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재건축이 뭐길래...높은 인기 속 단점도 [김경민의 부동산NOW]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8. 26. 21: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업 속도 빠르지만 성공 사례 드물어

올들어 서울 주요 단지 재건축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신탁 방식 재건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신탁 방식이란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가 조합 대신 사업 시행을 맡아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대신 조합은 신탁사에 수수료를 낸다. 조합보다 투명한 관리가 가능하고, 조합과 시공사 또는 조합 내분에 따른 공사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높은 수수료도 부담
서울 주요 단지가 신탁 방식 재건축에 속도를 내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여의도 아파트 단지. [사진=매경DB 이승환기자]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1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8월 중 재건축 시행자를 선정해 신탁 방식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동아1단지는 1986년 준공된 아파트로 도봉구 재건축 중 최대 규모인 3169가구 단지다.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 단지들도 잇따라 신탁사와 손을 잡고 있다. 목동신시가지10단지는 최근 한국토지신탁을, 14단지는 KB부동산신탁을 신탁사로 선정했다. 여의도시범, 수정, 광장, 한양, 공작아파트 등 주요 단지도 신탁 방식 재건축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민간이 추진하는 재건축 사업은 크게 조합, 신탁으로 나뉜다. 조합 방식은 대부분 재건축 단지가 추진하는 방식이다. 주택 소유주로 구성된 조합이 임원진을 꾸리고 시공사와 계약한다. 조합이 시공사 선정과 각종 인허가, 분양 등 모든 절차를 맡아 진행한다. 즉, 입주민이 모든 사업을 알아서 해야 하는 구조다.

조합 방식 재건축은 주민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조합원 간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각종 비리로 조합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사업이 기약 없이 지연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사업이 지체되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등장한 방식이 신탁이다. 신탁 방식은 조합이 일부 수수료를 지불하고 사업 진행 전반에 걸쳐 전문 신탁사가 관리하는 형태다. 신탁사를 시행사로 지정하려면 단지 전체 소유주의 75% 이상 동의와 동별 소유주의 50% 이상 동의를 확보하고 토지 면적의 3분의 1 이상을 신탁해야 한다.

신탁 방식 재건축의 장점은 꽤 많다. 우선 사업 초기 단계부터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신탁사가 자체 신용도를 기반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통해 금융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조합 입장에서는 신탁사를 통해 사업비를 조달할 수도 있다.

재건축 속도가 빠른 것도 장점이다. 신탁사가 시행을 맡으면 조합을 설립하지 않아도 돼 추진위원회 구성에서 조합설립인가까지 소요되는 2~4년가량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는 조합 방식보다 투명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주의할 점도 많다. 신탁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면 적잖은 수수료가 발생한다. 통상 신탁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총 매출액(일반분양 수입)의 1~3% 수준이다. 사업 규모가 큰 서울 재건축 단지는 수수료만 수십~수백억원에 이를 정도다. 이 비용은 결국 주민 분담금에 포함된다.

계획이 바뀌어 신탁 계약을 해지하려 해도 명시된 조항이 발목을 잡기도 한다. 수탁자, 즉 소유자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계약서상 수탁자 전원 동의 또는 토지등소유자 8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 등을 해제 요건으로 명시해놓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신탁 방식 재건축이 인기를 끌지만 성공 사례가 드문 것이 약점이다. 신탁사마다 계약 조건이 제각각인 만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전했다.

[글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매경DB]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