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일도 무사히 하기를”… 6주째 이어진 교사들의 눈물
실효성 있는 대안 입법 촉구, 국회 응답해야 할 때
“유난히도 아팠던 여름 방학을 끝내고 사건 진상규명을 하지 않은 채 우리들은 곧 학교로 돌아가야 합니다. 교사가 된 뒤 수없이 들었던 ‘선생님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셨냐’는 질문에 답합니다. 모든 일을 교사에게 책임을 돌리는 이 사회, 당신들은 우리들이 하나의 점으로 모여 함께 울부짖는 순간 무엇을 했습니까” (소담이 전북 초등교사)
지난달 숨진 서이초 교사 추모하고 교권 보호를 위해 자진해서 모인 현장 교사들의 제 6차 집회가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에서 열렸다. 집회 추산 6만 명(경찰 추산 2만명)이 넘는 교사들이 검은 옷을 입고 국회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국회대로 도로를 가득 메웠다.
이날 오후 2시 시작된 집회는 30도 날씨보다 교사들의 목소리로 더욱 뜨거웠다.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보호에 대한 외침이 커지는 상황이다.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가 매주 주말 국회 앞에서 열리며 제6회차까지 오는 동안 집회 참여자는 계속 불어났다. 현장 교사들이 단체 행동에 나서고 방학을 반납하면서까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연구보고서를 만들었지만, 교육당국이 현장 목소리와 다른 대안만 내놓는다고 지적한다.
이날도 현장은 눈물바다였다. 3번째 집회에 참석했다는 교사 A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으로 고통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달 2일 집회와 4일 공교육 멈춤의 날도 함께 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김선경 청계초등학교 교사는 “18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했다”며 “지난 2018년 ‘허위작성 공문서 행사’로 고발당하고 ‘혐의없음’을 받았지만 몸무게가 10㎏ 이상 빠지는 등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밝혔다. 오는 31일 명예퇴직을 앞뒀다는 그는 “우울감과 패배감, 무력감에 4년간 각종 치료와 운동을 했음에도 심신 회복을 하지 못해 퇴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씨 발언이 끝나자 곳곳에서 “선생님 잘못 아니다” “힘내시라” 등 응원이 쏟아졌다.
특수교사 이만희씨는 숨진 서이초 교사를 언급하며 “(사건이 발생한) 7월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지만 아직도 세상이 변하지 않아 너무나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과 억울한 동료 선생님들의 죽음 진상규명을 위해 저부터 노력하겠다. 현장 목소리가 반영될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외쳤다. 그의 말에 현장 교사들은 한목소리로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하라. 억울한 우리 선생님 진상규명하라. 현장 목소리 반영하라. 기한은 9월4일까지”라고 소리쳤다.
이날 집회에는 현직 교사뿐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예비 교사들도 참여했다. 한국교원대학교 재학생 B씨는 “많은 학우가 다른 진로를 위해 교육대를 떠나고 있다”며 “누구보다 교육 열정이 가득한 학우들을 떠나게 한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공교육”이라고 꼬집었다.
“학교가 무너지면 교육이 무너지고, 교육 붕괴는 곧 사회 붕괴를 의미합니다. 남 일이 아닌 바로 우리 사회의 일입니다. 안전한 학교에서 다 나은 세상을 위해 고민하는 교육자의 길을 걷게 해주세요.” (한국교원대 재학생 B씨)
교사들은 교권 보호 및 강화를 위한 정치권의 관심을 호소했다. 현장 사회를 맡은 교사 C씨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과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공교육 멈춤의 날(9월4일)을 막고 있다”며 “학교 아래 교사들 사이 움직임에 제동을 걸며, 학교를 위한 사회의 노력을 믿고 기다려달라하는데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C씨에 따르면 교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중 집회 참석 요청에 단 1명만이 참석하겠다고 회신했다. 이날 교사 출신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집회에 참석해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현장 교사들은 다음달 2일에도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일부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 사망 49제에 맞춰 4일 공교육 멈춤의 날(공교육 정상화의 날)도 준비 중이다. 교육대 학생들도 선배 교사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성예림 서울교대 총학생회장은 “서이초 사건 이후 학내 추모 공간을 마련하고 애도했다”며 “당시 선생님들이 ‘미리 싸워주지 못해 미안하다’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했지만, 이는 선배들 잘못이 아니다. 교사가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보호하지 않은 교육부와 정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성씨는 “정부는 진상규명도 해결책도 내놓지 못했다”며 “현재 교육계 정책에 대해 예비 교사 4명 중 3명이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정부는) 현장 목소리를 듣고 책임지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9월4일 학교에서도 추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교육대 학생들도 추모와 연대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집회에 나온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교육감으로서 통렬하게 반성하고 사죄와 용서를 빈다”라며 “병든 학교를 건강한 학교로 바꾸려는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최 교육감은 “교육계와 정치권은 교권을 보호하고 올바른 교육환경을 만들려는 선생님들의 의지를 억압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상당수의 많은 학부모도 공교육 멈춤의 날 휴업을 공감하고 지지하고 있다”라며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우고 학습권을 지키려는 간절한 외침과 정당한 활동을 응원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서이초 선생님의 49재날, 대한민국 교육 공동체 회복의 날이 되도록 하자”라고 외쳤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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