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했다"더니 미지근해진 남편… 이유는 '뇌'에 있다
이 질문에 남성의 50퍼센트 이상은 첫눈에 반한 경험이 있고, 여성은 10퍼센트 정도가 첫눈에 반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남성은 세 번 만나면 사랑에 빠져들기에 충분하고, 여성은 최소 여섯 번은 만나야 사랑을 확신할 수 있다고 한다.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남성은 본능적으로 가능한 많은 자손을 남기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양(量)을 추구한다. 남성은 그냥 첫눈에 반하고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내던지기도 한다. 동물 세계에서 수컷은 사랑을 얻기 위해 죽음의 곡예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임신과 출산을 하는 여성은 좋은 유전자를 받기 위해, 건강한 자손을 얻기 위해 남성을 선택하는 데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한다. 나아가 “이 남성이 내 아이에게 좋은 아버지가 될 것인가? 나를 지켜줄 수 있는 남자인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며 꼼꼼하게 따진다. 여성은 그렇게 진화해 왔다. 양이 아니라 질(質)을 중요시해 왔다. 그래서 첫눈에 함부로 반하지 않는 것이다.
첫눈에 반했는지 아닌지를 알 방법에 대한 연구가 있다. 네덜란드의 라드바우트 대학을 비롯해 3개 대학 소속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학생들과 영화배우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다.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뇌 속을 보면 답이 나온다. 사랑을 시작하면, ‘사랑의 묘약’이라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인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의 농도가 상승하여 우리 마음을 지배한다, 페닐에틸아민 수치가 올라가면 이성이 마비되고 열정이 분출돼 행복감에 도취된다. 여기에 흥분과 긴장 그리고 유쾌함까지 동반된다.
인지 능력과 함께 감각 인지에도 영향을 끼친다. 첫눈에 반한 상태에서는 그 사람만을 바라보고,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하든지 어떤 행동을 해도 사랑스러워 보인다. 얼굴이 못생겨도 다 예쁘고 잘생겨 보인다. 흔한 말로 ‘눈에 콩깍지가 씌어’ 있는 상태에서는 상대방의 결점이 눈에 보일 리가 만무하다. 사실 페닐에틸아민은 마약의 주성분인 암페타민(Amphetamine) 성분에 속한다. 이 성분이 든 마약의 대표적인 것이 메스암페타민(Methamphetamine) 즉 필로폰(Philopon)이다.
마약에도 작용시간이 있듯 사랑에 빠진 황홀한 기분에도 작용시간이 있다. 과학자들은 ‘사랑의 묘약’ 페닐에틸아민의 마법이 지속되는 시간은 길어야 3년이라고 말한다. 결혼한 부부에게서는 보통 3개월에서 3년 사이에 분비가 거의 끝난다. 특히 페닐에틸아민의 분비가 끝나가는 속도는 남자가 여자보다 빠르다.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영화와 드라마를 보다 보면, 우리 부부는 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부부가 계속 뜨거운 사랑만 나눈다면, 만날 때마다 가슴 뛰고 두근거리고 설렌다면, 이는 건강에 해로운 일이다. 일상이 벅차질 수 있다. 부부의 사랑은 뜨거운 사랑의 유효기간을 늘리는 데 있지 않다. 뜨거운 사랑보다 성숙한 단계인 따뜻한 사랑으로 넘어가는 데 있다.
불같은 사랑의 시기가 지난 후 활발하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 옥시토신(Oxytocin)이다. 옥시토신은 누군가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고 느낄 때, 안정적인 기분이 들 때 분비된다.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친밀감, 유대감을 느낀다. 옥시토신은 페닐에틸아민이 씌운 콩깍지를 벗긴다. 편안함을 느끼기에 자신의 부족한 점을 내보이고 상대방의 부족한 점도 기꺼이 수용하는, 탄탄한 사랑의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단순히 상대에 대한 매력을 느끼는 것을 넘어서 서로에 대한 공감과 수용이 증가하는, 한마디로 성숙한 사랑의 단계다.
부부는 페닐에틸아민의 첫눈에 반하는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것보다 옥시토신의 더디고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이 칼럼은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 교수의 기고입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카드뉴스] 사랑의 힘, 스킨십 - 당신의 건강가이드 헬스조선
- 옥시토신이란? 상대방 신뢰하게 하는 '사랑 호르몬' - 당신의 건강가이드 헬스조선
-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 바이러스 증식 막는 인터페론 - 당신의 건강가이드 헬스조선
- ‘첫사랑 생각나는 순간 1위’…만취했을 때 - 당신의 건강가이드 헬스조선
- 초두효과란…첫사랑을 못 잊는 바로 그 이유 - 당신의 건강가이드 헬스조선
- [카드뉴스] 사랑 호르몬에도 유통기한이 있나요? - 당신의 건강가이드 헬스조선
- 당신도 몰랐던 사랑에 관한 3가지 신기한 사실 - 당신의 건강가이드 헬스조선
- CJ바이오사이언스, 美 면역항암학회서 ‘약물 반응성 AI 예측 모델’ 개발 성과 발표
- “아기 피부인 줄”… 34세 박보영, 모공 하나 없는 ‘관리 비결’은?
- 가천대 길병원 최성화 교수, 남동구 보건소서 부정맥 건강강좌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