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입맞춤 논란' 스페인 축구협회장 "사퇴 거부"…법적 분쟁으로

윤승재 2023. 8. 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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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여자 월드컵 시상식에서 선수에게 기습적으로 입을 맞춘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이 사퇴를 거부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루비알레스 회장은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협회 비상 회의가 끝나고 단상에 서서 "사퇴하지 않겠다"고 네 차례 반복했다.

그는 지난 20일 스페인 여자축구 대표팀이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시상식에서 헤니페르 에르모소의 얼굴을 붙잡고 키스해 논란을 일으켰다. 에르모소와 키스 외에도 다른 선수들과 과도한 신체 접촉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에르모소도 이후 소셜 미디어(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이 동의 없는 신체 접촉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루비알레스 회장은 문제의 행동 전 에르모소의 의사를 확인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신을 안아서 들어 올려달라는 게 에르모소의 당시 요청이 있었고, '가볍게 키스해도 되냐'는 요청에 '그렇게 하라'는 답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내가 내 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수준의 입맞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루비알레스 회장은 자신을 향한 비판을 '거짓된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으로 단정하면서 자신의 입맞춤이 상호 간 동의로 나온 행동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스페인의 이레네 몬테로 평등부 장관이 "동의 없는 키스를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지 말라"며 "이는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의 일환"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2023 FIFA 여자 월드컵 시상식에서 헤니페르 에르모소에게 기습적으로 입을 맞추고 있는 루이스 루비알레스 회장. 마르카 캡처


루비알레스 회장이 사퇴를 거부하자, 에르모소는 현지 선수노조인 풋프로를 통해 반박했다. 키스에 동의한 적 없고, 루비알레스 회장이 언급한 대화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에르모소는 SNS에서도 "어떤 직장에서도 이런 동의 없는 행동의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에르모소를 비롯한 23인의 여자대표팀은 풋프로를 통해 성명을 내고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루비알레스 회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스페인 국가스포츠위원회(CSD)에 따르면 정부는 루비알레스 회장이 스포츠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스페인 프로축구 양대 명가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도 규탄 행렬에 동참했고, 세비야도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임을 직접 요구하는 등 각 구단도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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