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흉흉해 그냥갔다" '강아지 뺑소니' 50대 2심도 벌금형

"소리치는 견주 봤지만, 사고는 몰랐다" 주장
法 "주차후 멀리서 지켜봐… 사고 알았을 것"
1·2심 벌금 250만원에 불복하고 상고

‘강아지 뺑소니’ 사건으로 형사 재판을 받게 된 50대 남성이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아시아경제 7월17일자 '강아지 뺑소니' 변명이 "쳐다만봐도 성희롱, 세상 흉흉해서"[서초동 법썰] 기사 참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픽사베이]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부장판사 이태우)는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받는 A씨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사고를 인식했을 것"이라며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차량을 주차하고 곧바로 사고 근방의 먼발치에서 몇 분간 상황을 주시하다가 사라졌다. 사고 발생 사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일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며 "사고 후 약 2시간이 지나서야 뒤늦게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했을 뿐, 구호 및 교통질서 회복 등 다른 조치는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2021년 9월20일 오후 8시 벤츠 승용차를 몰고 서울 종로구의 아파트 단지에 진입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성 B씨의 강아지를 앞바퀴와 뒷바퀴로 깔고 지나갔다. B씨의 비명을 들은 A씨는 주차차단기 앞에서 7~8초간 정차한 뒤 그대로 지하 주차장에 들어갔다. 강아지는 동물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사망했고, 현장 정리는 B씨와 다른 주민이 맡았다. B씨가 아파트 관리실에서 사고 차량을 확인한 뒤 연락을 시도했지만, A씨는 답이 없었다. A씨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와 멀찍이 떨어져 상황을 지켜보다가 보험사에 연락했다.

검찰은 A씨를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법원이 벌금 25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리자, 그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재판 과정에선 "세상에 불미스러운 일들이 너무 많아 아예 연루되면 안 되겠다 싶었다"며 "요즘은 쳐다보기만 해도 성희롱과 연관되니까, 오해를 살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어두운 밤이었고, 짙은 색 소형견인 강아지를 볼 수 없었다. A씨는 ‘B씨가 단순히 이유 없는 시비를 걸고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도망치려 했다면, 지하 주차장이 아닌 더 먼 곳으로 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심은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블랙박스 화면이 흔들릴 정도였고, 피해자는 비명을 질렀다. A씨는 정차하고 백미러로 당황한 피해자의 모습을 봤다"며 "차에서 내려 직접 확인했다면 강아지 사고에 대해 알았을 텐데, 그대로 가버렸다"고 지적했다. 2심도 이 같은 판단이 옳다고 봤다. A씨는 항소심에도 불복하고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