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텍, 글로벌 의사들이 찜한 ‘올리지오’ 개발사 [영업이익 강소기업] (76)
올리지오?
‘뭔가를 올려주는 제품인가 보다’ 싶다. 코스닥 상장기업 원텍의 주력 의료기기 이름이다. 마취 없이, 통증은 최소화시킨 데다, 시술 후에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대서 국내외 주요 피부과에서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는 피부용 레이저 기기다. 2020년에 출시됐는데 2년 만인 지난해, 이 회사 매출액(개별 기준 799억원)의 22%를 차지할 정도로 히트 상품이자 효자 모델이 됐다. 고가 장비인 데다가 원텍이 직접 개발, 영업까지 한 덕에 회사 이익률에도 상당 부분 기여한다는 후문이다.
이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원텍의 매출액은 590억원, 영업이익은 260억원, 당기순이익은 20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44%, 순이익률은 약 35%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보면 실적 상승세가 더 뚜렷해 보인다. 매출액은 60.3% 증가(368억원 → 590억원)했고 영업이익은 181%(92억여원 → 260억원) 늘었다.
1999년 김종원 회장 창업, 父子 경영
원텍 주가는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2000원대 중반이었던 이 회사 주식은 올해 8월 중순 1만3000원대를 돌파, 시가 총액 1조원에 달한다.
창업자는 김종원 회장. 공학박사 출신으로 1999년 창업했다. 처음에는 광통신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레이저 기술을 접하고 항암 치료 레이저 의료기기 개발에 나섰다. 당시 외국산이 득세하고 있어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더불어 대학병원 등 수술용 의료기기는 판로가 한정적이어서 급격한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생존을 위해 차세대 사업을 모색하던 중 눈에 들어온 사업 아이템이 에스테틱, 즉 피부 개선용 의료기기였다. 이 시장은 선진국에서 이미 형성돼 있는 데다 우리나라 역시 급성장하는 분야라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길로 김 회장은 엔지니어 출신답게 매년 매출의 10%를 기술 개발에 썼고 2016년 피코케어(Picocare)가 세상에 나왔다. 피코케어는 세계 최초 250피코초(1피코초 = 1조분의 1초) 레이저 장비로 모든 피부 타입의 색소 병변을 치료할 수 있어 업계 호응을 얻었다. 문신 제거 시술은 물론 흉터, 모공, 피부 재생까지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는 점도 전 세계 의사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올해 8월 기준 1093대가 팔려 나갔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코로나19 발발로 갑자기 피부 케어 시장이 위축되면서 원텍은 뼈아픈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한때 적자(2020년)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이때 떠오른 구원 투수가 올리지오(Oligio)다. 올리지오는 2020년 6월 첫 출시 이후 피코케어와 함께 회사의 ‘원투 펀치’ 역할을 하며 매출 경신의 선봉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1세대 김종원 회장과 2세대(아들) 김정현 대표,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김정현 대표는 미국 코넬대 MBA 출신으로 글로벌 사업, 마케팅 전략을 담당한다. 올리지오를 내놓자마자 업계 최초로 배우 김소연 씨를 전속 모델로 과감히 기용해 빠른 시일 내 시장에 안착하게 한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원텍은 레이저·에너지 기반(RF·HIFU) 원천기술을 보유한 국내 의료기기 1세대 기업으로 2021년 대외 기술평가등급에서 모두 ‘A’ 등급을 받았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 선정, ‘피코케어·올리지오’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 선정, 피코케어 장영실상 국무총리상(최우수상) 수상, 혁신형 의료기기 기업 선정, 2022 바이오 기업인의 날 R&D 우수기업 장관 표창 등 수상 실적도 화려하다. 지난해 코스닥 입성에도 성공했다.
영업이익률 왜 높나
소모품 지속 매출 일어나
원텍은 사실 부침이 많았던 회사다. 코로나19 초기 때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피부미용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을 때,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가 진행되면서 ‘이참에 피부시술, 관리를 하자’는 붐이 일기 시작했다. 이미 원텍은 뚝심 있게 기술 개발에 나선 끝에 기술 자립에 성공한 데다 구조조정 이후 회사 조직도 한결 가벼워져 있던 차였다. 올리지오, 피코케어 주문이 2020년 말부터 쏟아지기 시작했다. 매출이 급증했고 이는 곧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게다가 올리지오가 자체 개발 제품인 데다 종전 외국산 경쟁 제품 대비 시술 시간 단축, 상대적으로 싼 소모품(일명 ‘팁’) 단가 등으로 국내외 의사들이 선호하기 시작한 게 컸다.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과 이익이 우상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대중화 모델인 ‘라비앙(LAVIEEN)’의 선전도 눈길을 끈다. 라비앙은 타이트닝, 화이트닝에 효과가 있는 레이저 장비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라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라비앙 매출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지난해 대비 48% 증가했다.
박인정 원텍 팀장은 “기계를 사면 꾸준히 써야 하는 소모품 매출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타사 대비 소모품 1개로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사들 반응이 뜨거워 팁 판매량은 월간 1만개 수준에 육박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약점은 없나
경쟁사 유사 제품 내놓기 시작
원텍도 약점이 없지는 않다.
창업 초기부터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비로 썼을 만큼 기술 개발에 전념하다 보니 아무래도 다양한 장비를 보유하게 된 것은 장점이다. 대신 그만큼 많은 장비 개발로 인해 제품 개발비나, 재고 등 부담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올리지오 같은 블록버스터 의료기기를 추가로 내놓지 못하면 언제든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경쟁사들이 올리지오 유사 제품을 속속 개발해 내놓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그만큼 시장 규모가 커지는 효과도 있기는 하지만 출혈 경쟁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도 물론이다. 더불어 최근 국내 의료기기 업체 중 클래시스, 루트로닉 등 사모펀드(PEF) 등에 지분을 매각해 최대주주 또는 경영진이 바뀌는 사례가 많다 보니 원텍에도 ‘경영진 교체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투자자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는 후문. 자칫 이런 분위기가 중장기 전략 구축, 기존 임직원의 불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회사 측은 그동안 하던 대로 뚝심 있게 밀고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인정 팀장은 “원텍은 50종이 넘는 세계 최대 수준의 의료기기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는 데다 자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자체 공정으로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라며 “상장 1년 만에 시가총액 1조원 회사가 된 만큼 다음 목표는 매출액 1조원”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3호 (2023.08.23~2023.08.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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