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건강]"비만 아닌 노인의 체중 감소, 치매 위험 신호일수도"

비만 아닌 노인의 체중 감소, 치매 발병 전조증상일수도

비만이 아닌 노인의 체중 감소가 치매의 위험 신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과 기사 내용은 관련 없음. [사진제공=픽사베이]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이준영, 김근유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어수 교수 연구팀이 체중 변화와 치매와의 관계가 비만 여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가설에 착안해 국가 노인 코호트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비만 여부는 체질량지수(BMI)에 의해 정의하고, 복부 비만은 허리둘레로 정의해 65세 이상 대상자 4600여명의 1년간 체중 변화와 이후 4년간 치매 발병 여부를 조사했다. 구체적으로 BMI는 25㎏/㎡ 이상, 허리둘레는 남자 90㎝·여자 85㎝ 이상으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비만이 아닌 대상자의 경우 1년간 BMI가 1%씩 감소할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3.3%씩 증가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도는 4.8%씩 증가했지만, 비만인 대상자의 BMI 감소와 치매 발병 위험도는 연관성이 없었다. 반면 비만인 상태에서는 허리둘레가 이전보다 감소할 경우 알츠하이머의 발생이 낮아졌다.

김근유 교수(제1저자)는 "후각과 식욕을 담당하는 뇌신경세포의 퇴행으로 인해 체중 감소가 선행하고 이후 인지장애 증상이 드러날 수도 있다"면서도 "지방 조직량 이외에 신경보호 역할을 하는 근육량도 BMI 지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근육량의 정도가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BMI보다 지방량이 더 잘 반영되는 허리둘레의 감소는 오히려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감소시킨 것이 이런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부연했다. 근육량을 포함해 적정 체중과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체중을 줄이는 것보다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고, 체중을 줄이더라도 몸무게가 아닌 복부 지방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노년기의 적절한 영양 섭취와 근육량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김 교수는 연구의 의의에 대해 "노년기 비만 유무에 따른 BMI 또는 허리둘레의 감소와 치매 발병률의 연관성을 규명한 최초 연구"라며 "체중감소는 비만이 아닌 경우에만 치매의 전조증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대상자들의 체중감소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점에 대해서는 "운동이나 식이조절로 인한 의도적 체중감량이 치매 발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연구에서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 육성 연구·개발(R&D) 사업과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지원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공식 학술지 '알츠하이머&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게재됐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