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불행을 중계하는 사람들…괴기스러운 여론 재판 [D:방송 뷰]
지난 2016년 5월, 23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한 할리우드 대표 스타 부부였던 조니 뎁과 엠버 허드가 결혼 15개월 만에 이혼 소식을 알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후 허드가 2018년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뎁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가정폭력을 대변하는 공인'이라고 표현해 가정폭력 의혹이 불거졌다.
뎁은 허드를 상대로 5000만 달러(한화 약 663억)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허드 역시 자신을 거짓말쟁이라고 지칭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1억 달러(한화 약 1327억)를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세기의 커플이었던 두 사람의 진흙탕 법정 싸움에 수 많은 방송사들과 대중의 관심이 쏠렸고, 버지니아주 퍼어팩스 법원은 판사 재량으로 공방을 생중계 했다. 넷플릭스 새 다큐멘터리 '뎁 vs 허드'는 이들의 치열했던 명예 훼손 소송 과정과 생중계로 인해 대중의 반응을 3부작으로 만들었다.
'뎁 vs 허드'는 재판 기간 동안 법정에서 언급됐던 갈등, 증거, 증인 등 재판 당시 실제 영상으로 가감 없이 보여줬으며 재판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뎁과 허드의 반응도 세밀하게 담아냈다.
결국 이 싸움은 치열한 공방 끝에 뎁의 승소로 판결 났다. 배심원 7명은 뎁이 허드를 학대한 적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였고, 엠버 허드가 조니 뎁에게 1500만 달러(한화 약 199억)를 보상해야 했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두 사람의 승소 결과가 아니다. 이 법정 싸움이 온라인 생중계,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팟캐스트 등 SNS 플랫폼으로 생중계 되면서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 지다.
뎁의 팬들은 허드가 주장하는 가정 폭력은 허드가 인지도를 쌓기 위해 미투 운동을 이용한 것으로 몰고 갔다. 이에 허드를 조롱하고 공격을 서슴지 않는 콘텐츠들이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 게재됐고, 밈으로 퍼져나갔다. 허드와 연대한 지지자들은 뎁을 비난하고 허드를 동정했지만, 전 세계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뎁 측이 여론전에서 훨씬 우세했다.
이후 조니 뎁의 팬들이 판사가 비공개로 지정한 문서를 펀드를 통해 입수했다. 사건의 진실을 밝혀 허드의 가면을 밝히고자 한 의도였지만, 오히려 이 문서에는 조니 뎁이 폭력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나왔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조니 뎁의 승리라는 사실이 변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재판을 콘텐츠로 활용한 크리에이터들은 정말 진실이 궁금했을까. 이들은 뎁과 허드의 공방을 중계하고 2차 콘텐츠로 만들며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뎁 vs 허드'와 인터뷰 한 크리에이터는 "우린 그냥 그 사람이라서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을 믿죠"라고 답했다. 이에 이 재판은 여론전의 힘을 받은 '틱톡 재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뎁 vs'허드는 단순히 사건을 보여주는 것에 머물지 않고, 개인적인 믿음으로 사건을 판단하는 것을 지적하며 이 사건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허드는 뎁에게 1500만 달러를 배상했지만, 뎁은 이 소송으로 6억 5000만 달러를 지출했다.
일명 '언론 플레이'가 여론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대중의 흐름을 휘저어 놓는지 풍경이 낯설지 만은 않다. 국내에서도 법의 사각지대 속에서 오로지 돈으로 치환되는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확증편향과 갈등을 조장하는 사이버 렉카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이 콘텐츠를 만드는 기준은 진실이나 타인의 입장, 윤리, 도덕 등이 아니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며, 피해자의 고통은 남의 일이다. 자극적으로 몰아가 사회적 파장이 클 수록 관심으로 돌아오니 SNS 속 모욕을 멈추지 않는다. '뎁 vs 허드'는 조니 뎁과 앰버 허드 둘 만의 일이 아니며 할리우드만의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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