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 적자인데" vs "지역화합"…'4조' 달빛고속철도 논란
경제성이 낮아 20여년간 번번이 좌절됐던 대구-광주 ‘달빛고속철도’ 사업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됐다. 이에 여야는 “지역 화합과 발전을 위해 뭉쳤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나라 살림이 적자인 가운데 4조5000억원대 국책 사업 경제성 평가를 특별법으로 건너뛰자는 것이어서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의원 261명 발의
26일 국회와 대구시 등에 따르면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 22일 국회에 발의됐다. 특별법안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했다. 여기에 여야 국회의원 261명이 서명해 헌정 사상 가장 많은 의원이 동참했다. 국민의힘 109명, 더불어민주당 148명, 정의당 1명, 무소속 3명이다.
법안에는 총 사업비 4조5158억원에 이르는 철도 건설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고속철도 역사 주변 지역 개발 등 내용이 담겼다.
잼버리 명분 새만금공항과 비슷
이 고속철도는 대구와 광주가 오는 2038년 ‘대구·광주 아시안게임’ 공동유치를 명분으로 추진했다. 전북도가 ‘새만금 잼버리’란 국제대회를 명분으로 새만금국제공항 예타면제를 받아낸 것과 비슷하다. 달빛고속철도가 개통하면 광주에서 대구까지 1시간대로 이동할 수 있다. 고속철도명인 ‘달빛’은 대구 옛 이름인 달구벌과 광주의 순우리말 빛고을 첫 글자를 각각 따왔다. 광주 송정역을 출발해 광주역~전남(담양)~전북(순창·남원·장수)~경남(함양·거창·합천)~경북(고령)을 거쳐 서대구역까지 6개 시·도 10개 시·군·구를 지난다. 총연장은 198.8㎞다.
대부분 군 단위 지자체 통과
이날 발의된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은 입법예고, 법사위 심사 등을 거쳐 빠르면 11월 중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지역 정치인들은 “지역 화합과 국토균형개발을 이루게 됐다”며 특별법 발의를 반기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달빛고속철도가 특별법으로 재탄생하게 된 건 여야 정치권이 전향적으로 협력했기 때문”이라며 “(달빛고속철도는) 상극으로 치부되던 영·호남도 협력하면 서로가 윈윈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실증적 사례”라고 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같은 날 보도자료에서 “달빛고속철도는 사람과 도시, 영호남을 이어 동서 화합이라는 묵은 과제를 해결하고 영호남 상생 발전과 나아가 국토균형개발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윤 원내대표도 “이 철도는 단순히 경제성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화합을 넘어 국민통합이라는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특별법이 통과하면 초대형 국책사업이 예비 타당성을 받지 않게된다. 이용자가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 달빛고속철도는 동서화합과 국토균형개발을 위한 영호남 숙원사업으로 1999년부터 줄곧 검토했지만 낮은 경제성 때문에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되지 못했다. 앞서 2021년 3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사전타당성 조사에서는 비용·편익(B/C) 수치가 0.483으로 나타났다. 이 값이 1.0보다 커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유사 구간, 88고속도로도 이용자 적어
달빛내륙고속철과 유사한 구간을 달리는 광주대구고속도로(옛 88올림픽고속도로)만 해도 통행량이 주변 고속도로보다 극히 적다고 한다.
해당 고속철도 노선이 통과하는 지역은 대도시인 대구와 광주를 제외하고 대부분 인구가 적은 시·군 지자체다.
특히 나라 살림이 적자인 상황에서 수조원이 소요되는 사업 진행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상반기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83조원 적자를 나타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수요와 경제성 검토를 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이정희 서울시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비용·편익 수치 0.4점대는 사실상 고속철도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다는 의미다”라며 “지역 간 화합과 발전이란 추상적 명분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돈을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형태의 사업과 교통수단으로도 상징적인 측면은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데 4조원이 넘는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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