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저예산 우주 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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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루나 25호와 인도 찬드라얀 3호의 달 착륙 일정이 겹친 것은 달에 해가 뜨는 시점 때문이었다.
루나 25호가 열흘 만에 도달한 곳을 찬드라얀 3호는 무려 40일이 걸려 날아갔는데, 연료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2008년 찬드라얀 1호가 실제 달에 얼음이 있다는 증거를 찾았고, 인도 우주선이 뜰 때마다 세계 과학계가 주목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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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루나 25호와 인도 찬드라얀 3호의 달 착륙 일정이 겹친 것은 달에 해가 뜨는 시점 때문이었다. 해가 있을 때 착륙해야 탐사에 필요한 태양광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남극 주변 착륙지점은 8월 20일쯤 해가 떠 보름 뒤 지는 곳이라 태양광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비슷한 시기에 착륙할 수밖에 없었다. 목표와 스케줄이 같지만, 지구를 떠난 건 7월 14일(찬드라얀 3호)과 8월 11일(루나 25호)로 한 달이나 차이가 났다. 루나 25호가 열흘 만에 도달한 곳을 찬드라얀 3호는 무려 40일이 걸려 날아갔는데, 연료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루나 25호는 많은 연료를 태우며 지구 중력을 뚫고 곧장 우주로 나간 반면, 찬드라얀 3호는 중력에 의지해 지구를 선회하며 조금씩 고도를 높이다 중력이 충분히 약해진 높이에 가서야 엔진을 켰다. 연료를 쏟아 부어 냅다 달려간 러시아와 연료를 아끼며 느릿느릿 날아간 인도의 경주는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를 닮았고, 우화처럼 거북이가 이겼다. 인도는 달 남극에 처음 발을 디딘 나라가 됐다.
천문학의 무대인 우주 탐사는 당연히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데, 인도는 이 상식을 거스르며 저예산 탐사 노하우를 쌓아왔다. 2014년 화성 탐사선 망갈리안 프로젝트의 예산은 7400만 달러였다. 미국 화성 탐사선 메이븐 비용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영화 ‘마션’ 제작비(1억8000만 달러)의 절반도 안 되는 돈으로 직접 화성에 간 것이다.
‘선택과 집중’이 이런 저예산 탐사를 가능케 했다고 한다. 장비를 주렁주렁 싣지 않고 가장 중요한 발견, 예를 들어 화성에선 메탄(생명체의 증거가 되니까), 달에선 물(정착 가능성을 보여주니까)의 존재에 집중하는 식이다. 그래서 2008년 찬드라얀 1호가 실제 달에 얼음이 있다는 증거를 찾았고, 인도 우주선이 뜰 때마다 세계 과학계가 주목하게 됐다. 인도는 2020년부터 우주산업을 민간에 개방했으니, 그 전까지 공무원들이 이 일을 해낸 것이다. 우주항공청 설립부터 막혀 있는 우리 상황을 보면서 인도 우주당국의 효율성이 부럽기만 했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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