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모소 '강제 키스' 전말 폭로…루비알레스 회장 "상호 합의" 발뺌하자 칼 빼들었다

김희준 기자 2023. 8. 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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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니페르 에르모소 성명문. 헤니페르 에르모소 트위터 캡처
헤니페르 에르모소(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 FIFA 여자 월드컵 트위터 캡처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헤니페르 에르모소가 공식 성명을 통해 강제 키스 사건 이후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과 스페인축구협회의 만행에 대한 전말을 폭로했다.


26일(한국시간) 에르모소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한 성명문에서 "간단히 말해 존중받지 못했다"면서 "이러한 행동에 대해 무관용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모소는 스페인 여자 축구 핵심이다. 바르셀로나 페메니와 아틀레티코마드리드 페메니노에서 뛰는 동안 득점왕만 5차례 차지할 정도로 득점력이 뛰어나다. 이번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토너먼트 라운드에서는 미드필더로 뛸 정도로 축구 지능도 좋으며, 조국의 첫 월드컵 우승까지 이끌었다.


문제는 결승전 승리 후 진행된 시상식에서 발생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스페인 선수들과 포옹하며 우승의 기쁨을 표현하던 중 에르모소가 오자 격하게 끌어안은 뒤 양 볼을 잡고 기습적으로 입을 맞췄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그 행동을 이상하게 본 사람들은 멍청이들"이라며 해당 논란을 일축하려 했다. 그러나 에르모소는 "그 행동이 싫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고, 미켈 이세타 스페인 문화체육부 장관은 "용납할 수 없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이 일단 한 발 물러섰다. 스페인축구협회가 현지 매체에 배포한 영상을 통해 "내 행동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있어 사과하려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기뻐야 할 날을 더럽혔다"며 사과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 입맞춤은 자연스럽고, 정상적이고, 다른 의도가 없는 걸로 느꼈다. 에르모소와는 훌륭한 관계를 맺고 있고, 그 행동은 정말 즉흥적이었다. 내부적으로는 아무도 그걸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스페인에 도착해 대표팀과 함께 퍼레이드를 즐기는 등 공식 행사도 이어갔다.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페인 내부의 반발은 더욱 심해졌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22일 "루베알레스 회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사과를 했지만 충분치도, 적절치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욜란다 디아스 스페인 제2 부총리 역시 같은 입장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스페인 스포츠 최고위원회는 23일 스페인 라디오 '카데나 세르'를 통해 스페인축구협회의 내부 절차를 충분히 존중하지만, 적절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경우 직접 개입하겠다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루비알레스 회장이 사임할 거란 관측도 나왔었다. 스페인 '마르카'는 25일 "루비알레스 회장은 이번 주 금요일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직을 사임한다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루비알레스 회장은 사임설을 전면 부인했다. "사회적 암살 시도"에 대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에르모소와 입맞춤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며 "자발적인 키스였다. 상호 합의된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입맞춤이 '정말 즉흥적'이었다는 이전의 사과문과 충돌하는 부분이다.


루비알레스 회장이 사과할 기미가 없자 에르모소가 직접 나섰다. 에르모소는 성명문을 통해 "안타깝게도 월드컵 우승을 기뻐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았다. 이 사건을 설명하는 루비알레스 회장의 말은 모두 거짓이다. 그가 언급한 대화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며 루비알레스 회장이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르모소는 이어 "그 상황에 충격받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 감정을 깊이 되새겼고, 이 사건의 전말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스포츠를 비롯한 어떤 일에서도 이러한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동의 없이, 충동적이고, 성차별적이며, 부적절한 행동의 희생자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스페인축구협회의 만행도 폭로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이 받는 압박을 줄이기 위해 공동성명을 내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이에 대한 지속적인 압력을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다른 방식과 다른 사람들을 통해 스페인 축구협회는 사실과 다른 증언을 하도록 가족, 친구, 팀 동료들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에르모소는 루비알레스 회장과 스페인축구협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세계 챔피언 스페인은 그러한 조작적이고 적대적이며 통제적인 문화를 없애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보인 일련의 행동들은 선수들이 최근 몇 년간 비판하던 상황들의 일부일 뿐"이라며 자신의 성명문이 모든 진실을 밝힐 기폭제가 되기를 바랐다.


사진= 헤니페르 에르모소, FIFA 여자 월드컵 트위터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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