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49재' 8만명 연가투쟁…교장들도 "학교 문 닫겠다"
전국 교사 8만여 명이 다음 달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하고 연가투쟁을 예고했다. 이날은 서울 서이초 교사가 사망한 지 49일째 되는 날이다. 연가투쟁은 현행법상 쟁의권이 없는 교사들이 한꺼번에 연가, 병가 등을 내고 업무를 거부하는 우회적 파업 방식이다. 이번 연가투쟁이 현실화할 경우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역대급 연가투쟁…교장들도 “학교 문 닫을 것”
‘공교육 멈춤의 날’ 홈페이지에 따르면 연가를 제출하겠다고 서명한 교사는 25일 오후 10시까지 8만863명(교사 8만207명, 교장·교감 656명)이다. 전국 교사 수(50만7793명·2022년 기준)의 15.5%에 달하는 숫자다. 아예 재량휴업을 예고한 학교도 473개교나 된다.
이번 연가투쟁은 지난달 21일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 올린 한 교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서이초 교사의 49재에 연가나 병가를 내자”고 제안하는 내용의 글이 호응을 얻으면서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집단행동에 나서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실제로 연가투쟁이 이뤄지면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년 간 진행한 교사들의 연가투쟁은 동참 인원은 1500~3000명 선이었다. 가장 최근의 교사 연가투쟁은 4년 전인 2019년 6월 전교조 주도로 열렸다. 당시 1000여명이 참여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앞선 교사 연가투쟁은 주로 전교조가 반정부 시위 성격으로 주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가투쟁은 특정 교원 단체 등의 구심점 없이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현직 교사가 만든 인터넷 사이트에서 온라인 서명을 받는 식으로 교사들이 모이고, 온라인 카페나 대화방을 통해 인증을 받는다.
학교장들까지 연가투쟁에 동참해 9월 4일을 아예 학교장 재량 휴업일로 지정하는 것도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교권 추락의 심각성은 교장, 교사 할 것 없이 모두 공감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의견 일치가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이전의 전교조 연가투쟁은 국정교과서 반대, 세월호 진상규명, 법외노조 철회 등 정치적 색채가 짙다 보니 반감을 가진 교사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진보교육감 “교사 보호하겠다” 보수교육감 “학교 지켜달라”
파장이 커지자 교육부는 교사들에게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24일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수업 일엔 휴가를 쓸 수 없다”며 “법과 원칙에 의거해 학교의 학사 운영과 복무 관리가 이뤄졌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5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코로나19와 전쟁 중에도 교육은 멈추지 않았다”며 “49재를 추모하는 것은 존중하지만 학생의 학습권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교육위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도 “평일 아닌 주말에도 의사표현이 가능하다”며 연가투쟁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자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날 하루만이라도 추모를 하겠다는데, 이 사태의 엄중함과 특수성에 대해 교육부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가투쟁에 대해 교육감들은 진보·보수로 나뉘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보 성향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추모와 애도의 마음으로 모인 선생님들을 끝까지 보호하고 함께하겠다”며 사실상 연가투쟁을 허용한다는 뜻을 밝혔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도 “(9월4일은) 서이초 선생님이 낸 마지막 과제를 함께 풀기 위해 모이는 날”이라고 했다. 서거석 전북도교육감은 “각 학교는 재량 휴업일을 9월 4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한발 더 나아갔다.
반면 보수 성향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수업을 멈추는 건 어떤 이유든 정당화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신경호 강원도교육감도 “아이들의 교육받을 권리와 공교육의 책무를 다해주길 부탁드린다”고 자제를 요청했다.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9월 4일은 49재의 의미를 담아 학교 근무를 마친 저녁 7~8시경에 추모제를 갖자”고 제안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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