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자가 소모품이냐"…'의경 부활' 논의에 들끓는 이대남
정부가 흉악범죄 대응책으로 내건 ‘의무경찰제(의경제) 재도입’ 안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발단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발표한 ‘이상동기범죄 재발방지를 위한 담화문’이었다. 한 총리는 “범죄예방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의경제 재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동석한 윤희근 경찰청장도 “신속대응팀 경력 3500명과 주요 대도시 거점에 배치될 4000명 등 7500~8000명 정도의 인력을 순차적으로 채용해 운영하는 방안을 국방부와 협의하겠다”며 “(의경제 재도입에) 7~9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의경제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폐지가 결정돼 지난 5월 마지막 복무자가 전역하면서 완전히 폐지됐다. 그런데 최근 ‘묻지마 범죄’가 빗발치자 의경 도입으로 인력을 보충해 길거리 치안을 강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취지였다. 의경제는 군 복무 자원을 경찰 조직으로 일부 전환하는 제도인데 이들은 주로 방범 순찰에 동원됐다.
문제는 군 복무 대상이거나, 복무를 막 마친 ‘이대남’(20대 남성)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는 점이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젊은 남성을 징집해 위험한 업무를 강제하려는 것이냐”라거나 “남성을 값싼 소모품으로 쓸 작정이냐”는 등의 불만을 쏟아냈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국무총리실은 발표 다음 날인 24일 “의경제 재도입은 경찰 치안활동을 보강하고 경찰인력 재배치를 선행한 뒤,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는 취지”라며 한 발짝 물러났다. 국민의힘 정책위 관계자는 “충분한 숙고를 통해 검토할 일이지 당장 추진하겠다는 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군 복무 인원이 줄어드는데 과연 의경제를 운용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33만3227명이던 현역자원은 2021년 22만8982명으로 31% 감소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이미 일선 부대는 병력이 부족해 편제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현역 자원을 경찰업무로 전환하는 의경제를 재도입하는 것은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23일 페이스북에 “경찰이 필요하면 경찰을 더 충원해 범죄예방을 해야 하는데 의경을 재도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적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역 자원이 부족해 5년간 단계적으로 폐지한 제도를 단기간에 부활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여권 일각에서는 의경제 부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24일 SBS라디오에서 “의경은 과거 치안유지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없애 ‘우를 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없지 않다”며 “국민 안전을 위해서는 8000명 수준으로 의경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폐지 결정이 난 2017년 당시 의경은 1만4000여명이었는데 그 60%수준으로 인력을 운용하면 현역 자원 부족 문제를 심화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의경제 도입은 경찰조직 확대 문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치안인력 배분 차원에서 검토돼야 할 것”이라며 “여론도 충분히 살펴가면서 추진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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