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합지졸' 반란군이 로마 무너뜨린 힘, 할리우드의 재발견
[김성호 기자]
▲ 영화 <스파르타쿠스: 복수의 시작> 포스터 |
ⓒ 미국 Starz |
로마는 서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나라다. 도시국가로부터 공화정을 거쳐 제정국가로 변신하며 1천 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버텨냈다. 유럽을 넘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제국으로 성장했고, 기독교를 비롯한 수많은 종교가 태어나고 스러지는 토양을 제공했다.
민족과 문화, 지리의 경계를 넘어 확장을 거듭한 로마가 수시로 저항에 부닥친 건 필연적인 일이다. 다신교에서 유일신으로, 도시국가에서 공화정과 제국으로 변신을 이어갔던 나라가 수시로 혼란을 겪어야 했던 것 또한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자연히 로마엔 반란이 이어졌고 체제의 모순과 한계를 드러내는 사건 또한 적지 않게 마주했다.
▲ <스파르타쿠스: 복수의 시작> 스틸컷 |
ⓒ 미국 Starz |
역사에서 끄집어낸 검투사 이야기
에술이 각별히 스파르타쿠스의 난을 주목하는 건 적잖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아피아누스와 플루타르코스, 플로루스가 남긴 기록 정도를 제외하면 그의 활약을 기록한 역사서도 얼마 되지 않거니와 그나마 있는 기록 또한 스파르타쿠스의 배경이며 반란 세력에 대해서는 거의 적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술의 관심은 부족한 역사의 공백을 채우고도 남으니 미국 드라마 산업의 대표작 중 하나인 <스파르타쿠스> 시리즈 같은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이 이러하다.
<스파르타쿠스>의 두 번째 시즌 <스파르타쿠스: 복수의 시작>은 검투사들의 본격적인 반란을 다룬다. 이전엔 노예들의 참담한 삶과 여러 인물의 사연에 중점을 이루었다면, <복수의 시작>부터는 역사적 사실에 접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야기는 양성소를 탈출해 산적질을 하는 스파르타쿠스 일당이 진압을 위해 출동한 로마군과 맞서 두 명의 프레토르(Praetor·법무관)를 연달아 격파하는 과정을 그린다.
▲ <스파르타쿠스: 복수의 시작> 스틸컷 |
ⓒ 미국 Starz |
부족한 기록을 만회하는 특별한 상상
역사적 기록이 충실하지 않다보니 상상력이 동원될 밖에 없는 일이다. 누군가는 막막함으로 여길 사료의 부재를, 스티븐 드나잇을 비롯한 작가진은 가능성으로 삼은 듯하다. 첫 시즌과 이어진 스핀오프 프리퀄을 통해 충실히 그려진 여러 캐릭터들이 두 번째 시즌을 이어가는 동력이 된다. 서로 다른 부족 출신의 노예들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군략을 모르는 부하들은 스파르타쿠스의 명을 제대로 따르지 못한다. 로마에서의 탈출인지, 로마를 무너뜨리는 것인지 그 목적 또한 불분명하니 스파르타쿠스의 반란군은 오합지졸이 따로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로마군을 거듭 무너뜨렸을까. 크라수스가 이끄는 정예군단이 닥쳐오기까지 연전연승을 거듭한 비결이 대체 어디에 있는지를 드라마는 거듭하여 주목한다. 어쩌면 그것은 스파르타쿠스의 남다른 카리스마일 수도, 몇몇 사가들이 추측하는 것처럼 노예가 되기 이전에 배운 병법일 수도, 전성기를 구가하던 로마가 노예들을 얕잡아본 실패에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여러 이유들 가운데 한 가지, 인간은 노예 이전에 인간임을, 모든 인간은 굴종보다는 자유를 꿈꾸게 되어 있음을 일깨운다. 그리고 인간은 사랑과 우정, 믿음과 신뢰와 같은 가치들로부터 자유를 향해 도약할 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 <스파르타쿠스: 복수의 시작>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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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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