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금융권 사고에 빠지지 않는 네 글자

조계원 2023. 8. 2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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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라임 특혜 환매 정황…“처벌 어렵다”
앞서 국회의원 채용비리 청탁도 처벌 유야무야
원인은 법적 처벌 근거 부족, 법 개정도 돈좌
금감원, 라임사태 정치적 공세에 활용 지적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쿠키뉴스 DB

‘국회의원’이라는 네 글자가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던 라임사태에 재등장했다. 금융감독원의 재조사 결과 라임 자산운용이 국회의원 등에게 특혜성 환매를 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국회의원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권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에 국회의원이 연루되고 있지만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2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검사 TF(태스크포스)’ 결과에 따르면 라임운용이 대규모 환매 중단 직전인 2019년 8~9월 국회의원에게 2억원을 미리 환매해 준 사실이 추가 검사결과 확인됐다. 라임운용은 비슷한 시기 농협중앙회, A상장사에도 각각 200억원, 50억원을 미리 돌려줬다.

라임운용은 환매 자금이 부족해지자 다른 펀드 자금 125억원과 운용사 고유 자금 4억5000만원까지 끌어다 쓰면서 이들의 환매를 지원했다. 국회의원과 농협중앙회, 특정 기업의 펀드 투자 손실이 ‘개미’ 투자자들에게 전가된 셈이다. 하지만 해당 국회의원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관계를 통해 특혜성 환매가 이루어졌다면 처벌이 가능하냐는 질의에 “일반적으로 수익자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 발표 직후 해당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라는 추정이 제기됐다. 이에 김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거래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에 자산을 맡기고 수천만원 상당의 손해를 봤을 뿐 특혜 환매를 한 바 없다”며 “미래에셋증권은 ‘라임마티니4호’ 등에 투자한 모든 고객에게 시장 상황에 따라 환매를 권유했고 저를 포함한 전 고객이 환매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은 앞서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에도 등장한다. 2020년 1월 1심 선고가 이뤄진 신한은행 채용 비리 사건의 판결문을 보면 신한은행 내부문건에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특이자’와 ‘임직원 자녀’ 등 20여 명의 채용 여부가 기존 채용 기준과 달리 결정됐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특이자에는 정무위원장을 역임한 국회의원부터 금융권 출신 국회의원 등 다수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당시 사건에서도 국회의원이 청탁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시민단체인 금융정의연대가 2020년 6월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신한은행 채용 비리 연루 의혹에 대한 국회 진상규명과 정당 차원의 징계를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이 채용비리 사태에서 벗어난 것도 처벌을 위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에 청탁한 사람도 형사처벌하는 ‘채용비리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금융권에서는 국회의원이 금융산업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말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산업은 고객의 돈을 관리하다 보니 법에 따른 규제를 많이 받는 규제산업”이라며 “법을 만들고 개정할 수 있는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을 통해 금융사의 경영자료까지 들여다볼 수 있고, 정책자금이나 공공기관을 컨트롤해 압박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금감원이 라임 사태를 다시 꺼내 들고 나선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라임 사태에서 특혜 환매가 이뤄졌다는 지적은 사실 2020년 국감에서도 지적된 내용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당시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 국감에서 “내부자, 그 주변인, 기관 투자자들이 미리 돈을 빼 나가고 힘없는 개인 투자자들만 당한 셈”이라며 “이런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구조적 문제점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묵혀두었던 사건을 정치적 공세에 활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금감원은 라임운용 임직원의 자금 선인출 문제를 조사하다 국회의원 특혜 환매 문제가 드러났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러 다선 국회의원 등 유력인사를 포함한 게 아니다”라며 “문제가 되는 건 (라임자산운용) 임직원 선인출 문제였고 이를 들여다보다가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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