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선수 기습 입맞춤' 스페인 축구협회장, 일단 90일 정직

배재성 2023. 8. 2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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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월드컵 결승 시상식 강제 입맞춤으로 논란이 된 스페인축구협회장. AP=연합뉴스

여자월드컵 시상식에서 선수에게 기습적으로 입맞춤을 해 논란이 된 스페인 축구협회장에게 일단 90일간 직무 정지 징계를 내렸다.

FIFA는 26일(현지시간) “호르헤 이반 팔라시오 징계위원장은 징계 규정 51조에 근거해 이날부터 축구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루이스 루비알레스 회장의 권한을 잠정적으로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는 스페인뿐만 아니라 국제적 활동에도 적용된다”며 “오늘부로 발효돼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90일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FIFA는 루비알레스 회장이 기습적으로 입을 맞춘 자국 여자 선수 헤니페르 에르모소에게 당분간 접근하지 못하도록 추가 명령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제3자를 통한 접촉도 허용되지 않는다.

FIFA는 “이는 에르모소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징계 절차 중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며 징계 여부 등 최종 조사 결과를 추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징계위의 조치는 스페인축구협회를 비롯해 유럽축구연맹(UEFA)에도 통보됐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UEFA 부회장도 겸임 중이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 20일 스페인 대표팀의 2023 여자 월드컵 우승 시상식에서 두 손으로 에르모소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고 키스했다.

이후 에르모소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다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밝혔고, 파장이 커지자 루비알레스 회장은 사전에 에르모소의 동의를 받은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안아서 들어 올려달라는 게 에르모소의 당시 요청이었고, ‘가볍게 키스해도 되냐’는 요청에 ‘그렇게 하라’는 답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르모소는 선수노조 풋프로를 통해 키스에 동의한 적이 없고, 루비알레스 회장이 언급한 대화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22일(현지시간)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이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총리 리셉션에서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에 대표팀의 주축인 에르모소를 포함한 스페인 여자축구 선수 80여명이 풋프로를 통해 보이콧 의사를 밝혔고, 정치권·프리메라리가 구단들까지 규탄 행렬에 동참하며 비판 여론이 가열 중이다.

그러자 스페인축구협회는 ‘키스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한 에르모소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갖고 있다며 법적 조치 ‘맞불’을 예고했다.

스페인축구협회는 “루비알레스 회장은 거짓말하지 않았다”며 “협회와 회장은 에르모소 혹은 에르모소를 대신한 누군가가 퍼뜨린 이야기가 허위라는 점을 입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에르모소는 자신의 SNS에 “어떤 직장에서도 이런 동의 없는 행동의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며 거듭 입장을 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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