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에 목 매인 라이더, 정부가 보호해야 할까

김진욱 2023. 8. 2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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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 애플리케이션(앱)에 사실상 종속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년간 라이더 경험이 있는 사람 28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0%에 이르는 110명이 '1개의 배달 앱 일감만 받았다'고 답했다.

배달 일을 위해 앱을 2개 이상 쓴 라이더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130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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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형 기자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 애플리케이션(앱)에 사실상 종속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더는 개인 사업자처럼 일하지만 사실상 임금 근로자라는 얘기다. 근로자성 논의에서 빠져있는 라이더를 정부가 나서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년간 라이더 경험이 있는 사람 28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0%에 이르는 110명이 ‘1개의 배달 앱 일감만 받았다’고 답했다. 14%에 이르는 40명도 특정 시기에 배달 앱 1곳에서만 일했다. 배달 일을 위해 앱을 2개 이상 쓴 라이더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130명이었다.

설문 조사 결과에서는 라이더가 배달 앱에 매여있다는 사실이 잘 드러난다. 배달 앱을 2개 이상 쓴 라이더는 주로 ‘돈을 더 벌기 위해’라고 답했는데 이는 곧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는 동기가 비자발적임을 의미한다. 배달 앱을 1개만 쓴 라이더 다수는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면 불편하다’ ‘한 플랫폼만 이용하면 보너스나 혜택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플랫폼을 바꾸는 데 비용이 든다는 뜻이다.

실제로 많은 라이더도 스스로가 배달 앱에 통제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응답자의 70% 이상이 ‘나는 배달 앱에서 임금을 받는 근로자처럼 일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배달 일을 배정받거나 근무 시간을 결정하는 것은 라이더 본인이지만 보수는 거의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평점이나 후기 등 업무 수행 평가 결과에 따라 라이더 일거리가 제한되거나 계정이 정지당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배달 앱은 라이더의 ‘일하고자 하는 욕구’를 상당 부분 독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이더 입장에서는 소득이 충분하지 않거나 전환 비용이 많이 들어 배달 앱을 바꾸는 데 제약이 있다”면서 “라이더는 사후 평가나 업무 배정 알고리즘 등을 통해 배달 앱에 상당히 통제받고 있다. 플랫폼 간 경쟁이 라이더의 근무 여건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KDI 설명이다.

실제로 배달 노조는 ‘플랫폼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는 지난 6월에도 “쿠팡이츠가 성수기인 6월부터 배달 단가를 건당 600원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일방적으로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에는 기자 회견을 열어 “기상청 데이터와 배달 앱을 연동해 폭염 특보 등 발령 시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지게 해달라”고 말했다.

KDI는 배달 앱으로부터 라이더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라이더에 대한 배달 앱의 ‘노동 수요 독점력’을 측정해 일정 수준 이상이면 ‘갑질’이 벌어질 수 있다고 판단,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규제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배달 앱 등 기업 기반의 공정 거래 정책만으로는 라이더 개인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노무 제공자 전반에 걸친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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