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에 쏟아진 비난, 클린스만 감독보다 더 큰 문제

이준목 2023. 8. 2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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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클린스만부터 AG 엔트리 논란까지... 축구협회 뭘하고 있나

[이준목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 KFA
 
대한축구협회(KFA)가 안이한 대응과 일처리로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클린스만 리스크에서 A매치 일정, AG 선수 선발까지 그야말로 논란의 연속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구설수가 계속해서 터지는 데도 정작 협회는 별다른 경각심이 없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축구대표팀은 최근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연이은 근무태만과 기행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라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 사령탑 부임 이후 계약 당시 맺은 국내 상주 약속을 어기고 미국과 유럽을 오갔고, 한국에서보다 해외에서 머문 시간이 훨씬 더 길었다. 이를 두고 '원격근무-재택근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현직 대표팀 감독임에도 미국 방송의 스포츠 관련 패널로 수시로 등장하여 해외축구에 대한 논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클린스만은 논란이 커지자 한국 기자들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업무 방식의 차이일뿐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막대한 연봉을 받으면서도 출퇴근과 근무지, 근무시간, 부업 병행 등을 자기 멋대로 하겠다는 것부터 상식에 어긋난 발상이다.

심지어 클린스만은 한국 언론과의 해명 인터뷰조차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또한 앞으로 국가대표 선수 선발마다 관행적으로 진행되던 기자회견도 폐지하고 A매치 당일날 인터뷰로 대체하겠다는 방침도 전했다. 모두가 클린스만의 개인적 편의에 치우친 결정에 가깝다. 클린스만 감독을 바라보는 축구 팬들의 여론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클린스만 리스크'가 이렇게 악화될 동안 그를 고용한 대한축구협회는 손을 놓고 있다는 의구심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한국에 오기 전부터 독일-미국대표팀과 클럽팀에서 여러 차례 기행으로 악명을 떨친 인물이다. 클린스만의 '워크에식'(직업윤리) 문제로 인한 갈등은 한국 감독 부임 전부터 충분히 예상되었던 대목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협회가 과연 클린스만 감독을 바라보는 험악해진 여론을 얼마나 직시하고 있는지, 또한 클린스만을 통제하고 관리할 능력은 있는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상주 약속도 지키지 않았고, 이강인과 항저우 AG 대표팀의 발탁과 차출시기 등을 놓고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 대표팀과 갈등을 빚었다.

그럼에도 정작 축구협회의 역할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감독의 돌출 행동을 통제하고 관리하거나, 아니면 적극적인 대처로 감독을 보호하지도 않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을 직접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진 독일 출신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과 위원회의 존재감은 불분명하다. 

어쩌면 클린스만 감독보다 진짜 문제는, 이미 하자가 충분히 예상되던 감독을 굳이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데려온 것도 모자라서 연이은 기행으로 방치-묵인하고 있는 축구협회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협회의 자책골은 단지 클린스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협회는 지난 3월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기념과 축구계 통합을 명분으로, 승부조작범 등 비리혐의자들에 대한 '기습 사면'을 시도했다가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결국 여론의 엄청한 비난을 받으며 계획을 모두 취소하고 백지화했지만 관련자와 임원들이 책임을 지고 줄줄이 사표를 써야했을 만큼 파장이 컸다.

또한 지난 24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미디어데이에서는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4 축구대표팀도 참석하여 부상선수에 대한 대체 선수가 발표됐다. 문제는 명단을 발표한 주체가 주무부처인 축구협회도 아니고 대한체육회에서 돌발적으로 나왔다는 것.

축구협회는 음주운전 전력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상실한 이상민을 황선홍호에 뽑았다가 비판 여론에 다시 제외하는 촌극을 빚은 바 있다. 국제대회를 앞두고 귀중한 엔트리 한 장을 낭비할 뻔 했음에도 '2부 리거라서 정보가 부족했다'는 협회 관계자의 어이없는 변명은 여론에 오히려 기름만 부었다.

다급해진 협회는 대한체육회에 대체 선수 발탁이 가능한지 문의했는데, 정작 체육회가 대체 선수 승인 통보를 내린지 벌써 수일이 지났음에도 발표를 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며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축구협회는 공식 발표 시기와 주체를 조율 중이었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황선홍호는 에이스로 기대했던 이강인이 소속팀으로부터 차출 동의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부상까지 겹치며 아시안게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다른 해외파들도 아직 합류가 확정되지 않아 선수 구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협회는 선수 차출 문제에서 A팀 우선권을 주장하며 해외를 떠돌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과 아시안게임을 눈앞에 두고 시간이 촉박한 황선홍 감독 사이에서 적절한 '중재와 조율'이 절실했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도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축구협회는 지난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사태에서 케이팝(K-POP) 콘서트 축구장 개최 문제로 축구계가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축구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최근 발표한 A대표팀의 9월~10월 A매치 일정에서는 사우디와 베트남처럼 국제대회 준비나 한국의 FIFA 랭킹 관리의 실효성에 의문 부호가 붙는 상대팀들을 섭외하면서 일본 등 다른 경쟁국가들과 비교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수많은 논란과 구설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속출하는 것도 전례가 드문 장면이다. 이럴 때일수록 협회가 중심을 잡고 여론을 설득하거나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정작 하는 일마다 신뢰를 떨어뜨리는 상황만 반복되고 있다. 과연 리더도 책임자도 보이지 않는 축구협회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조직으로서 정상적인 제 기능을 다 하고 있는지 걱정스러워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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