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못한 잼버리 대원 몰려왔다…종일 돌아간 '셀프빨래' 42대
지난 1~12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진행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는 대형 컨테이너 3대에 상업용 세탁기와 건조기 42대가 설치됐다. 참가자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세탁장비 앞에 우산으로 햇빛을 가린 채 긴 줄을 섰다. 2001년부터 국내 호텔과 병원, 대학 등에 상업용 세탁장비 설치‧운영 사업을 이어온 유니룩스가 이번 잼버리 행사에서 세탁 서비스 부문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다. 야외에서 치러지는 대규모 야영 행사라 빨래를 위한 별도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이동이 가능한 컨테이너형 이동식 빨래방을 처음 시도해야 했다.
송봉옥(53) 유니룩스 대표는 지난 25일 중앙일보와 만나 “국내 세탁업계에서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춘 회사인 우리가 아니면 누가 만들겠냐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이번 잼버리가 여러 논란 속에 갖은 부침을 겪었지만 행사 마지막 날까지 세탁 서비스를 최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행사 기간 동안 세탁기와 건조기 이용횟수는 각각 하루 500회를 넘겼다. 42대가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돌아간 셈이다. 그는 “실제 잼버리 현장에서는 더운 날씨에 세탁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동식 셀프빨래방이 효자 노릇을 했다”며 “샤워시설이 부족하고 그늘이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옷이라도 깨끗하게 세탁해 입을 수 있었다는 점은 참가자들의 불쾌지수를 낮추는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잼버리에 세탁기·건조기 지원 “불쾌지수 낮춰”
대학 졸업 뒤 쌍용 가전사업부인 코미상사(현 밀레코리아)에 입사해 독일산 가전제품을 취급하면서 세탁장비 수리 기술을 익힌 송 대표는 해외 출장 중 현지에서 성업 중인 셀프빨래방을 보고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2005년에는 ‘크린업24’라는 셀프빨래방 브랜드를 만들어 경기 고양에서 1호점을 열었다. 현재 크린업24는 전국에 550여개 매장을 갖추고 있다. 협력업체를 통해 연 셀프빨래방까지 합치면 매장은 1500여개가 넘는다. 2018년 400호점, 2020년 500호점 돌파 등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와 서울 양천구 하이페리온, 경기 화성 메트로폴리탄 등 고급 주상복합단지에 공용세탁소 설치도 늘어나고 있다.
송 대표는 “겨울 한파에 수도관 동파로 집안 세탁기를 이용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셀프 빨래방을 이용하면서 성능을 맛본 뒤 재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도 1인 가족 증가와 미세먼지 영향으로 셀프빨래방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개인 청결에 관심이 늘면서 의류와 침구류 세탁을 더욱 자주하는 상황도 유니룩스 매출에 도움을 줬다.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 상황으로 접촉이 없는 언택트 사업이 커지면서 셀프빨래방 창업 문의도 늘었다. 셀프빨래방에는 무인 카페 장비를 설치해 점주들이 부가 수익을 얻기도 한다. 송 대표는 “하루 30분만 투자해 빨래방 청소와 편의용품만 채워 넣으면 24시간 무인 점포 운영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동네 골목 상권은 월 250만원,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 대형 매장을 낼 경우 월 500만원정도의 수익을 볼 수 있다”며 “1억~1억5000만원 정도 초기 투자를 하면, 약 3년 6개월 이후에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언택트 사업 커지면서 빨래방 창업 문의도
해외 진출도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괌·사이판(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에 셀프 빨래방 구축 방법과 시스템을 수출했다. 향후 몽골·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 진출을 목표로 현지에서 적용 가능한 셀프 빨래방 사업 모델을 전파해 나갈 계획이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빨래방 운영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원격 관리 기능도 강화할 예정이다. 송 대표는 “오프라인 성격이 강한 세탁 사업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켜 고객과 점주가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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