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안 가!'…'강제 키스' 스페인축구협회장 사임 거절→스페인 대표팀 선수들 '집단 반발'

이현석 기자 2023. 8. 2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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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스페인축구협회에 소속된 선수들이 남자와 여자 가릴 것 없이 스페인축구협회장 루이스 루비알레스의 사임을 요구하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 2023 여자 월드컵 결승전 시상식에서 벌어진 강제 키스 논란으로 전 세계적일 질타를 받고 있다. 당시 루비알레스 회장은 우승의 기쁨 이후 시상식에 오른 스페인 여자 대표팀 선수들을 축하하던 중 에르모소와 포옹하더니 곧바로 입을 맞췄다.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은 에르모소의 동의가 없었다면 당연히 성추행으로 큰 문제가 될 행동이었다. 

이후 라커룸에서 에르모소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 라이브 중 당시 상황과 관련된 질문에 미소를 지었음에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라고 밝히며 그의 행동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당초 루비알레스 회장은 충분히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이었음에도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라디오 마르카와 인터뷰를 통해 "에르모소와 키스? 다들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라며 별다른 뜻이 없었다며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더욱 큰 관심을 받으며 루비알레스 회장의 대한 질타와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비난과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루비알레스는 결국 자신의 행동을 사과했다. 그는 사과 영상을 통해 "확실히 내가 실수를 했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어떠한 악의도 없이 즉흥적으로 일어났다. 당연한 일이라고 봤지만, 밖에선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상처받은 사람이 있기에 사과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배워야 하고, 중요한 기관의 회장인 만큼 더욱 조심할 것이다"라며 반성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난의 목소리는 줄지 않았으며 국제축구연맹(FIFA)도 조사에 착수했다. FIFA는 "FIFA 징계위원회는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발생한 사건을 근거로 스페인왕립축구연맹 회장 루이스 루비알레스에게 사건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해당 사건은 FIFA 징계 규정 13조 1, 2항을 위반하는 행위일 수 있다"라며 "FIFA 징계위원회는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진 후에 징계 절차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루비알레스 조사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미켈 이세타 스페인 문화체육부 장관도 "내겐 받아들일 수 없는 거 같다. 우린 평등, 권리, 여성 존중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라며 "우리 모두 태도와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 선수를 축하하기 위해 입술에 입을 맞추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루비알레스의 회장을 비난했고, 에르모소의 대표팀 동료인 알렉시아 푸테야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받아들일 수 없다. 이미 끝났다"라며 "에르모소 너와 함께한다"라고 동료에게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루비알레스 회장은 조사와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적반하장의 태도로 사임을 거부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5일 "루비알레스는 스페인 축구협회 회장직 사임을 거부했다"라고 보도하며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 여자월드컵 결승전 이후 보여준 행동에도 사임을 거부했다. 그는 협회가 소집한 임시총회에서 '나는 사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으며, '사회적 암살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라고 전했다. 

루비알레스는 자신의 행동이 에르모소를 위로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은 자발적인 키스였다. 상호적이고 행복하며 합의된 키스였다. 그것이 핵심이다. 합의된 사실만으로 내가 이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며 사과를 번복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당초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을 옹호했던 에르모소도 자신의 SNS를 통해 "루비알레스 회장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누구도 이러한 유형의 비동의적 행동의 피해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라고 당시 상황에 대한 마음을 전하며 그의 사임 거부는 더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이런 가운데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에 대해 선수들이 강한 반발과 함께 대표팀 차출 보이콧에 나섰다는 소식이 등장하며, 향후 그의 행동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다. 



독일 매체 빌트는 "스페인축구선수협회에 따르면 스페인 협회 소속 81명의 선수가 현 지도부 하에서 더 이상 대표팀 일원으로 뛰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23명의 여자 월드컵 챔피언들도 모두 포함됐다"라며 여자월드컵에 참여한 대표팀 선수들 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루비알레스 회장의 발언과 그의 행동에 사퇴를 요구 중이라고 밝혔다. 

매체는 "레알 베티스의 공격수 보르헤 이글레시아스도 이에 대해 반발했다"라며 남자 선수들도 이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글레시아스는 베티스 소속의 공격수로 비야레알, 셀타 비고, 에스파뇰 등 라리가 무대에서 오랜 기간 활약했으며, 지난 2022년 스페인 대표팀에도 차출된 경험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글레시아스는 자신의 SNS를 통해 "슬프고 실망스럽다. 축구선수로서, 한 사람으로서 나는 스페인축구협회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 대표팀에 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계속해서 자신들의 동료인 루비알레스에게 집중을 가하는 것이 안타깝다"라며 이번 상황에 대한 협회의 대처에 대해 비판했다. 



이어 "스페인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것은 내 선수 경력에서 가장 큰 일 중 하나였다. 어느 시점에서 다시 선택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상황이 바뀔 때까지 대표팀에 복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런 종류의 행동은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더 공정하고, 인도적이며, 품위 있는 축구를 위해"라며 이번 스페인 대표팀 차출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글레시아스는 당초 루이스 데 라 푸엔테 스페인 대표팀 감독의 명단에 올랐었다.

이외에도 이케르 카시야스, 이스코 등 남자 선수들도 루비알레스의 행위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세르지 로베르토는 바르셀로나 여자팀 동료인 푸테야스의 성명에 동참한다고 밝혔으며, 바르셀로나 구단도 직접 성명을 발표해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을 비판했다.

한편 구단과 선수들의 이런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협회와 루비알레스 회장은 오히려 그들을 고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루비알레스 회장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법적 대응을 발표한다. 그는 명확하고 단순하게 상황이 발생했는지 설명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협회는 세 개의 사진을 공개하며 피해자인 에르모소가 계속해서 루비알레스 회장을 끌어안고 들어 올리며 같이 기뻐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사건은 이제 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 향할 전망이다. 스페인왕립축구협회 내 상급스포츠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사건을 CAS로 올릴 것이다. CAS가 내 의견과는 관계 없이 사건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AFP, EPA, 로이터/연합뉴스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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