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송금 수상하네”…3중 방어선 구축 ‘특명’ [금융 인사이트]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은행권과 함께 ‘이상 외화송금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주요 시중은행에 대한 영업 일부 정지 등 중징계 처분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 2022년 6월 수면 위로 드러난 이상 거액 외화송금 사례를 기반으로 조사를 시작해 금융권 일제 검사를 실시한 결과다. 12개 은행과 선물사 1곳 등 총 13개 금융사를 통한 83개 업체, 총 122억6000만달러 규모의 무역거래를 가장한 이상 외화송금거래를 파악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금감원은 이번 조사 과정에서 송금 증빙서류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 하거나 비정상거래가 장기간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탐지하지 못하는 등 금융사 내부통제체계의 취약점들을 발견했다.
이번 금감원의 ‘이상 외화송금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방안’의 주요 골자는 ▲1선 방어 영업점 ▲2선 방어 본점 외환부서 ▲3선 방어 자금세탁방지부, 준법감시부, 검사부·영업추진부에 이르는 ‘3선 방어 내부통제체계의 구축’이다. 이는 무역기반 자금세탁 방지(Anti-Trade Based Money Laundering·Anti-TBML) 관련, 국내 금융감독당국이 최초로 만든 상세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무역기반 자금세탁(TBML)은 불법자금 원천을 합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역거래를 이용해 범죄수익을 가장하거나 이동시키는 행위다.
영업점부터 본점까지 점검체계
1선 방어선인 영업점 내부통제체계 구축의 주요 내용은 외국환거래 규정에 따른 은행의 확인 의무 항목의 표준화다. 이를 위해 (1) 거래 상대방 (2) 거래 금액 (3) 거래 품목 (4) 대금 결제 방식 (5) 무역거래 형태 (6) 대응 수입 예정일 등 총 6개 확인 항목을 지정했다. 이는 외국환거래 취급 은행(영업점)의 확인 의무 이행의 실효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필요시 송금 고객에게 신고 대상 여부를 안내해 기업이 과태료 등의 불필요한 행정처분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2선 방어선인 본점 외환부서에서는 이상 외화송금의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은행은 중소기업, 특히 신설 업체와 소호(SOHO)의 사전 송금을 통한 수입대금 지급거래 중에서 거액·누적거래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 업체의 기간별 누적 송금액이 일정액 이상인 경우 송금인, 수취인, 물품, 금액, 통관 실적, 분산 송금 등의 항목을 점검하고 모니터링 결과를 내부통제부서에 공유할 수 있도록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해야 한다. 비정상 외화송금거래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방지하지 못한 원인이 은행의 모니터링 기준과 시스템 미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마지막으로 본점 내부통제부서의 사후점검체계 마련을 명시해 3선 방어선까지 공고히 할 것을 요구했다. 자금세탁방지부, 준법감시부, 검사부·영업추진부 등 내부통제부서의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영업점 환류 등 이상 송금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사후점검체계를 마련하라는 내용이다.
특히 자금세탁방지부서의 경우, 외환부서의 이상 외화송금거래 모니터링 결과와 영업점 의심거래 보고 의무 이행의 점검이 필수다. 또 이상 외화송금거래 유형을 의심거래 보고 추출 규정에 추가하는 등 의심거래 보고 의무가 강화됐다. 또한 이상 외화송금 거래 의심 업체에 대한 강화된 고객 확인 의무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등 영업점과 본점 외환부서의 외환거래, 자금세탁 방지 업무와 외환이상거래 모니터링 업무를 교차 점검해야 한다.
거래 점검·모니터링·평가 시스템
이번 ‘이상 외화송금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방안’은 과거 금감원이 모뉴엘 사태 당시 발표한 방안에 비해 한층 더 발전된 형태다. 무엇보다 은행 영업점의 업무 표준화와 본점 외환부서·자금세탁방지부서 등 유관부서를 모두 포함하는 공고한 3선 방어체계의 구축을 요구한다. 이는 Anti-TBML과 관련한 국내외 인식이 높아짐에 따른 금융당국의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은행들은 내부통제체계 구축 시 단순히 이상 외화송금(무역대금 사전 송금)거래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무역기반 자금세탁 방지체계 구축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무역기반 자금세탁 방지체계는 무역사기거래만이 대상이 아니다. 무역대금결제와 관련된 모든 외환거래를 대상으로 무역기반 자금세탁 고위험거래와 글로벌 제재 위반 가능성이 있는 거래에 대한 조사·점검을 통해 해당 거래의 위험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취지다.
2017년부터 국내 은행권의 Anti-TBML 내부통제체계 구축은 일부 시중은행에서 시작됐다. IBK기업은행은 당시 국내 최초로 수출입 사기 등 외환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외환 특이거래 점검시스템(FAIS)’을 도입했다. 2020년 9월, 2022년 2월 각각 TBML 점검 플랫폼을 오픈해 운영 중인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해당 시스템을 통해 거래 점검(Due Diligence·DD), 거래 모니터링(Transaction Moni toring·TMS), 거래 위험평가(Risk Assessment·RA), 제재 점검(Sanc tions Screening) 등을 수행하고 있다.
무역기반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은행 외환거래 시스템 내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점검 대상 요소의 식별·분석을 시작으로, 영업점-본점 외환부서-자금세탁방지부에 이르는 내부보고체계의 재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제재 점검을 위한 외부 상용 데이터와 은행 시스템 간 연계 방안 수립,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의심거래 보고(Suspicious Transaction Report ·STR)체계 고도화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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