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잭슨홀 충격’ 없었다…“파월, 지난해보다 중도적”
25일(현지 시간) 잭슨홀 미팅 기조연설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본색은 여전했다. 하지만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정도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세계 중앙은행장 회의인 잭슨홀 미팅에서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우리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며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고 확신할 때까지 긴축적인 수준에서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긴축적 통화정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불안이 진정되면서 물가 상승세가 둔화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고점에서 하락한 것은 반가운 진전이지만 (현재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확산하는 물가 목표치 상향(2%→3%) 주장에는 “2%는 우리의 인플레이션 목표이고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7월 3.2%로 낮아졌다.
다음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선 추가 금리 인상과 동결 가능성을 모두 열어뒀다. 파월 의장은 “너무 적은 (긴축) 조치를 취하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이상으로 고착화할 수 있고, 조치가 너무 과하면 경제에 불필요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서 “신중하게 진행할 것(Proceed Carefully)”이라고 두 번이나 언급한 점에 시장은 주목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 고려해볼 때 다가오는 회의에서 신중하게 진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서 “정책금리를 계속 유지하고 추가 데이터를 기다릴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9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시급하지 않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브라이언 제이콥센 아넥스자산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짧지만 인정사정 없었던 연설 대신 더 길지만 침착한 방식을 택했다”면서 “핵심 단어는 ‘신중히’(carefully)였다. 연준은 '강력하게' 대신 '신중히' 나아갈 것”이라고 봤다. 실제 파월 의장 발언 이후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선 연준이 9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80%로 반영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73%, 대형주 중심의 S&P500은 0.6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0.94% 각각 상승했다. 지난해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의 강도 높은 매파적 발언에 당시 뉴욕 3대 증시가 일제히 3%대 급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채권ㆍ외환ㆍ국제유가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라이언 디트릭 카슨그룹 수석 전략가는 “파월 발언이 매파적이었던 것은 맞지만 최근 금리 급등세를 고려하면 우려했던 것만큼 매파적이진 않았다”며 “지난해 파월 의장이 바주카포를 꺼내 들고 매파적 발언을 했다면, 이번에는 중도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의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큰 변화가 없는 점은 환영할만한 신호”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도 “파월이 점진적인 접근법에 나서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위험과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Fed가 금리 인상 사이클을 종료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물가와 경기 추세에 따라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여지는 남아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지난해 초 매파적 기조보다는 더 균형 잡혀있지만,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한 신호를 주지는 않았다는 점에서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ING 거시국제 책임자는 “다음 달 기준금리는 동결되겠지만, 금리 인상이 공식적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파월 의장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호지 나틱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음 주부터 발표될 고용ㆍ물가 지표가 훨씬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내거나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일부의 요구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면서 그의 연설을 추가 금리 인상을 쏘아 올릴 ‘트리거(방아쇠) 위의 손가락’에 비유했다. 실제 CME 페드워치에선 11월 FOMC에서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46.7%)과 동결 확률(44.5%)이 비슷한 수준이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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