 한목소리로 우리가 정부여당을 견제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견제를 전혀 하고 있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게 결국 국민에게 야당으로서의 효능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 발(發) 논란에 사과 하나 못 받는 야당이 어떻게 존립할 수가 있느냐. 국민이 그래서 황당하고 화가 나는 것이다. 저는 정부·여당이 야당을 무시하는 행위에는 야당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Q. 이재명 대표 등 당내 '사법 리스크'로 인해 이전보다 추진력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부분도 물론 있다. 언론에 보도되는 민주당의 모습은 당대표가 검찰에 소환되고, 우리끼리 싸우고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 그런 모습이 너무 부각되다 보니까 국민은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그게 그거다, 똑같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윤 대통령 부정평가층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당대표가 말 그대로 당의 대표이지,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럼 그 역할에 맞는 역할만 하면 되는데 (당 안팎에서)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것 같다. 이 대표가 우리 당의 대선후보였고, 또 민주적 절차를 거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대표가 됐지 않나. 그러면 좀 믿어주고 신뢰를 보내줘야 하는데 정치권 논리에 너무 휘둘리는 것 같다.
사법 리스크 얘기에 동조할 필요가 없다. 이건 계파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다른 당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당대표를 흔드는 건지 매우 답답하다. 우리끼리 안에서 물어뜯고 싸우니까 정부·여당이 야당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안에서 흔들어버리니 약한 야당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Q. 근데 당에서는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건 당에 전혀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끼리 안에서 토론할 수는 있다. 건전한 토론은 당연히 민주당이니 다양한 의견이 있는 건 옳지만, 당의 발전을 위한 쓴소리를 자꾸 바깥에서 하는 게 당을 흔드는 것이라고 본다. 내부적으로 비판하고 뭔가 자정 작용이 있으면 자정을 하고 그러면서 또 당연히 더 나아갈 수 있게 해야지 끊임없이 바깥에, 언론에 먹잇감 주기만 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뭉쳐서 제대로 정부·여당과 싸워라'라는 게 국민의 의견이지 누구 내려와라 하는 것도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Q. 검찰이 9월 중에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이는데, 당 구성원들이 어떻게 대응하는 게 바람직한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상황이 온다면 당연히 부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당대표 잡아가라고 내주는 게 말이 되느냐. 계파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존엄과 관련된 것이다. 그게 정치검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당대표가 누가 됐더라도, 심지어 공개적으로 당대표를 비판하는 비명계 의원들이 당대표였어도 똑같은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이제 당도 이 대표를 믿어주고 서로 간에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윤석열 정부는 제일 싫어할 것이고, 민주당이 분열되는 모습을 제일 원할텐데 그 원하는대로 우리가 해줄 필요는 없다.
Q.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혁신안은 어떻게 평가하나.
대의원제 폐지, 공천룰 변경 제안 등은 당원의 눈높이와 가장 잘 맞는 것으로 평가한다. 시대가 변하면 당도 거기에 맞춰서 변해야 한다. 법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꾸는데, 대의원제 같은 경우는 우리가 민주당이라는 당이 전국 정당이 아니었을 때, 주로 호남에서만 지지를 받는 당이었을 때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고, 권리당원도 120만명이 넘었다. 권리당원은 전국 분포도가 고르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뭔가. 1인 1표 아닌가. 돈 많다고 1000표 받을 수 없듯이 민주당도 표의 등가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대의원이라는 지위는 유지를 해도 이 등가성은 동일해야 한다. 그게 민주적이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출마 제한'도 예전에 '장경태 혁신안'에서도 논의가 됐었던 것이고, 열린민주당과 합당 할 때도 약속돼 있던 것이다. 근데 어느 순간 스리슬쩍 이 얘기가 사라졌다. 이 내용이 혁신의 가장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한다. 3선 이상 하신 분들은 유리하지만, 국민들의 피로감도 높다. 이 혁신안을 처리 못하면 민주당이 간판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Q. 혁신안 수용 여부가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168석이라는 초유의 거대 야당이 오히려 1988년 평화민주당이 13대 총선에서 70석을 확보했을 때보다 화력이 덜한 것 같다. 의석이 많은 만큼 그 한 명 한 명은 169분의 1밖에 안되는 것이다. 지금은 의원들이 168석이라는 숫자 뒤에 숨어서 자기정치에만 더 열중하는 것 같다. 지금 민주당은' 움직이지 않아 살찐 돼지' 느낌이다. 국민은 민주당이 168석을 가지고도 제대로 못한다고 보는데, 지금처럼 하면 내년 총선에서 표를 주겠나. 그런 불신을 빨리 씻어줘야 하는 게 민주당의 역할이고, 그 시작점은 혁신안이 수용되는 것이다.
Q.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고, 정치개혁이 이뤄지려면 참신한 인재를 다양하게 수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22대 국회에 입성하면 어떤 의정활동을 펼치고 싶나.
우리나라는 너무 실패한 자들에게 가혹하다. 청년이 됐든 나이가 들었든 한 번 실패하면 일어나기가 너무 힘든 환경이다. 우리나라가 단 한 번도 1%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적이 없는데, 지금 2년 연속 그 수치에 머물고 있다. 가계부채도 세계 1위다. 그런데 정부는 전혀 문제 의식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빚을 못 갚고 있는 사회가 돼버린 것이다. 실패가 오히려 더 굳어져 버리는,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기본금융'과 같은 정책을 보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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