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초월한 대저택, 토레 델 팔코
바람이 분다. 그림 같은 비코 호수가 반짝이는 이탈리아 중부의 라치오 북쪽, 론칠리오네 도심에서 2마일 떨어진 곳엔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너른 땅이 펼쳐진다. 방대한 정원 위로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흐드러지고, 1930년대에 만들어진 정원과 폭포 분수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작가이자 영화 제작자 파올라 일리오리(Paola Igliori)는 1920년대 마치니 광장 분수, 버질리안 공원 등을 만든 라파엘레 데 비코(Raffaele de Vico)의 손길이 닿은 거대한 정원과 건축물을 상속받았다. 파올라 일리오리는 로마에서 태어났지만, 오랜 시간 뉴욕에서 살았다. 그는 방치돼 있던 사유지를 수년간 애정을 담아 휴양지로 바꾸었고, 이탈리아로 거처를 옮겼다. 시간이 멈춰 있었던 사유지는 파올라가 사는 집이자 여행자에게 영감을 주는 명소가 됐다.
일리오리는 버려져 있던 건축물의 대부분을 복원했지만 딱 한 곳, 오래된 탑 주변에 있는 19세기 전원주택 ‘토레 델 팔코(Torre del Falco)’는 손대지 않았다. 아들이자 카스텔로 로미토리오의 CEO인 필리포 키아(Filippo Chia)의 오랜 버킷리스트를 위해서였다. 필리포 키아가 스물한 살이던 2004년, 그는 뉴욕대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있었다. 그해 여름, 키아는 이탈리아로 돌아와 여느 때처럼 토스카나 지역 몬탈치노 주변 와이너리 카스텔로 로미토리오 사이를 오가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8세기엔 식물원이었던 터 위에 지은 집은 1950년대 이후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았다. 헤이즐넛 숲 한가운데 있는 사유지. 키아는 오랜 시간 고립돼 있던 전원주택과 탑에 호기심이 생겼다. 가시덤불로 뒤덮이고 지붕이 무너져 내린 건축물은 신비롭지만 조금 섬뜩하기도 했다. 초록, 파랑, 보라 등 태초의 공간을 상상케 하는 파스텔 톤의 페인트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는 193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복원하기로 결심했고, 재건축을 맡은 피에트로 벨레이(Pietro Belei)와 본격적으로 의논하기 시작했다.
‘매의 탑’이라는 뜻의 토레 델 팔코에는 우아한 계단이 있다. 키아는 카프리에서 유명한 모더니즘 건축물 말라파르테에서 영감받아 개방형으로 복구했다. 이탈리아의 고대 국가였던 에트루리아 스타일의 거대한 화병이 놓인 책장과 헤르쿨라네움에 경의를 표하는 벽화가 있는 1층 서재까지. 건물 안팎을 둘러싼 모든 것에 필리포 키아가 로마 고고학에 가진 애정을 오롯이 담았다.
공간 내부에는 르네상스 저택의 우아함과 중세시대 전원주택의 한적함이 느껴지길 바라며 건축 역사를 파고들었다. 1990년대 초에 지은 유서 깊은 대저택 빌라 콰트로 벤티에 있던 18~19세기 수공예 타일을 떼어와 토목공학자였던 조르조 프란케티에게 고대 로마식 테라코타 시공법을 직접 배워 마감했다. 실용성을 추구하며 슬며시 잊힌 미학적 건축세계가 이곳 론칠리오네에서 되살아났다. 실험적이고, 시대를 초월한 예술 작품으로 거듭난 토레 델 팔코의 시간은 영원을 간직한 채 흐르고 있다.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