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년 전, 직녀성이 북극성이었다…[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2023. 8. 2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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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에서는 과거부터 1년에 단 하루, 7월 7일에만 만날 수 있는 ‘견우와 직녀’ 러브 스토리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올해도 그날이 올 텐데요. 달력을 보니 올해 칠석날은 8월 22일입니다.

견우와 직녀 러브 스토리를 모르는 분이 계실까 싶지만, 혹시나 싶어 제 방식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직녀는 옥황상제의 손녀입니다. 목동 견우와 결혼을 했는데요. 일은 안 하고 둘이 매일 놀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벌을 받습니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1년에 단 하루만 만나게 되는 벌이었습니다.

매년 이 부부는 서로를 그리워하며 먼 길을 달려오지만, 은하수를 건너지 못해 애태웁니다. 이를 보다 못한 까마귀와 까치들이 하늘로 올라가 오작교 다리를 만들어 부부의 만남을 돕습니다. 부부는 만남을 끝내고 헤어질 때마다 슬피 울어 이날이면 비가 내린다고 하죠.

견우와 직녀 설화는 기록상 중국 수나라 ‘형초세시기’에 처음 수록됐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안남도 남포시 덕흥리 고구려 고분 벽화에 그려져 있고요.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이 스토리에는 동양의 천문학 지식과 배경이 투영돼 있습니다. 1만2000년 전 그때는 직녀성이 북극성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밤하늘에 신이 있어 북쪽을 알려준다고 믿었고 직녀를 옥황상제의 손녀로 생각했죠.

‘스마트’하고 ‘트렌드’에 밝았던 견우

직녀성이 북극성이라니, 이상한 설명처럼 들릴 수 있는데요. 지구는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 있습니다. 그래서 세차 운동을 해요. 지구가 흔들리는 팽이처럼 회전축이 변하며 돈다는 거죠. 이 과정에서 북극성은 계속 바뀝니다. 현재 북극성(작은곰자리의 폴라리스)에서 출발해 다시 북극성으로 돌아가기까지 2만5800년이 걸립니다. 1만2000년 전에는 직녀성이 북극성이었으니까, 1만3800년이 지나면 직녀성이 또 북극성이 됩니다.

또 이들은 직녀성보다 약하게 빛나던 별은 견우성, 그 주변 별들을 묶어 우수(牛宿·소자리)라고 불렀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요. 지금은 다들 독수리자리 알타이르(Altair)를 견우성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원래는 염소자리 다비흐(Dabih)라는 별이 견우성이었습니다. 3등성인 탓에 별이 잘 안 보였고, 이 때문에 조선 시대부터 알타이르를 견우성이라고 오해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 옛사람들은 소를 몰고 농사를 짓던 청년이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직녀와 이별했다는 애틋한 이야기를 만들었고 음력 7월 7일 무렵 짧게 가을 장맛비가 내리는 걸 보면서 오작교 이야기를 덧붙여나갔을 겁니다.

참 신기한 이야기죠. 이외에도 견우와 직녀는 살펴볼 부분이 많습니다. 소를 몰고 농사를 짓던 견우와 옥황상제의 손녀 직녀는 당대의 엘리트들이었습니다. 직녀가 엘리트라는 점은 이해되지만, 소를 몰며 농사짓는 게 어떻게 엘리트냐고 되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당시 현상을 잘 모르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소를 끌며 농사짓는 것은 당시로 따지면 가장 최신 농사 기법이었습니다. 견우는 최신 농사 기업을 활용하는 ‘스마트’하고 ‘트렌드에 밝은’ 엘리트였던 겁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하늘나라를 다스리는 옥황상제의 선택도 참 ‘현실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기는, 옥황상제는 손녀에게도 베를 짜도록 할 만큼 ‘노동’을 중요시 여겼던 인물입니다. 옥황상제 눈에 견우는 꽤나 괜찮은 ‘손녀사위’였다고 짐작할 수 있겠네요.

조홍석 삼성서울병원 커뮤니케이션팀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3호 (2023.08.23~2023.08.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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