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받고 문화생활까지…“뇌병변 장애인만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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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을 쓰는 모습이었다.
모두 지체·뇌병변 장애인이었다.
전동휠체어 지팡이 등에 몸을 의지한 지체·뇌병변 장애인 15명이 26일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길요나 목사) 왕성발달장애인평생교육원을 찾았다.
뇌병변 장애인 김세광(49) 집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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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 참석…집회 마치고 영화관으로
“영성 회복이 자립으로 이어지길”
악을 쓰는 모습이었다. 참석자들은 더딘 목소리로 끝까지 성경 말씀을 봉독했다. 모두 지체·뇌병변 장애인이었다. 교회 하계 수련회에 참석한 이들은 점심을 먹고 영화도 보러 갔다.
출입구 4곳엔 경사로가 있었다. 전동휠체어 지팡이 등에 몸을 의지한 지체·뇌병변 장애인 15명이 26일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길요나 목사) 왕성발달장애인평생교육원을 찾았다. 교회 일일 수련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교회는 수련회 주제를 ‘십자가를 보면 살리라’(민 21:8)로 정했다. 영적 회복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미래를 열어가자는 취지다. 고개를 잘 가누지 못하는 이는 얼굴을 푹 숙인 채 고개를 끄덕이며 설교 메시지에 공감했다. 두 손이 자유롭지 않은 성도는 박수 대신 눈을 질끈 감고 찬양했다.
축도 이후 기도회가 진행됐다. 맨 뒷자리에서 PPT 화면을 넘기고 있던 한 교인이 일어났다. 그는 지팡이도 없이 뒤뚝뒤뚝 앞으로 걸어갔다. 뇌병변 장애인 김세광(49) 집사였다.
“시청후미촉. 우리는 오감을 느끼고 삽니다. 하지만 오감이 주는 만족감은 일시적입니다. 영원한 주님의 사랑을 누립시다. 주의 옷자락을 만지는 심정으로 함께 기도합시다.”
김 집사는 불분명한 발음으로 기도 인도를 이어갔다. 그는 뇌경색 뇌출혈 부정맥 등을 앓고 있는 교인들 이름을 거론하며 기도를 요청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띄엄띄엄 알아챌 수 있었다. 참석자들에겐 이런 상황이 익숙해 보였다. 장애인 비장애인 30여명은 아멘으로 화답하고 주여 삼창까지 외쳤다. 기도회 중간에 교인들은 찬양으로 서로를 축복하기도 했다. “사랑한다 아들아 내가 너를 잘 아노라. 사랑한다 내 딸아 내게 축복 더 하노라.”
점심 식사로 보쌈 도시락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커피까지 마시고 걸어서 5분 거리의 영화관으로 향했다. 평소 여가활동을 잘 누리지 못하는 이들 사정을 고려한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가을에 수련회를 또 갖는다. 오는 10월 8일 전남 순천시에 있는 한 교회로 1박2일 수련회를 간다. 당초 2박3일 수련회를 기획했으나 교통비 등 예산 문제로 기간을 조정했다고 한다.
지체·뇌병변 장애인 성도들은 지난 7월 전교인 수련회에 거의 참석하지 못했다. 전교인 수련회가 진행됐던 경기도 양평 십자수 기도원엔 지체·뇌병변 장애인들의 숙박 시설이 여의치 않았다. 몸이 크게 불편하지 않은 2명만 참석할 수 있었다.
이 교회는 1995년부터 장애인 사역을 시작했다. 현재 장애인 성도 70여명이 출석 중이다. 지체·뇌병변 장애인 20여명은 매주 일요일 오전 9시30분 이곳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외 발달장애인들은 연령별로 모여 본관에서 따로 예배한다.
장애 교인을 섬기고 있는 김옥기 협동목사는 “자립 생활에 기반이 될 영적 힘을 얻자는 취지로 장애인 성도만의 수련회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말씀과 기도가 이들에게 미래를 열어갈 의지를 줄 거라 믿는다”며 “지역사회로 들어가는 여가활동도 수련회 프로그램으로 꼭 진행한다”고 했다.
글·사진=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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