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당당하게 처리해야 [이기선 칼럼]

데스크 2023. 8. 2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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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나 국회의원들 그동안 불체포특권 악용
비회기중 ‘방탄 국회’ 열더니 이제 비회기중 영장 청구하라니
민주당, 체포동의안 국회 제출되지 않도록 조직적 방해
‘정당한 영장 청구’ 아니라는 자료나 근거없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DB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까지 듣는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그 오명에 걸맞은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8월 임시국회 일정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것도 그 하나다. 국회법상 8월 임시국회 회기는 16일부터 31일까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종료일을 25일로 앞당기는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에서 강력하게 반발함에도 민주당이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돼 있다.

회기 중에 국회의원을 체포 또는 구금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중대한 범죄 혐의가 있는 국회의원들도 그동안 이 불체포특권을 악용해 구속을 면해 왔다. 이 대표도 그중 한 명이다. 지난 2월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제출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불과 10표 차로 가까스로 부결됐었다. 그동안 민주당은 비회기 중에 영장이 청구될 것을 우려해 이른바 ‘방탄 국회’를 몇 차례 열었다. 심지어는 전례 없이 공휴일인 삼일절에 3월 임시국회를 개원해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17일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조사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하며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회기 중에 영장 청구해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꼼수를 포기하고 당당하게 비회기 때 청구하라”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방탄 국회’를 열기에 급급했던 민주당도 태도를 바꿨다.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정기국회 기간 중에 영장을 청구한다면 명백한 정치공작”이라며, “8월 임시국회가 방탄 국회가 되지 않도록 비회기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그동안의 태도를 180도 바꾼 이유는 자명하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할 경우, 현재의 민주당 내 분위기로 보아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이 대표의 리더십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책임 문제를 둘러싸고 당 내분이 격화되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민주당 의원들이 뭉쳐서 부결시키게 되면 그동안 당당하게 임하겠다던 이 대표는 식언 논란에 휩싸이고, 민주당은 당 대표 방탄에 앞장섰다는 비판에 휩싸일 게 뻔하다. 민주당으로서는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언론보도를 보면, 검찰은 이 대표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소환조사를 한 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묶어 9월 중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또다시 방탄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친명계 원외인사들이 주축이 된 ‘더민주전국혁신회의’ 1차 전국회의에 참석한 민형배 의원은 “(체포동의안) 투표를 시작하면 민주당 의원이 일제히 빠져나오면 된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 전원(167명)이 퇴장함으로써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이라는 표결 요건 자체를 성립시키지 말자는 것이다.

또한 정청래 최고위원은 “(당 대표를) ‘잡아가지 말아라’라고 얘기해야 할 의원들이 ‘잡아가라’고 도장 찍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부결시켜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박찬대 최고위원도 한 라디오방송에서 “정당한 영장 청구라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아주 당당하게 부결표를 던질 것이다. 이런 의원이 나 한 사람 만이겠느냐”고 말했다. 막연히 ‘정당한 영장 청구’가 아니라고 할 것이 아니라 무슨 자료를 갖고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밝혀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국민들이 수긍할 것 아닌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대립과 갈등이 점차 격화되고, 정치권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봐야 되는지, 국민들도 너무 피곤하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신성한 의정단상에서 한 대국민 약속이 부디 이행되길 기대한다. 체포동의안이 제출된다면, 민주당도 퇴장이나 ‘부결 당론’과 같은 방법으로 의원들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표결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민주정당의 모습이며, 민주당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글/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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