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괴담' 강조하는 <조선>, 2년 전엔 "일본 생선 얼씬 마"

하성태 2023. 8. 2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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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비평] 일본 방류 비판-광우병 반대집회 연결 짓기도... 문재인 정부 때와 다른 논조

[하성태 기자]

 24일 오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를 시작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 연합뉴스
 
"후쿠시마 원전(原電) 방사능 오염 처리수의 방류를 반대하며 온갖 괴담을 퍼뜨리는 한국 야당과 좌파 세력의 진의는 정말 '오염' 그 자체에 있는 것인가? 오염이 문제라면 직접 피해를 보는 일본 국민, 캐나다, 미국 등이 벌써 들고 일어났어야 하고 국제기구가 브레이크를 걸고 나왔어야 한다.
 
그런데 거기는 조용하고 우리만 시끄럽다. 그것이 유독 한국의 야권과 좌파 세력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은 광우병, 세월호 사건 등으로 정치적 재미를 본 민주당 등 좌파 세력의 추억(?) 때문이리라."
 
지난 7월 19일 <후쿠시마, 정말 '오염' 때문인가?>란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의 일부다.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는 여론을 두고 가짜뉴스와 괴담·선동 등으로 규정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일본 정부가 지난 24일 오후 1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강행한 가운데, 이번에는 이를 반대하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집회와 과거 '광우병·사드 반대 집회'를 연결짓는 식의 기사가 <조선일보>에 실렸다.
 
"민주당·정의당·진보당 등 야당과 공동 행동은 26일에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 중단! 투기 용인 윤석열 정부 규탄! 범국민 대회'를 공동 주최한다. 공동 행동은 민주노총·한국진보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이 주축이다. 이들 단체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광우병 국민 대책회의'에 참여했고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도 반대했다."
 
<조선일보>는 26일자 2면 <광우병·사드 때처럼 '선수들' 다 나왔다...오염수 총공세> 기사의 일부 내용이다. 이처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 단체를 '광우병·사드 반대 단체'로 규정한 뒤, 국내 어민들이 이러한 야권과 시민단체의 오염수 방류 관련 비과학적 주장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뉘앙스를 강조했다.

해당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야권이 바다와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된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피해는 국내 어민이 겪게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며 "민주당은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응해 수산업계 직·간접적 피해 보상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수산업계는 오염수와 관련된 비과학적 주장을 중단해 수산물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

이외에도 <조선일보>는 26일자 지면에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도 별 영향 없었다>, <예약 취소 대란 없어, 수산시장은 차분>, <獨 "日 오염수, 한국 야당이 정치적 이용… 우린 佛 원전이 더 걱정">, <中, 소금 사재기에 "한국 따라 하지 말라"> 등 1면부터 3면에 걸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국내외 분위기를 전했다.

전날(25일)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는 걸로 파악됐고, 당초 일본 계획대로 방류가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위와 같은 <조선일보>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26일자 보도는 이러한 정부 발표를 뒷받침하는 일관된 논조라 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25일자 사설 <"우리 수산물 오염시키는 장본인은 정치와 언론"이라는 어민들 절규>에서도 민주당과 방송언론 때문에 국내 어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며 '광우병 사태'를 언급했다.
 
그런데도 일부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기피하는 것은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과 TV 방송들이 수산물 먹으면 방사능에 오염된다는 식의 주장을 매일 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 피해는 우리 수산업계가 보고 있다.
 
15년 전 광우병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인사는 "당시 광우병의 사실 관계에 대해 회의를 한 적이 없다. 이명박 정권 퇴진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가 하는 차원에서만 얘기가 오갔다"고 고백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년 전 180도 달랐던 <조선일보>
 
 2021년 4월 15일자 <조선일보> 보도 화면 갈무리
ⓒ 조선일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목소리를 '광우병 괴담'과 연결 짓는 <조선일보>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방류 반대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1년 4월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던 당시 <日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인접국 불안 배려하지 않았다> 사설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 국민 건강이나 생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전문가 의견이 많기는 하다"고 전제한 뒤 이런 주장을 내 놨다.
 
후쿠시마 보관 오염수의 70%엔 삼중수소뿐 아니라 기준치를 넘는 세슘, 스트론튬 등 다른 방사성 물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조사돼왔다(...). 일본 정부는 자국 내 어업 종사자들이 "바다에 의도적으로 방사성 물질을 뿌리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방류에 반대하는 상황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어 <조선일보>는 "일본 정부가 다른 대안이 전혀 없어 불가피하게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으로 보기도 힘들다"며 "일본 정부가 성의만 있었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방류를 뒤로 늦출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의 보도와는 사뭇 다른 논조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후 <조선일보>는 2021년 4월 한 달 간 <일본 생선 얼씬도 마!>, <커지는 日 '방사능 오염수 논란'… 경북 반대·규탄 성명 한목소리>, <영·호남 9개 시·군, 원전 오염수 방출, 인류 안녕 위협 행위>, <일 대사관 앞, 원전 오염수 방류 항의 잇단 시위>, <부산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규탄 시위 잇따라>, <오염수 배출, 규탄한다… 전남도의회도 결의안 채택> 등의 연이은 기사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목소리를 충실히 전달했다.
 
"미덥지 못하다"... 일 오염수 대응 비판 시각 담은 <동아>

이런 가운데, 일본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동아일보>의 논조가 눈길을 끈다. 25일자 <日 오염수 방류 개시… "믿어달라" 앞서 투명성 확보부터> 사설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한일 정부의 태도에 대해 "미덥지 못하다"거나 "미흡한 대목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를 향해선 "'관계자의 이해 없이 어떤 처분도 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을 꼬집은 뒤 "자국 어민의 풍평(소문) 피해에 대해선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주변국 피해엔 눈감고 있다"고 일갈했다. 

<동아일보>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선 "그간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만 할 뿐 다른 의견에 대해선 괴담이나 선동이라고 일축하기에 바빴다"며 "이러니 일각에서 정부가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라는 일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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