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 ‘골때녀’들 판 커졌다…축구업종 소비 4년새 3배로 성장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여성 A(31)씨는 일주일에 서너번씩 공을 찬다. 축구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을 접하고 지난해 1월 풋살을 시작했다. A씨는 “그동안 헬스·복싱 등 여러 운동을 했고 국가대표 경기와 해외축구까지 챙겨봤지만, 나도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했다”며 “풋살을 시작한 이후로는 구매한 옷의 90%가 운동복”이라고 말했다.
최근 A씨 같은 여성이 늘면서 여성 축구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5일 BC카드가 2019년부터 2023년 스포츠 업종 이용 고객 1580만명의 카드 결제 건수와 금액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상반기(1~6월) 기준 10~20대 여성의 소비지수(2019년=100)는 지난해 389, 올해는 293을 기록했다. 2019년 상반기에 10~20대 여성이 축구 업종에 100만큼 돈을 썼다면 지난해에는 이의 3.89배로, 올해는 2.93배로 소비가 늘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10~20대 남성의 소비지수는 2019년 상반기 대비 17~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30대 여성의 소비지수 역시 지난해 141, 올해는 369로 빠르게 상승했다. 축구 시장의 규모 자체는 아직 남성이 훨씬 크지만, 성장세는 여성이 더 가파르다는 풀이다. 이는 BC카드가 축구(풋살 포함) 관련 의류·용품점, 학원과 경기장 등의 결제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다.
여성 축구 시장의 성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운동하는 여성들이 많아졌고, ‘골때녀’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로 축구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커진 영향이다. 이에 관해 우상현 BC카드 부사장은 “기존에는 여성 사이에서 요가나 필라테스 등 개인 운동이 인기가 많았는데, 단체 종목으로의 트렌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여성 축구인’의 단체 활동은 활발해지고 있다. 전국 11개 지점에 풋살장을 운영하는 홈플러스에 따르면 7월 기준 여성 단체의 예약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전년 대비 1.5배로 많아졌다. 7월에 풋살장을 예약한 여성이 2021년 100명이었다면 2022년에 150명, 올해는 225명으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회원 수 30여 명의 풋살 동호회를 이끄는 이은정(32·여)씨는 2021년 친구 서너 명과 풋살에 입문했다. 이씨는 “풋살은 공과 신발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다”며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운동을 여성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씨의 동호회는 주 1회 운동하면서 장소 대여비와 강습비, 물품비를 지출하고 있다.
여자 축구의 인기는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은 세계적인 여자 축구 붐을 등에 업고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다는 평이다. 이전까지 최다 관중 기록은 2015년 캐나다 대회의 135만 3506명이었는데, 이번 대회는 16강 경기 때 이를 넘었다. 출전국도 2019년 24개국에서 32개국으로 늘려 판을 키웠다.
글로벌 스포츠 업계는 여성 특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올해 나이키는 특수 소재를 사용해 생리혈이 새지 않는 기능성 축구복을 선보였다. 아디다스 역시 여성의 다양한 체형과 활동성을 고려한 속옷‧레깅스 컬렉션을 출시했다. 푸마는 여성 전용 축구화를 내놓고, 한국에선 무신사 플레이어와 함께 여성 아마추어 풋살대회도 개최했다.
여성 축구 시장의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은 “10년 뒤 유럽 여성 축구의 상업적 가치는 현재의 6배인 5억7800만파운드(약 988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채널이 다양해지는 점도 여성 축구의 인기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성 경기를 보여줄 중계 채널과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블룸버그는 “여자 축구는 새로운 고객과 수익원을 유치할 잠재력이 있다”며 “많은 마케팅 담당자와 투자자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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