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신급' 216cm 조진석, 한국배구 '숙원' 이룰까
[박진철 기자]
▲ ?조진석(216cm) 선수 |
ⓒ 박진철 |
조신석은 26일부터 경북 문경시 국군체육부대 선승관에서 열리는 '2023 문경·BUNPATTYBUN 국제 대학배구 대회'에 대한민국 대표팀의 미들블로커로 출전한다. 스포츠 전문 채널인 SBS SPORTS는 26일 오후 2시에 열리는 개막전 한국-일본 경기를 비롯해 주요 경기들을 생중계한다.
이번 대회는 총 8개국의 남자 대학과 프로팀 소속 배구 유망주들이 국제 대회를 통해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국제적 교류와 우정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창설했다. 8개 출전국은 대한민국, 미국, 영국, 호주, 일본, 중국, 태국, 베트남이다.
언론과 팬들의 관심은 조진석에게 집중되고 있다. 그의 신장 216cm는 한국 배구 역사상 최장신이기 때문이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도 남자배구 최장신급에 해당한다.
실제로 지난 6~7월 남자배구 세계 16강이 겨룬 '2023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에 출전한 16개 국가의 대표팀 선수 전체를 통틀어서도 조진석보다 큰 선수는 없었다. 가장 최장신 선수가 독일 대표팀의 루카스 마세(25)로 214cm였다.
세계 남자배구가 갈수록 장신화 추세로 가면서 배구 강국들 대표팀의 아포짓과 미들블로커는 205~210cm대의 초장신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조진석처럼 215cm가 넘는 선수는 거의 없다. 현재 배구 강국의 대표팀 중에 세계 최장신 선수는 러시아 대표팀의 무세르스키(35)다. 주전 미들블로커로 218cm다. 조진석과 불과 2cm 차이다.
▲ 2023 문경·BUNPATTYBUN 국제 대학배구 대회.. 한국 대표팀 김찬호 감독(맨 왼쪽)과 선수들 |
ⓒ 박진철 |
지난 4일 이번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 중인 경희대 체육관을 찾았다. 조진석의 기량을 살펴보고, 그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다.
조진석의 현재 기량은 미완성 상태다. 워낙 신장이 크기 때문에 몸의 균형을 잡는 과정부터 시일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 몸의 균형은 잡혀 있다. 이제 다음 단계인 근력, 체력, 빠르기를 향상시켜야 한다. 특히 근력 키우기가 가장 급선무다.
김찬호 경희대 감독은 "조진석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근력 키우기다. 1년 정도만 근력 훈련에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투자를 한다면 엄청나게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몇 달 동안 근력 운동만 집중적으로 시켰더니 체력, 파워 등 다른 부분들까지 금방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배구를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배구 센스가 어느 정도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현재 대학교에서는 수업 일수 등 여러 제약 요건 때문에 조진석이 하루에 2시간밖에 훈련을 못한다는 점이다. 이런 상태로 계속 가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하루라도 빨리 프로팀에 가서 좋은 시설에서 장시간 근력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식단 관리와 체력 부분에서도 세심한 투자가 필요하다. 대학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불가능하다. 올해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조진석을 보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관건은 남자배구 대표팀의 미래를 위해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투자를 해줄 수 있는 프로 구단과 역량 있는 감독을 만나는 것이다.
한국 배구 최대 취약점... 미들블로커 '단신화·속공 빈약'
한국 남자배구의 국제대회 경쟁력 추락은 이미 위기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아시아 4강권과 멀어진 지는 오래됐고, 이제는 중하위 팀들에게도 휘청대고 있다. 추락 이유로 가장 크게 꼽히는 부분이 플레이 패턴의 단순함과 미들블로커의 취약점이다.
남자배구 세계 강국들은 오래 전부터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하는 스피드 배구, 미들블로커의 장신화, 강서브 등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한국 남자배구는 여전히 완벽한 리시브를 바탕으로 양쪽 사이드 공격에만 의존하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 공격), 미들블로커의 다양한 속공 플레이 등이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적다.
10년 전과 똑같은 '한국식 배구'만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득점 루트가 단순하기 때문에 상대 블로킹 벽에 막히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 몰빵 배구 흐름과 연결돼 있다. V리그와 대표팀 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미들블로커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주전 미들블로커들마저 200cm가 안되는 단신으로 구성된 데다, 다양한 속공과 상대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빠르게 간파하고 쫓아가는 리딩 능력에서도 뒤떨어져 있다. 당연히 블로킹과 속공에서 부진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단신 미들블로커는 유럽·남미 강팀들의 미들블로커가 대부분 205~210cm대로 구성된 것과 너무 큰 격차가 난다. 심지어 이제는 아시아에서도 단신 미들블로커 소리를 듣게 됐다.
그동안 일본 남자배구 대표팀이 대표적인 단신 군단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옛말이 됐다. 미들블로커의 장신화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대표팀의 주전 미들블로커 신장을 살펴보면, 오노데라 201cm, 야마우치 204cm, 켄타로 202cm다. 거기에다 리딩 능력과 유효 블로킹, 속공 능력까지 모두 업그레이드됐다.
▲ 조진석 '블로킹 장면' |
ⓒ 박진철 |
세계 최장신급 선수가 한국 남자배구에 등장했지만,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남자배구계에 만연한 자포자기 심리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장신 미들블로커 육성이 쉽지 않다'는 핑계로 대표팀에서마저 포기한 결과가 현재 아시아 중하위권 팀들에게도 만만한 팀이 돼버린 것이다.
이번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도 목격했듯이, 아시아 중하위권 팀의 단신 공격수들마저 한국 미들블로커 앞에서는 아무런 위압감 없이 자유자재로 뚫어내고 있다.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들블로커는 장신화를 줄기차게 시도해야 한다는 건 불문가지다. 쉬운 길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어렵기 때문에 숙제이고 숙원이다. 남자 프로구단들이 조진석 성장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조진석 "세계 최장신 타이틀, 반드시 성공하겠다"
물론 선수 본인의 의지와 강한 멘탈도 필요하다. 때문에 조진석의 현재 생각이 궁금했다.
조진석은 "아무래도 한국에는 이런 신장이 처음이기 때문에 많이 주목을 해주시는 것 같다. 사실 한국 배구 역사상 최장신, 세계 최장신급, 그런 타이틀에 좀 복잡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한 편으로는 정말 감개무량하고 좋은데, 한 편으로는 부담이 안될 수가 없다. 기대에 부응해서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높이는 되지만 워낙 크다 보니까 양 사이드로 따라가는 게 힘들고, 빠른 스피드를 내기가 어렵기는 하다. 잘 보완해서 만들어 가고, 그런 타이틀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이겨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또 "저의 장점은 배구에서 중요한 높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서브 면에서도 다른 선수들은 점프 뛰면서 스파이크 서브를 넣지만, 저는 그냥 서서 점프 스파이크 서브처럼 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완해야 할 점은 근력과 스피드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제가 반드시 해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선수로서 최종적인 꿈과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일단 현재로선 프로팀 입단이다. 프로 구단은 웨이트 시설이 좋기 때문에 제 몸을 잘 만들고, 포지션을 잘 잡아서 열심히 하다 보면, 아직은 먼 일이기는 하지만 대표팀 1군에 발탁되는 것도 저의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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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레이크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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