젝시믹스 추격하는 안다르…2분기는 ‘역전’ [맞수열전]
국내 애슬레저 시장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애슬레저는 ‘운동’과 ‘레저’의 합성어다. 레깅스를 비롯해 일상에서 편히 입을 수 있는 운동복을 일컫는 패션 카테고리로 최근 스포츠웨어와 비즈니스웨어까지 영역을 빠르게 넓혀나가고 있는 ‘핫’한 시장이다.
한국에서는 ‘젝시믹스’와 ‘안다르’가 선두 브랜드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2020년 이후 줄곧 1위를 지켜온 젝시믹스 뒤를 안다르가 맹렬히 추격하는 모양새다. 한때 300억원 넘게 벌어졌던 양 사 간 매출 차이는 50억원 안팎으로 좁혀졌다. 올해 2분기 매출로만 따지면 안다르가 젝시믹스를 앞섰다.
안다르가 열어젖힌 애슬레저 시장
2020년 젝시믹스가 역전…3년째 1위
안다르와 젝시믹스의 애슬레저 경쟁 구도는 7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다.
초반에는 안다르의 독주 체제였다. 안다르는 2015년 유명 요가 강사였던 신애련 대표가 창업한 브랜드로, 2019년까지만 해도 국내 1위 애슬레저 브랜드였다. 안다르 덕에 국내 애슬레저 장이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출범한 젝시믹스보다 앞서 사업을 시작한 ‘선발 주자’다. 웰빙과 홈트레이닝 트렌드가 확산되던 가운데 ‘요가 강사가 직접 만든 레깅스’라는 마케팅 포인트가 힘을 발휘하며 2016년 66억원이었던 매출이 2019년에는 721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젝시믹스가 등장하면서 시장 판도가 뒤바뀌었다. 디지털 마케팅을 주력으로 하는 미디어커머스 기업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 온라인에서 자사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이른바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으로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SNS 마케팅 등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자사몰 매출을 올리는 방식이다. 다른 유통 채널에 입점할 때 내야 하는 수수료 지출이 적다 보니 영업이익률은 물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었다.
2020년 결국 순위가 뒤집혔다. 젝시믹스가 연매출 1078억원을 기록하며 안다르(760억원)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같은 기간 안다르는 추락의 길을 걸었다. 2019년 영업손실이 122억원 났고 2020년에도 89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황까지 다다랐다.
안다르 부활은 공교롭게도 후발 주자인 젝시믹스 전략을 벤치마킹해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D2C에 강점을 가진 마케팅 전문 기업 ‘에코마케팅’이 2021년 창업자 지분 대부분을 사들이며 대주주로 올라섰고 사업 운영 전반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기존 에코마케팅이 갖고 있던 마케팅 역량과 더불어 30대 고객을 타깃으로는 자사몰 노출을, 일반 고객은 백화점·프리미엄 아웃렛 등 오프라인 매장으로 공략하는 ‘투 트랙 전략’이 먹혀들기 시작했다. 기능성을 중심으로 품질 개선까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상황은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2021년 1144억원이었던 안다르 매출은 지난해 1691억원까지 늘어나며 47.8% 성장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107억원에서 지난해 126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에코마케팅 합류 후 실적 개선 ‘성공’
애슬레저 최대 성수기라고 볼 수 있는 여름 2분기 매출로만 따지면 순위가 역전됐다. 안다르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616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1분기(342억원)와 비교하면 80% 증가했다. 애슬레저업계 최초로 분기 매출 600억원 돌파에 성공했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영업이익은 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이다.
안다르 실적 개선 배경에는 ‘맨파워’가 있다. 남성 카테고리인 ‘맨즈’ 제품 매출액이 184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전체 매출에서 남성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0%까지 올라왔다. 애슬레저룩이 여성 레깅스를 넘어 남성 비즈니스웨어까지 영역을 확장한 덕분이다. 4월 들어 맨즈 부문에서 프리미엄 짐웨어 라인을 론칭한 것도 맨즈 부문 성장의 이유다. 안다르 2분기 온라인 남성 신규 가입자 수 역시 전분기 대비 2.5배 증가했다.
안다르 관계자는 “기존 주력 제품이었던 레깅스를 중심으로 한 여성 제품에만 집중하지 않고 남성 소비자 니즈에 맞춘 제품 기획에도 힘쓴 결과”라며 “비즈니스웨어 시장에서 안다르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기 매출 1위를 뺏겼지만, 젝시믹스도 상황은 나쁘지 않다. 안다르와 마찬가지로 젝시믹스 역시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2분기 매출은 561억원으로 전년 동기(519억원) 대비 8% 성장했다. 올해 스포츠 스타 윤성빈을 모델로 활용하며 TV 광고를 시작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힘입은 덕분이다.
‘골프웨어’와 ‘스윔웨어’ 성장세도 가팔랐다. 젝시믹스가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패션 카테고리 다각화가 주효했다. 골프웨어 매출은 전년 대비 169%, 스윔웨어는 56% 늘어나며 전체 외형 성장을 견인했다. 제품 라인업이 다양해지면서 신규 고객층도 넓어지는 추세다. 2분기 전체 신규 가입자 중 4050세대가 47% 비중을 차지했다. 남성 가입자 수도 21%까지 늘었다. 기존 주력 소비층이던 ‘2030’과 ‘여성’을 넘어 외연 전체가 확장됐다.
올해 2분기 매출 순위는 뒤집혔지만 상반기 누적 매출로 따지면 젝시믹스가 안다르보다 여전히 우위에 있다. 젝시믹스가 1022억원, 안다르가 958억원이다.
대만 진출 젝시믹스, 중화권 공략 속도
젝시믹스와 안다르가 맞부딪힐 다음 시장은 ‘해외’다. 양 사 모두 최근 들어 해외 진출에 더욱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젝시믹스가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일본·중국·호주 등 50여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특히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애슬레저 시장으로 평가받는 일본에서 반응이 좋다. 2019년 설립한 일본 법인은 지난해 6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올해에는 중화권 시장 공략에 집중한다. 지난해 2월 중국 법인 설립에 이어 올해 중국에 5개 매장, 대만에 6개 팝업 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올해 7월에는 대만 타이페이에 대만 법인을 내며 직진출했다. 젝시믹스 관계자는 “대만은 일본에 이어 젝시믹스 해외 매출 2위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하며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 대만 법인 연매출 100억원을 예상하고 있으며, 연결 자회사로 편입되면 인프라 확장과 매출 증대 등 외형과 내실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다르 글로벌 진출 기대감도 커지는 중이다.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 기지로 싱가포르를 낙점하고 올해 7월 싱가포르 중심 상권인 마리나베이에 위치한 쇼핑몰 ‘마리나 스퀘어’에 1호 글로벌 매장을 오픈했다. 현지 반응도 좋다. 오픈 첫날 새벽부터 매장 오픈과 동시에 입장하는 ‘오픈런’이 발생해 안전요원을 긴급 추가 배치했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는 후문이다. 안다르 관계자는 “올해부터 글로벌 시장을 본격 확장해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D2C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순차적으로 오픈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3호 (2023.08.23~2023.08.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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