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도 못해본 고지서를 ‘받은 것’ 간주? [생활 속 법률 이야기 68]
#A씨는 회사 대표이사로 100% 주주다. 회사가 세금을 내지 않자 국세청은 A씨에게 ‘회사가 내지 않은 세금을 대신 납부하라’고 서류를 보냈다. 국세청 담당자는 A씨 주소지로 두 차례 납부고지서를 보냈지만 모두 반송됐다. 이에 국세청 담당자는 ‘등기 우편 발송 후 현재 연락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이유로 고지서를 공시송달 처리했다. 이런 공시송달이 적법한 것인지 다툼이 있었는데, 최근 조세심판원은 이런 공시송달이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례에서 A씨의 억울함을 이해하려면, 우선 ‘공시송달’ 제도에 대해 알아야 한다.
국세청 입장에서 국민에게 세무 관계 서류를 송달하려는데, 우편을 보내도 반송되고 현실적으로 달리 마땅히 전달할 방법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필요한 게 공시송달 제도다. 국세기본법은,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송달할 서류의 요지를 국세정보통신망 등에 공고함으로써 서류가 송달된 것과 같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런 공시송달 제도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으므로, 법이 정한 일정한 경우에만 인정된다.
생각해보자. 서류를 실제로 송달받지 않았는데도 마치 송달받은 것으로 ‘간주’되고, 이에 기초해 압류 등 절차가 진행된다. 이뿐 아니라 불복 기간이 정해진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스럽고 억울한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공시송달 사유는 엄격하게 한정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과 조세심판원 입장이다.
국세청은 선량한 관리자 역할 했어야…송달 곤란한 경우만 공시송달
공시송달이 인정되는 경우는 법령이 명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납세의무자 주소가 외국에 있고 그 송달이 곤란한 경우다. 또한 납세의무자 주소가 우리나라에 있더라도 주소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 등기 우편으로 송달했으나 수취인이 부재중인 것으로 확인돼 반송됨으로써 납부 기한 내 송달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세무공무원이 2회 이상 서류를 교부하려 했으나 수취인 부재로 납부 기한까지 송달이 곤란한 경우 등에 공시송달이 허용될 수 있다.
다시 A씨 사안으로 돌아가보자. 국세청 담당자는 등기 우편 방법으로 A씨 주소지에 납부고지서를 두 차례 발송했지만 모두 반송된 탓에, 공시송달 처리한 것이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법령의 문언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국세청 담당자 주장도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A씨가 주소지에 ‘없어서’, 다시 말하면 ‘부재중’이어서, 등기 우편이 두 차례 모두 반송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이런 국세청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결정했다. 조세심판원이 납세의무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서류가 송달되지 않은 경우까지 공시송달을 허용한다면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조세심판원은 ‘수취인 부재’와 관련, 국세청 담당 공무원이 납세의무자 주소지를 방문하거나 전화 연락 등 별도 방법으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했음에도, 송달이 곤란한 경우에만 공시송달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국세청 담당자는 납부고지서가 반송되자 그렇게 반송된 납부고지서를 A씨의 주소지로 다시 발송했을 뿐, A씨에게 전화 연락을 하거나 직접 교부를 시도하는 등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관련 자료 역시 제출하지 못했다.
조세심판원 결정 취지는 ‘납세자 권리 보호’에 힘쓰라는 것이다. 권리자 보호를 위한 공직자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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