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독재와 전체주의의 그늘

데스크 2023. 8. 2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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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오펜하이머'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스탈린의 공포정치 시대이자, 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가 최근 개봉했다.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1930년대 스탈린의 피의 대숙청이라는 역사적 배경에 상상을 덧붙여 재미를 준다.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스탈린 시대의 공포정치를 통해 우리에게 전체주의와 독재가 얼마나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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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오펜하이머’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스탈린의 공포정치 시대이자, 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가 최근 개봉했다. 스탈린은 20세기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소련 최고의 독재자이며 독일 히틀러와 라이벌이었던 인물이다. 독일에서 정권을 잡은 히틀러는 공공연하게 소련을 제압하고 정복하겠다고 밝혔고 이 말을 전해들은 스탈린은 전쟁에 대한 극도의 위기감을 느끼고 대비한다. 그는 소련 내부에 적을 먼저 제거하기로 하고 수십만 명의 희생자를 낳은 대숙청을 시작한다.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1930년대 스탈린의 피의 대숙청이라는 역사적 배경에 상상을 덧붙여 재미를 준다.

볼코노고프(유리 보리소프 분)는 수십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비밀경찰 조직 엔카베데(NKVD)에 몸담고 있다. 같은 조직원들에 대한 심문을 이상하게 여기던 중, 그는 상사의 죽음을 목격하고 자신의 차례가 멀지 않았음을 직감해 비밀문서를 들고 탈출을 감행한다. 동료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볼코노고프 대위는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충격적인 만행을 뉘우치고 피해자들의 유가족을 찾아 용서를 구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영화는 스탈린의 공포 정치의 민낯을 보여준다. 숙청의 광풍이 가장 심했던 1938년을 배경으로 악명 높은 비밀경찰 조직 엔카베대가 무고한 사람들을 고문하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1933년부터 시작된 피의 대숙청으로 당시 소련 공산당원의 1/3인 100만 명이 숙청을 당했다. 나타샤 메르쿨로바와 알렉세이 추포프 감독 부부는 1930년대 황량한 레닌그라드의 거리 풍경과 사람들, 위압적인 엔카베데 본거지의 모습,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실습하는 장면 등을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생생하게 담아내 관객들로 하여금 독재자 스탈린의 공포정치에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개인의 고뇌와 역사의 흐름을 동시에 보여준다. 영화는 비인간적인 스탈린 시스템을 상대로 투쟁하는 개인의 도덕적 책임과 내적 혼란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볼코노고프는 동료들이 매장된 집단 무덤에서 베레테니코프의 환영을 보게 된다. 자신이 저지른 만행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이라도 진심 어린 용서를 해준다면 지옥에서 벗어날 기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때부터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러 다닌다. 볼코노고프는 피해자들이 날조된 혐의로 자백을 강요당했음을 유가족에게 털어놓고 용서를 빈다. 그러나 엔카베데에 끌려가 처형당한 아버지를 둔 어린아이는 볼코노고프에게 “아무도 용서 안 해줄 거예요”라고 말한다. 영화는 역사의 진실 앞에서 최소한의 양심으로 속죄를 구하고 구원받기 위한 개인을 통해 소련의 과거 역사를 고통스럽게 조명한다.

주인공 볼코노고프를 맡은 유리 보리소프의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그는 전작 ‘6번 칸’에서도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바 있고 2021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유리 보리소프는 스탈린 시대 최고의 권력을 누리던 비밀경찰 조직에서 도망자 신세로, 그리고 피해자 유가족을 만나 용서를 구하는 회개의 인물로, 180도 달라지는 모순적인 남자, 볼코노고프의 내면을 눈빛으로 때로는 온몸으로 묵직하게 표현해냈다.

세계는 그동안 탈 이념화되고 민주화되면서 우리는 독재와 전체주의의 그늘은 잊고 있었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하듯이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다시 전체주의와 독재가 되살아나고 있다.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스탈린 시대의 공포정치를 통해 우리에게 전체주의와 독재가 얼마나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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