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에 전해달라"…尹, 정상회의마다 이런 부탁 받는 이유
“혹시 바이든 대통령한테 이 말을 좀 전해줄 수 있을지…”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들어 다른 나라 정상이나 국제기구 수장을 접견할 때, 이런 부탁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이의 이른바 ‘케미’가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할 민원을 대신 넣어달라는 요청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미국과 가깝다고 생각한 나라의 정상도 이런 말을 해 놀란 적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외교가에선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의 관계가 과거 그 어떤 한·미 정상보다 돈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자 사무실 책상에 놓여있는 ‘모든 책임은 여기에서 끝난다(The Buck Stops Here!).’는 글귀가 적힌 탁상 푯말은 바이든 대통령이 선물한 것이다. 지난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달려가 반갑게 인사를 나눈 장면은 G7 정상 사이에도 화제가 됐다. 당시 만찬 때도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옆자리에 앉아 2시간가량 중산층 정책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귀국 뒤 국무회의에서 “중산층을 재건하고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라”고 지시했는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산층 확대가 자유민주주의 확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두 정상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지난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부친상을 당한 윤 대통령을 위로하며 조화를 보냈다. 어깨동무를 하고 캠프 데이비드를 산책하면서는 “자상하면서도 엄한 아버지, 자녀에게 많은 영향을 준 아버지를 뒀다는 점에서 우리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고 윤 대통령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윤 대통령이 전화로 감사 인사를 전할 때도 바이든 대통령의 첫 일성은 “헬로우 마이 프렌드”였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를 마친 지난 20일 귀국 전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은 따뜻한 사람”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국빈방문 만찬에서 미국 팝 가수 돈 매클레인의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사랑했던 큰아들 고(故) 보 바이든과 즐겨 부른 팝송이었다. 윤 대통령은 만찬장에서 건배 제의를 하면서 아일랜드 출신인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셰이머스 히니가 번역한 책에 나오는 “존경받는 행동이야말로 모든 사람 사이에서 힘을 얻는 길”이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아일랜드계인 바이든 대통령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동맹임에도 한·미 정상 간의 관계가 항상 좋았던 건 아니다. 2001년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디스 맨(This man)’이라 언급한 일화는 대북 정책에 대한 양국 간의 입장차를 보여준 사례로 거론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퇴임 뒤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지도자로서, 협상가로서 약했다”고 비판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추구하는 가치와 개인적 성향이 비슷하고, 윤 대통령의 한·일 관계 복원을 미국에선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두 정상의 신뢰가 깊은 지금 윤석열 정부는 한·미 확장억제협의체(NCG)의 완전한 제도화 등 실질적 성과를 얻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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